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단독 | 항공산업 경력자 뽑는 반도그룹, 한진칼 경영 포석 까는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2020.12.06 00:02

투자운용부문서 채용… “금호그룹 출신 김호균 대표 필요에 의해 진행”

반도건설의 지주사 반도홀딩스가 항공 산업 경력을 갖춘 전략기획 경력자 채용에 나섰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반도그룹 측에서는 일단 경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3자연합이 한진칼의 지배주주로 등극한 이후 다시 반도건설을 중심으로 교통정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1월 16일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원 방안이 발표된 직후 항공업계에 종사 중인 전략기획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이직 제안이 돌았다. 지원 자격에는 ‘항공 산업 전략기획 또는 신사업 기획 경력자’라는 조건이 붙었고, 담당 직무에는 ‘인수합병 및 투자사 관리 업무’가 명시됐다.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반도건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 반도홀딩스다. 회사 설명에는 ‘최근 한진KAL의 지분 8%를 확보했으며 항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적혔다.

항공업계에서는 반도그룹이 ‘소유는 하되 경영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3자연합 간의 약정을 깨고 대한항공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투자 관리 업무라고는 하지만 금융투자회사가 아닌 기업 집단의 지주사에서 투자사 관리 업무는 어떤 식으로든 경영 계획에 개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도그룹이 포함된 3자연합 측에서는 조원태 회장 측보다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고 내년 주주총회를 기다리던 상황에서 갑작스런 산업은행의 개입으로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자 반도그룹이 ‘결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건설의 항공 산업 인력 채용과 관련해 KCGI 등 다른 3자연합 주축들은 일단 해당 사실에 대해서 전해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직접 경영 아니라지만, 반도그룹에 시선 집중

일각에서는 태생적으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모펀드 KCGI와 달리 반도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들고 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그룹은 지주사 반도홀딩스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데 반도홀딩스의 지분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69.91%를 보유하고 있다. 권 회장의 아들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도 30.06%를 들고 있다. 더구나 지난 3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폭로에 따르면 2019년말 권 회장은 자신의 한진그룹 명예회장 추대와 반도건설 몫의 등기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등 한진칼의 경영참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그룹은 지주사 내 투자운용부문에 지속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반도건설의 모회사인 반도홀딩스는 지난 6월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면서 투자운용부문을 신설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김호균 대표를 영입한 상태다.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과 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을 거쳤다. 반도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김호균 대표가 필요하다고 해서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직접 경영 참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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