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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OECD 1위인데, 예방엔 예산의 0.01%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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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구 1만6677명(11월 기준)의 경북 영양군에서 지난해 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66.6명, 전국 최고다. 국내 자살률(26.9명)의 2.5배에 달한다. 지난해 영양군의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1억9500만원. 전체(2800억원)의 0.07%이다. 그나마 이 예산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다.

생명 그소중함을 위하여 (38) #재정 부족, 전문상담사 없는 곳도 #고위험군 지원 사업엔 손도 못대 #정부 예산도 전체의 0.007% 불과 #“개인문제 치부말고 투자 늘려야”

한정된 예산을 쪼개 고령층 자살 예방을 위한 ‘마음건강 백세’ 등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양군 정신건강센터에는 간호사·사회복지사 등 4명이 근무 중이다. 전문 심리상담사는 없다. 군 단위 지자체는 상담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파격적 대우도 어렵다.

영양군 관계자는 “예산 규모는 매년 비슷한 수준”이라며 “다행히 잠정치이긴 하나 올해 자살 사망자가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군에서는 지난해 2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2명으로 상당히 높다. 자살 예방 예산은 8920만원으로 전체의 0.01%다. 영양군보다 적다. 인건비를 떼면 사업비는 3000만원. 간신히 생명지킴이 교육, 경로당 이동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한·일 2011~2020년 자살예방 예산

한·일 2011~2020년 자살예방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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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2017년)를 빼곤 1위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지자체·중앙정부의 인색한 투자이다.

6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과 지자체에 따르면 시·군·구 229곳의 지난해 평균 자살예방 예산은 1억5987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지자체 전체 예산(229조원)의 0.016%이다. 자살 시도자나 유가족을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에 손도 못 대는 곳이 수두룩하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은 다시 시도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25배 높다. 자살 유가족의 자살률은 8배 이상 높다.

지방정부는 극단적 선택이 줄지 않는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인력도 불안정하다.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다. 근속기간은 평균 37.6개월이다. 이윤호 안실련 안전정책본부장은 “대부분 지자체장이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 예방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2일 558조원의 ‘수퍼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자살예방 예산은 고작 368억원이 다. 정부 요구안보다 국회가 20억원 가까이 올리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의 0.007%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초 2022년까지 자살·교통·산재 등 3개 분야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줄기는커녕 2017년 24.3명에서 지난해 26.9명으로 거꾸로 갔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예산 자살예방이 1129원으로 교통사고(1만1607원), 산재분야(근로자당 2만998원)보다 훨씬 적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0년간(2011~2020년) 자살예방에 1109억원을 썼지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4조958억원을 썼다. 일본의 지난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6명으로 197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다.

윤 의원은 “자살 사망자 절반 줄이기는 (현재로서는)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염민섭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전반적으로 예산이 부족한데 앞으로 계속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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