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구글 AI 윤리팀을 이끌던 팀닛 게브루 박사는 지난 3일 "구글 브레인의 여성 및 동료들에게 보낸 e메일 때문에 해고됐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 게브루 박사는 "구글 검색AI 기술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해고됐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그에게 논문에서 이름을 빼거나, 논문을 철회하라고 그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이를 게브루 박사가 거부하자 즉각 해고했다는 것이다.
· 구글 직원들은 ▶논문 사건에 관한 정보 전체를 공개하고 ▶연구 및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을 구글의 AI 원칙에 포함하라며 회사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소셜네트워크에선 #IStandWithTimnit(나는 팀닛 편에 서겠다) #ISupportTimnit(나는 팀닛을 지지한다) 같은 해시태그 운동도 시작.
왜 중요해?
이번 사건은 '구글이 여전히 기술 전문가들의 유토피아인가' 하는 회의로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 기술 인재를 빨아 들이던 구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 게브루 박사 해고로 드러난 문제는 3가지. ① 내부 비판을 해고로 대응한 구글식 일방주의 ② AI 편향성 등 기술적 문제를 함구하라는 압력 ③ 재확인된 실리콘밸리의 인종·젠더 차별.
· 게브루 박사가 사내 동료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구글이 책임있는 AI를 만들려면 비판 등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데, 구글은 오히려 그런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게브루 박사는 대표적 흑인 여성 연구자다. 얼굴 인식 AI에서 유색인종 인종차별이 발생한다는 논문(2018년)으로 유명하다. 구글의 해고는 실리콘밸리의 약점, 인종·젠더 차별 문제를 건드렸다.
·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투명성과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전통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내부 반발은 유토피아로 여겨지던 구글의 명성이 추락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구글에 대한 비판
구글은 최근 몇 년 사이 내·외부의 비판에 자주 직면하고 있다.
· 2018년 2월엔 구글이 미 국방부의 비밀 드론 프로젝트(메이븐)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 3100여 명이 "전쟁기술 개발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8월엔 직원 1400명이 중국 정부의 검열 기준에 따라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드래곤 플라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 2018년 11월엔 안드로이드OS의 아버지로 꼽히는 핵심 전직 임원 앤디 루빈의 성희롱 사건이 터졌다. 전 세계 50개 도시 구글 직원 2만명이 비판 시위에 나섰다. 이후에도 노조설립 억압 논란 등이 불거지며 시위는 계속됐다.
· 미 언론 포춘은 "구글은 밀실에서의 의사결정, 일부 직원에 대한 부적절한 대우 등의 문제로 조직적인 사내 반발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입장
구글은 "게브루 박사는 해고된 게 아니라 합의에 따라 사직했다"고 주장한다..
· 게브루 박사 사건에 대해선 내부 e메일로 직원 단속에 나섰다. 구글 브레인을 이끄는 제프 딘 총괄이 "내부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언어 모델의 편견을 완화하기 위한 최근 연구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 트윗엔 600개가 넘는 반박성 글이 달렸다.
앞으로는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과 기술직군의 갈등이 '테크래시(Tech-lash, 기술 역풍)' 형태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
· 구글은 2018년 논란 후 순다 피차이 CEO가 직접 '구글의 AI:우리의 원칙'이라는 윤리 원칙을 발표했다. 전쟁기술 개발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엔 AI 윤리 컨설팅을 클라우드 사업에 추가하며 'AI 윤리 전파'를 자임하기도.
·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도 직원들이 전쟁기술 개발에 반대한다. 아마존에선 기후변화 문제로 경영진과 직원들 간 갈등이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마존·MS·세일즈포스에선 직원들이 경찰·세관에 얼굴 인식 기술을 제공하는 걸 반대한다"며 "테크래시가 기술기업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 복스(VOX) 미디어는 "기술 기업에서 AI 윤리를 연구하는 직원들과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기업 사이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연구자들이 회사 눈치를 보느라 중요한 연구를 외부에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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