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총회에서 신임 이사진과 기념촬영한 김상열 KLPGA 회장(가운데). [사진 KLPGA]](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2/07/a5279810-eba3-493e-adcf-ef1e5fcdf68d.jpg)
3월 정기총회에서 신임 이사진과 기념촬영한 김상열 KLPGA 회장(가운데). [사진 KLPGA]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규모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30개 대회, 총상금 250억원을 걸고 열렸지만, 올해는 18개 대회, 175억원 규모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축소가 불가피했다지만, 협회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대회 중 방역의 책임과 의무를 후원사 측에 떠맡긴 탓에 오랫동안 대회를 개최해왔던 몇몇 후원사들이 대회 개최를 포기했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도 협회 집행부는 회장님 찬가를 부르면서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에서 활동 중인 한 프로골퍼는 “KLPGA 대상 시상식과 마찬가지로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회장님을 찬양하라고 부추기는 상황이 있었다”고 폭로했다(중앙일보 12월 4일자 참고). 이 프로골퍼는 “이영미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공동대표 겸 KLPGA 부회장이 수상자들에게 방송 카메라를 향해 ‘김상열 회장님 사랑해요’를 외치라고 지시했다. 보다 못한 방송사 관계자가 ‘호반건설 파이팅!’을 외치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고 만류해 그냥 넘어갔다”고 밝혔다.
김상열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총회에서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전무이사 등 집행 임원을 대의원 선출제에서 회장 지명제로 변경했다. 일부 대의원이 “이렇게 되면 집행 임원이 될 수 있는 이사들이 회원이 아닌 회장에게 잘 보이려 들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김회장은 회장직 사퇴 불사라는 초강수에 이은 거수 투표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개정된 정관은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을 반려했을 만큼 문제점이 있었다. 문체부는 ‘이사회 이사들은 회장의 권력 독식 구조를 막는 역할이다. 주요 임원이 선출제에서 지명제로 바뀌면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될 여지가 있다’고 반려 이유를 들었다. 그러자 협회는 ‘회장이 집행 임원을 지명해 선임한다’는 내용을 ‘회장이 지명하고, 이사회 동의를 얻어 회장이 선임한다’로 문구만 살짝 바꿔 승인을 얻어냈다.
‘김상열 라인’은 올해 더 공고해졌다. 김상열 회장은 4월 이사회를 통해 수석부회장에 김순미, 부회장 이영미, 전무이사로 김순희 이사를 지명했다. 그리고 김경자 KLPGA 전 전무이사를 KLPGT 이사로 지명하면서 다시 협회 행정에 참여시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상열 회장에게 협조적인 이사들 중에서 집행 임원을 지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5월 KLPGA 투어의 자회사인 KLPGT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KLPGA는 올해 초 사단법인인 KLPGA와 주식회사인 KLPGT의 분리를 구체화하겠다고 했다. 그 카드 중 하나가 전문경영인 영입이었다. 그러나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모시겠다고 공개모집을 해놓고는 내부 인사(강춘자, 이영미)를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그 결과 이영미 KLPGA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 응모하지 않고도 공동 대표에 선임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다.
김상열 회장은 2017년 3월 13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협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협회 행정은 더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사회는 무력화됐고, 대다수 이사가 회장의 친위대로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강춘자 대표이사와 김순미 수석부회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상열 회장의 연임 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취재 중 만난 KLPGA 한 이사가 말한 “현재 이사회는 회장과 집행 임원이 결정한 뒤 통보하는 식이다. 이사회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는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이지연 골프팀장
이지연 골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