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깨고 TV까지 진출···유튜브 대박낸 현대차 '귀신광고'

중앙일보

입력 2020.12.06 09:00

업데이트 2020.12.06 09:08

처녀귀신이 등장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은 현대차 쏘나타 N라인 ‘귀신 광고’가 TV까지 진출했다. 원래 SNS에서만 내보내려던 광고지만, 유튜브에서 576만 PV(3일 기준)를 기록하는 좋은 반응을 끌어내면서 이번 주부터는 TV에서도 방영 중이다.

“호평 많아 TV에도 노출”

동영상을 기획한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측은 “내·외부 모니터링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높아 소셜미디어에서만 유통하던 이 광고를 TV에도 내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영상은 이노션이 제작했다. TV 광고는 더 많은 시청자와 접촉할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비해 제한이 많다. 몇 가지 금기(禁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귀신’이나 ‘죽음’이다.

광고에서 금기시 되는 귀신을 소재로 했지만 코믹하고 혐오스럽지 않은 게 쏘나타 N라인 광고의 성공 비결이다. 쏘나타 N라인 광고 캡처

광고에서 금기시 되는 귀신을 소재로 했지만 코믹하고 혐오스럽지 않은 게 쏘나타 N라인 광고의 성공 비결이다. 쏘나타 N라인 광고 캡처

쏘나타 N라인 귀신 광고가 이런 금기를 깨고 TV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건 혐오스럽거나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코믹했기 때문이다. 쏘나타 N라인의 장점을 소비자에게 각인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요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병맛’(맥락 없고 형편 없으며 어이없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유머 코드와도 잘 맞았다는 게 이 영상을 시청한 이들의 반응이다.

코믹한 이미지로 변주하더라도, 혐오스러운 장면이 직접 등장하면 시청자의 거부감은 커진다. 2016년 국내 한 놀이공원은 유튜브 동영상 중간광고에 ‘핼러윈 축제’ 광고를 삽입했지만 놀란 시청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면서 유통을 중단했다.

금기시되는 주제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광고업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쏘나타 귀신 광고는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흔히 생각하는 경직된 현대차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귀신 영상, 처음 아니다

사실 현대차 홍보 동영상에 귀신이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 전시회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로 야간 자율주행을 시연했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도 귀신이 등장한다.

영상은 ‘우리는 밤길 운전자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실험을 해 봤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전직 경찰특공대(SWAT) 요원과 베테랑 운전자, 그리고 연구원이 각각 다른 차로 밤길을 운전하는데 갑자기 어두운 길 앞에서 귀신이 나타난다.

다른 차량을 운전한 SWAT요원과 베테랑 운전자는 깜짝 놀라 스티어링휠을 급하게 돌리지만, ‘꺼벙해 보이는’ 연구원이 탄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귀신을 인식(?)하고 긴급제동을 한다. 연구원이 기절했지만 차량은 귀신을 피해 다시 주행을 계속한다. 그리고 나오는 자막. ‘사람은 놀라도 기술은 놀라지 않는다’.

운전자가 놀라 기절했지만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주행을 계속한다. '사람은 놀라도 기술은 놀라지 않는다'는 자막이 나온다. 유튜브 캡처

운전자가 놀라 기절했지만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는 주행을 계속한다. '사람은 놀라도 기술은 놀라지 않는다'는 자막이 나온다. 유튜브 캡처

현대차의 ‘귀신 사랑(?)’은 2011년에도 있었다. 현대차 유럽법인이 당시 출시한 벨로스터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광고였다.

한 남성이 뒷자리에 여성을 태우고 어두운 길에 정차한다. 여성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남자의 제안을 거절하는데 차 밖에는 낫을 들고 후드 망토를 입은 저승사자가 서 있다. 저승사자는 차의 뒷문 손잡이를 만지고, 길가 쪽 뒷문을 열고 내린 여성은 뒤에 오던 차에 치인다.

2011년 유럽 광고 방영 금지되기도

다시 바뀐 영상에서 두 사람은 벨로스터를 타고 있는데, 집에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여성이 거절하는 것까진 똑같다. 차에 다가온 저승사자가 뒷문 손잡이를 만지려 하지만 손잡이는 없다. 길가 쪽 문을 열려는 여성에게 남성이 말한다. “반대쪽을 여세요”. 인도 쪽으로 여성이 내리자, 뒤에서 차가 달려오고 이번엔 저승사자가 차에 치인다.

운전석 쪽엔 문이 1개밖에 없고, 안전한 조수석 쪽에 2개의 문이 있어 뒷좌석 탑승자가 타고 내릴 때 안전하다는 걸 강조한 광고다. 하지만 차에 치이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이라는 이유로 이 광고는 방영 금지됐다.

예전엔 금기시되던 광고였지만,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창의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명성에 맞지 않게 잘 팔리지 않아 고민이던 쏘나타가 고성능 라인업인 N라인 광고로 눈길을 끈 것에 대해 현대차 내부에서도 고무돼 있다고 한다.

소비자가 광고에 보여준 호감만큼 구매로 이어질까 하는 점이 앞으로의 관심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판매량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N라인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구동계)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소비자의 선호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쏘나타 N라인에는 현대자동차가 모터스포츠에서 갈고닦은 기술을 많이 적용했다. '심장이 약하다'는 쏘나타의 단점을 보완하는 모델이란 게 시장의 반응이다. 모처럼 좋은 반응을 끌어낸 광고만큼 판매도 늘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현대자동차

쏘나타 N라인에는 현대자동차가 모터스포츠에서 갈고닦은 기술을 많이 적용했다. '심장이 약하다'는 쏘나타의 단점을 보완하는 모델이란 게 시장의 반응이다. 모처럼 좋은 반응을 끌어낸 광고만큼 판매도 늘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 현대자동차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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