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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제철 맞은 대구·귤·팥, 추위 물리치고 활기 북돋우는 12월 영양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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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겨울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필요하다. 우리 조상은 제철에 우리 땅에서 난 식품이 약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생각을 가졌다. 대구와 귤 같은 겨울 생선과 과일은 겨울에 필요한 영양소가 가득한 12월의 제철 식품이다.

한영실의 작심3주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고단백·저지방 대구

입과 머리가 크다 해서 대구(大口)라는 이름을 가진 대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어 온 역사가 긴 생선이다. 단백질 함량은 높고 지방은 적어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하다. 가공법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내장을 빼내고 그대로 말린 통대구, 곤이를 가진 곤이대구, 알을 가진 알쟁이 대구, 알이 든 대구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은 약대구라 하여 보양식으로 먹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813만 명으로 2025년에는 총인구의 20%(1051만 명)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수명이 82.7세에 이르렀지만 15~20년의 유병 기간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건강한 삶을 사는 건강수명은 64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신체의 기능이 쇠퇴해 가는 과정인 노화의 원인으로는 여러 요인이 제기되고 있는데 호르몬의 기능 저하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단백질은 체내에서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하는 호르몬의 재료가 된다. 일부 호르몬을 제외한 거의 모든 호르몬은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진다. 호르몬은 체내 특정 부위에서 생성되고 혈액을 따라 작용 부위까지 이동해서 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세포 반응을 조절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대구에 무와 대파를 넣고 끓인 대구탕과 아가미를 넣어 담근 깍두기는 12월의 별미이자 건강식이다.

스트레스 해소엔 귤

귤은 지금은 생산량이 많이 늘어 흔한 과일이지만 오래전에는 아주 귀하고 비싸서 귤나무 몇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 하여 ‘대학나무’라 부르기도 했다. 귤 하면 비타민C가 연상될 정도로 비타민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필요한 영양소다. 스트레스는 만성 피로, 당뇨병, 고혈압, 비만, 암 등의 원인이다. 또한 스트레스는 피부의 노화, 기억력 저하나 치매를 초래하기도 한다. 비타민C가 부족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다. 자율신경의 움직임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부신피질 호르몬이 대량으로 소모되는데 이때 필요한 영양소가 비타민C다.

또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강하게 한다. 몸에서는 정상적인 세포의 대사 과정 동안에 그리고 흡연·약물 등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전하를 띤 불안정한 유리 라디칼이 생성된다. 유리 라디칼은 불안정한 전자를 갖고 있어 다른 분자로부터 전자를 빼앗아 산화 작용을 일으킨다. 비타민C는 불안정한 유리 라디칼에 전자를 주고 자신이 대신 산화됨으로써 세포 내 여러 손상을 막아준다. 이러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DNA의 손상을 막아 암을 예방하고 심장 질환 및 기타 만성질환의 발병을 억제한다.

귤의 과육과 껍질 사이에 있는 하얀 부분에는 비타민P로 불리는 헤스페리딘이 풍부하다. 비타민P는 체내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고혈압·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그러므로 떼어내지 말고 먹는 게 좋다. 귤에는 비타민A의 전구체인 카로틴이 풍부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카로틴 색소가 피하지방에 쌓여 손발이 노랗게 보인다. 하지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금방 없어지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피로 풀어주는 팥

21일은 동지(冬至)다. ‘동지섣달 해는 노루 꼬리만 하다’는 속담처럼 1년 중 가장 낮의 길이가 짧은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서부터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이날을 신년원단(元旦)으로 하는 풍속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지를 ‘다음해가 되는 날’ 또는 ‘작은 설’이라 해서 궁중에서는 잔치가 베풀어졌다. 민가에서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해 팥죽을 쑤어 그 속에 찹쌀 단자를 넣어 이웃과 나눠 먹었다. 팥에는 쌀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하다. 필수아미노산이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사를 통해 섭취해야 하는 아미노산이다.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면 성장기에는 성장이 지연되고, 성인기에는 근육 감소로 인해 신체 조직의 보수나 유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체중이 감소한다.

팥의 붉은색은 안토시아닌계의 시아니딘으로 항산화·항종양 효과 그리고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팥에 들어 있는 비타민B1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다. 당질 대사 중 생성된 젖산이 근육 내에 축적되면 피로해지기 쉬운데 비타민B1이 당질의 에너지로의 변환을 돕는다. 옛날에는 팥가루를 물에 넣어 거품을 일게 해 비누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팥가루의 거품은 사포닌 성분 때문인데 사포닌은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을 낮춰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옛 문헌 『해동죽지』에는 ‘큼직한 시루에 팥시루떡을 안쳐서 삽시간에 익으면 좋은 징조여라’는 구절이 나온다. 약보불여식보(藥補不如食補), 천 가지 만 가지 약보다 음식이 보약이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철든’ 식품으로 좋은 기운을 끌어당겨 건강한 새해를 맞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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