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는 재생되지 않아 잘라낸 만큼 기능이 감소한다. 폐가 호흡을 담당하는 만큼 온전한 폐의 기능은 생존율과 직결된다. 함석진(사진) 센터장이 이끄는 아주대병원 폐암센터는 환자의 폐 절개를 최소화하고 폐 기능을 끌어올리는 치료법으로 환자 만족도를 높인 폐암 수술을 연간 200건 넘게 쌓고 있다.
인터뷰 함석진 아주대병원 폐암센터장
-최근 늘고 있는 폐암 유형은.
“마치 유리를 갈고 문지르면 뿌옇게 보이는 것처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뿌옇게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간유리 음영’이라는 폐암이다. CT의 해상도가 개선되면서 간유리 음영의 진단율이 높아졌다. 이 암은 다른 폐암보다 악성도가 낮아 폐를 조금만 절제해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유리 음영을 포함해 조기 폐암에 시행하는 대표적 수술법이 ‘폐 구역 절제술’이다. 일반 폐암 수술보다 훨씬 더 작은 단위의 폐를 잘라내는 방식이라 고난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환자는 그만큼 건강한 폐를 최대한 남길 수 있다. 우리 센터는 폐 전문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을 통해 이들 암을 가려내고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의 다학제 진료를 통해 폐 구역 절제술을 시행한다.”
-환자의 자가 치유력을 높이는 것에도 주력하는데.
“똑같은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 자신의 힘을 키우면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우선 ‘호흡 재활치료’를 예로 들 수 있다. 폐는 한 번 잘라내면 재생하지 않아 남은 폐에 의존한다. 환자의 수술 전후 온전한 폐의 자체 호흡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도록 재활의학과와 연계해 호흡 재활프로그램을 시행한다. 그다음으로 ‘정서적 안정감 회복’을 꼽을 수 있다. 아주대병원은 ‘암 생존자 통합지지클리닉’을 운영하는데, 우리 센터의 폐암 환자 가운데 20~30%가 이 클리닉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 훈련을 받는다. 치료 후 식생활·운동법 등도 배운다. 폐암 진단 후 상실감에 빠져 치료를 거부한 환자가 이 클리닉을 통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치료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고 있다.”
-센터의 진료 철학이 궁금하다.
“우리 센터가 줄곧 고집해 온 철학이 있다. 환자가 ‘빨리 진단받고, 빨리 치료받는 것’이다. 그래야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면서 암 병변이 악화하는 것을 막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 센터는 암으로 진단받았거나 의심돼 처음 방문한 환자에게 암 전문 코디네이터가 일대일로 동행해 신속하게 진료·검사한다. 또 폐암 의심 환자의 최초 방문부터 첫 치료 시작까지의 기간을 2주 이내로 단축했다. 특수 영상 검사, 조직검사 결과도
3일 만에 받아볼 수 있다. 다학제 진료도 필요하면 즉각 진행한다. 이를 통해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높이고 ‘전국 1등 폐암센터’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