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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예산 1500만원 아꼈다···'충주시 맥가이버' 박상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수장 시스템 고치려 2~3일씩 밤새워 공부” 

제44회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자인 박상운 충북 충주시 평생학습관 시설관리팀장이 지난 2일 오후 평생학습관 천장에 있는 비상용 전등을 LED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44회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자인 박상운 충북 충주시 평생학습관 시설관리팀장이 지난 2일 오후 평생학습관 천장에 있는 비상용 전등을 LED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제44회 청백봉사상 대상 주인공인 충북 충주시 평생학습과 박상운(56) 시설관리팀장은 충주시청에서 ‘맥가이버’로 통한다. 전기 전문가도 끙끙대는 누전 원인이나 결선 문제를 뚝딱 해결하곤 해서다. 박 팀장은 청사에 버려진 전자기기 부품이 눈에 띄면 쓸만한 것들을 창고에 모아둔다. 고장이 잦은 노후 전등과 콘센트, 전자제품을 수리할 때 쓰기 위해서다.

제44회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

 지난 2일 충주시 평생학습관 지하 기계실에서 만난 박 팀장은 전기제어반의 지름 5㎝ 램프스위치를 LED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었다. 박 팀장은 “필라멘트가 들어간 램프스위치는 열이 많이 나 부식이 심하고 전기 소모가 많다”며 “5000원짜리 램프등이라고 허투루 보면 안 된다. 전등만 잘 교체해도 새는 전기를 아낄 수 있다”고 했다.

 박 팀장은 1990년 전기직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충주시 수질환경사업소와 상하수도과에서 26년 동안 정수장·배수지 자동제어 시스템과 통신설비 관리 등을 담당했다. 펌프 가동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매뉴얼을 만들고, 소독제와 응집제 자동투입 시스템 구축에 관여했다.

 박 팀장은 정수장 자동제어 시스템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2~3일씩 밤을 새워 가며 고장 원인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장비가 새벽에 고장이 나면 수리업체를 부를 수도 없고, 한 번 출장에 수십만원의 예산을 쓰는 것도 아까웠다”며 “수학 문제를 풀 듯 회로를 만지작 거리다 보니 나중에는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예산 절감의 달인이기도 하다. 2014년 광역배수지 통신설비 개선 방안을 시에 제안해 연간 3000만원가량의 비용을 아꼈다. 배수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31대를 임대용역으로 전환해 관리비용을 전보다 40% 줄였다. 배수지에 연결된 통신용 전용회선을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 바꿔 낙뢰로 인한 수리비용도 절감했다.

변압기 감축 운영, LED등 교체로 연 1500만원 절감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자인 박상운 충북 충주여성문화회관 시설관리팀장이 2일 오후 문화회관의 정전시 긴급 작동되는 발전기 등이 있는 전기실과 기계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백봉사상 대상 수상자인 박상운 충북 충주여성문화회관 시설관리팀장이 2일 오후 문화회관의 정전시 긴급 작동되는 발전기 등이 있는 전기실과 기계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주시 평생학습관으로 자리를 옮긴 2017년엔 연간 전기요금 1500여만 원을 절약했다. 박 팀장은 “평생학습관 전력량을 계산해보니 변압기 용량이 176㎾ 정도면 충분할 것을 4배 정도 되는 700㎾를 사용하고 있었다”며 “변압기 사용을 2대에서 1대로 줄이고, 전등도 LED로 바꾸니 전기요금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1995년 전기공사산업기사 자격증을 딴 데 이어 99년 전기공사기사, 2000년 전기기사 자격증을 잇따라 취득했다. 꾸준한 자기계발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도 쏟아냈다. 그는 1990년대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구제역 확산 방지용 차량 소독기를 직접 제작해 방역시스템 개선에 기여했다.

 이와 함께 2018년 보행자와 운전자가 안전하게 교차로를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우회전 진입경고 신호등’으로 특허 등록을 받았다. 지난 5월엔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신호등 변경 시간을 알려주는 ‘숫자 표시 신호등’을 공무원 제안 제도를 통해 선보였다.

 박 팀장은 2018년부터 집수리 봉사단체인 ‘작은사랑봉사회’에 참여해 매월 취약계층을 돕고 있기도 하다. 그는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집을 찾아 얼기설기 엮인 전선을 정리해 줄 때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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