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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항암 치료 후 수술로 생존율 향상…말기 위암 환자 희망의 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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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는 외과·소화기내과·종양내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을 통해 치료 전략을 세운다. 김동하 객원기자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는 외과·소화기내과·종양내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을 통해 치료 전략을 세운다. 김동하 객원기자

 위암 치료는 속도전이다.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대부분 완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퍼지거나 전이되면 생존율이 20~40%로 뚝 떨어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는 조기 위암은 물론 3·4기 진행성 위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풍부한 치료 경험과 꾸준한 연구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에 최적화한 치료 전략을 세워 생존율과 삶의 질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위암 치료의 기본은 조기 진단과 치료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5년 생존율이 1기 위암은 95%를 넘지만, 원격 전이된 4기 환자는 5.6%에 불과하다.

특성화센터 탐방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는 3·4기 위암 환자들의 치료 종착지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위암의 근본 치료는 수술로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4기로 진단되면 대다수 병원에선 수술보단 항암 치료를 권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노성훈(위장관외과) 특임교수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환자도 여러 진료과가 협업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의 2017~2020년(10월 말 기준) 병기별 위절제술 건수를 보면 3·4기 환자가 26%로 다른 병원(10~15%)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3·4기 환자 위절제술 비율 타 병원 압도

강모(여·45)씨는 지난 7월 병원에서 4기 위암 진단을 받고 수술이 힘들단 얘기에 절망했다.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이번엔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내시경을 통한 조직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암세포가 거의 모든 위를 침범했고 위벽이 전반적으로 두꺼워져 있었다. 복강경으로 확인했을 땐 복막 전이까지 발견됐다. 강씨는 의료진의 권유로 8차례에 걸쳐 항암 치료를 받았고 11월 암의 크기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지난 1일엔 전환 수술을 위해 수술방에 들어갔다. 다행히 복막 전이도 흔적만 남은 수준으로 호전돼 위전절제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일반적으로 위암 4기로 진단되면 수술하지 않고 병세 악화를 막는 데 의의를 둔 항암 치료를 시행한다. 이런 경우 완치가 불가능한 데다 대부분 1년 정도 생존한다. 그러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에선 ‘전환 수술’로 생존율 향상을 꾀한다. 복막이나 간, 대동맥 림프샘에 전이가 있어 4기 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한 후 전이 병변이 없어지거나 축소되면 위와 전이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이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4기 위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만 시행했을 때 생존 기간이 9~11개월인 반면, 전환 수술을 한 경우 26개월로 연장됐다. 노 교수는 “전환 수술은 완치나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삶의 질이 좋아지는 데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일부 3기 위암 환자에게도 재발률을 줄이기 위한 선행 항암 치료를 시도한다. 3기 위암은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표준치료다. 그러나 다기관 임상시험 결과 암의 침윤이 깊고 림프샘 전이가 많거나 3기 말 위암 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 치료를 시행했을 때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한 것보다 질병이 악화하지 않는 무병 기간이 더 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위암의 림프샘 전이 예측하는 모델 개발

국내 위암 환자의 약 70%는 조기 위암이다. 림프샘 전이가 없고 위 점막에만 국한되며 크기가 3㎝ 이하일 땐 수술 없이 내시경을 이용한 위점막박리술(ESD)로 완치를 노린다. 암만 포 뜨듯 살짝 도려내는 수술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윤영훈(소화기내과) 위암센터장은 “다른 병원에서 의뢰하거나 재수술 사례 등 난도 높은 내시경적 위점막박리술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의료진의 경험과 기술이 뒷받침돼 우수한 임상 실적을 낸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위암의 크기, 분화도, 형태에 따른 림프샘 전이 가능 확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예측도가 우수해 최적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조기 위암은 완치를 넘어 치료 후 삶의 질을 고려해 최소침습과 최대한 위 기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한다”며 “3·4기 진행 암도 적극적으로 치료해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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