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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으로 악재 겹친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검찰 내 “이 지검장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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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성윤

이성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리더십의 위기를 맞았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표실 부실장 이모(54)씨 사망 사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과정에서의 후방 지원 논란 등 대형 악재가 안팎으로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급기야 “이 사태를 책임질 사람은 리더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앙지검 수사 중 이낙연 측근 사망 #‘윤석열 직무배제’ 후방지원 논란도 #“전국 최대 검찰청 신뢰 땅에 떨어져”

이씨의 사망과 관련, 윤 총장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진상조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윤 총장의 구두 지시에는 “(중앙지검 수사팀의) 별건 수사 여부도 조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대표의 ‘최최측근’으로 통하는 이씨가 사망하자 더불어민주당 측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낙연 대표의 부실장까지 똑같은 행태로 흐르고 있다”며 “검찰이 참으로 잔인하고 지나치게 이 상황을 파헤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 혐의는 옵티머스 펀드 의혹 수사에서 파생됐다. 검찰 내 대표적 친여권 성향인 이성윤 지검장의 서울중앙지검이 진행해온 것이다. 이 지검장은 처음엔 정·관계 로비 의혹설이 터져나왔음에도 정권 눈치를 보느라 ‘뭉개기 수사’를 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여야 인사 형평성 논란 이후 다시 시동을 건 수사에서 여당 대표의 ‘20년 동지’가 숨지고 여당의 눈엣가시인 윤 총장이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여당은 물론 이 지검장 모두 ‘자가당착’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검장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를 후방 지원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소속 포렌식 수사관들이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압수수색 자체가 조남관 대검 차장(당시 총장 직무대리)을 패싱하고 이뤄진 데다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에 이례적으로 대검 포렌식 수사관이 아닌 중앙지검의 포렌식 분석팀이 동행했기 때문이다. 중앙지검 측은 이에 대해 “대검 디지털수사과의 승인을 거친 뒤 이뤄진 절차”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이 부분도 진상 규명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지난주 초 김욱준 중앙지검 1차장, 최성필 2차장, 구자현 3차장, 형진휘 4차장과 박세현 공보관이 이 지검장을 찾아가 내부 여론을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차장검사는 이 지검장의 동반 사퇴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할 일이 남았다”는 취지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처분을 발표하기 4시간 전 서울중앙지검이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한 것도 논란이다. 당시 형사6부 내부에서도 “윤 총장 이슈가 첨예한 상황인 만큼 기소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이견이 나왔다.

한 재경지검의 부장검사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중앙지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며 “정진웅 부장검사의 ‘육탄전’ 논란부터 지금 논란까지 이 지검장이 책임진 것이 뭐가 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 성명서 초안에도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중앙지검) 지휘부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으나 막판에 삭제됐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장모 기소, 나경원 전 의원 수사 등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만 무리하게 벌여온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지검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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