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식사 격리하자···확진자와 한집 살아도 코로나 안 걸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7 11:58

업데이트 2020.12.07 12:42

지난달 13일 미국 솔트 레이크 카운티 보건부의 공중 보건 간호사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3일 미국 솔트 레이크 카운티 보건부의 공중 보건 간호사가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20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10만 명 수준을 조금 웃돌고 있다.

美 솔트레이크 시티 5가구 대상 분석
확진자 발생 가구 내 전파 여부 추적

확진자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14일 간 주변인과 '격리' 실천해야

확진자를 모두 병원에 수용할 수가 없어 증세가 가벼운 대부분의 확진자는 가정에서 격리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실 부족이 우려되고 있고, 방역 당국에서는 확진자의 일부를 입원 대신 자가 격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이 한집에서 함께 생활하더라도 '격리 지침'만 잘 준수하면 가족에게 전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유타주 보건부와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연구팀은 4일(현지 시각) 미국 CDC에서 발행하는 저널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온라인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가정 내 코로나19 전파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다섯 가구 5일 동안 매일 검사

지난달 12일 미국 유타주 방위군이 솔트레이크 시티에 설치한 이동검사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2일 미국 유타주 방위군이 솔트레이크 시티에 설치한 이동검사소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지난 4월 19~25일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확진자가 보고된 다섯 가구를 선정, 5일 동안 매일 방문하면서 가족을 대상으로 감염 검사를 진행했고, 증상 발현 여부를 체크했다.

조사 대상 가구의 선택 기준은 ▶가구별 최초 확진자인 지표 환자가 입원하지 않았고 ▶지표환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지 5일이 넘지 않았으며 ▶지표환자 외에 2명 이상의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각 가구에 대해 지표환자가 양성 판정받은 날을 기준으로 각각 2~4일 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가족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매일 면봉으로 비강 시료를 채취, 실시간 역전사 중합 효소 연쇄반응(rRT-PCR) 방법으로 바이러스 배출 여부를 검사했다.

또, 증상 발현과 관련해서도 고전적 증상(기침, 숨 가쁨, 호흡 불편)과 비고전적 증상(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인후통, 미각·후각 상실 등)으로 나눠 일지를 기록했다.

격리한 세 가구 추가 감염 없어

지난달 19일 미국 캘리포티아 로스엔젤레스의 홀리 크로스 의료센터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에게 흉부 압방을 가하면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9일 미국 캘리포티아 로스엔젤레스의 홀리 크로스 의료센터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에게 흉부 압방을 가하면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 결과, 다섯 가구 가운데 두 가구에서는 2차 전파가 일어났고, 세 가구에서는 2차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다.

2차 전파를 경험하지 않은 세 가구는 가구 수준에서의 '격리'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HH-01로 표시된 가구의 지표환자는 45세 남성이었는데, 증세가 나타난 날 드라이브스루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날부터 집 마당 트레일러로 옮겨 생활하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은 지표환자가 발생한 후 손 씻기 횟수를 늘렸다.
이 가구의 지표환자는 진단 전에 가족 구성원 한 명과 긴밀한 접촉(포옹 또는 키스)을 했다.
지표환자는 격리 후에도 장갑은 끼었지만,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은 채 집안에도 몇 차례 들어가기도 했지만, 아내와 두 자녀(16세 아들과 14세 딸)에게는 옮기지 않았다.

HH-03 가구의 경우 22세의 남성이 지표환자였는데, 같이 거주하는 67세 남성과 65세 여성과 밀접한 접촉(2m 이내 10분 이상)을 가졌다.
하지만 진단 후 가족들은 표면 소독과 손 씻기를 자주 했고, 지표환자는 별도의 욕실을 사용하고, 식사도 별도로 해 추가 감염을 막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HH-04 가구는 16세 소녀가 지표환자였는데, 같이 거주하는 부모와 18세 여성과 밀접한 접촉을 했지만 코로나19를 옮기지는 않았다.
확진 후 지표환자는 별도 침실에 머물렀지만, 별도 욕실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방을 떠날 때는 N95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 가족들은 주기적으로 표면 소독을 진행했다.

격리 못한 두 가구는 전원 감염

응급대원들이 지난 4일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메이모니즈 의료센터 응급실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응급대원들이 지난 4일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에 있는 메이모니즈 의료센터 응급실로 코로나19 환자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비해 모든 가족 구성원이 감염된 두 가구는 가구 수준의 격리를 도입하지 않았고, 모든 가족은 지표환자에게 지속해서 노출됐다.

HH-02 가구의 경우 35세 남성이 지표환자였는데, 아내(33세)와 두 딸(7세, 11세)도 감염됐다.

HH-05 가구는 45세 남성이 지표환자였는데, 지표환자가 증상을 나타낸 6일 이내에 아내(45)와 세 딸(11세, 16세, 18세)도 차례로 감염됐다.

이들 가구는 상대적으로 어린 자녀의 보육 등으로 인해 완전한 격리 유지가 어려웠고, 이 때문에 가족 구성원이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예방 조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상 발현 전부터 바이러스 배출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가정 수준의 격리 절차가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바이러스 배출이 피크에 도달하기 전에 환자를 격리하는 것이 전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지표환자, 즉 최초 확진자에게 별도의 수면 공간을 제공하고, 식사와 같은 대면(對面) 상호작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하라는 메시지를 받기 전에 이미 바이러스 배출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파 차단이 완벽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조사 대상자 일부는 증상 발현 1~2일 전부터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증상 경미하거나 심지어 증상이 없을 때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는 만큼, 확진자뿐만 아니라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14일 동안 가족 구성원을 포함한 다른 사람과의 긴밀한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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