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돈 빌려 아파트 샀다" 딱 걸린 거짓말, 1203억 추징

중앙일보

입력 2020.12.07 10:00

업데이트 2020.12.07 11:56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사회 초년생인 A씨. 국세청 신고 소득이 변변찮았는데도 그는 올해 고가 아파트를 사들였다. 국세청은 A씨의 자금 출처를 의심했다. 조사 결과 그는 5촌 친척에게서 수억원을 빌렸다고 주장하며 차용증과 이자 지급 내역을 제시했다. 이는 허위였다. A씨의 아버지 돈이 친척 계좌를 거쳐 A씨에게로 흘러갔다. 국세청은 이를 편법 증여 행위로 보고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근로자 B씨도 아버지로부터 수억원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샀다고 신고했다. 아버지에게는 30년에 걸쳐 빚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 계약서도 있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를 허위 계약으로 봤다. B씨의 소득이 아버지 대출금을 갚을 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B씨에게도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올해 아버지로부터 부동산 매입 자금을 빌린 것으로 꾸며 편법 증여를 받은 B씨를 적발하고,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국세청은 올해 아버지로부터 부동산 매입 자금을 빌린 것으로 꾸며 편법 증여를 받은 B씨를 적발하고,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부동산 규제로 금융권 대출이 막히자, 편법 증여 행위가 상당수 적발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7차례에 걸쳐 탈세 혐의자 총 1543명을 조사했고 1203억원을 추징했다고 7일 밝혔다. 그동안 국세청은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 연소자·외국인, 고액 전세입자 등 ‘요주의’ 탈세 혐의자를 대상별로 나눠 조사해왔다. 현재도 185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어떻게 탈세했나? 

주요 탈세 유형은 친인척 간 차입으로 꾸민 편법 증여 행위가 많았다. 부동산 매입 자금을 부모 등으로부터 빌렸지만, 정작 본인은 상환 능력이 없는 경우가 잦았다. 본인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하고, 거주할 집에 대한 전세보증금은 부모가 빌려준 경우도 있었다. 이때도 부모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 편법 증여에 해당한다. 학원·헬스클럽 등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 중에선 사업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별도 계좌로 빼돌려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쓴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 세종청사 전경. [국세청]

국세청 대응은? 

국세청은 앞으로도 부동산 관련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국세청 내 조사3국은 사채·도박업자 등 민생 침해 사범을 다루는 부서를 조사2국으로 옮겨, 오직 부동산 등 자산 과세에 대한 감독만 수행하기로 했다. 또 이달부터 부산·대구지방국세청에도 ‘부동산거래탈루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국세청 내에선 광주청을 제외하고 모든 지방청이 ‘부동산 TF’를 갖추게 된다.

김길용 국세청 부동산납세과장은 “국세청 내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 자료,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서 보내온 탈세 의심 자료 등을 분석해 탈루 혐의를 감시하고, 새로운 유형의 변칙적 탈세 혐의를 발굴해 검증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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