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84)
지난 주말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기가 여의치 않아 집에 있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띵 똥 하며 울리는 음식 광고에 바로 클릭해 이탈리안 간편식을 주문했다. 배송은 금방 되었다. 이틀 만에 박스를 받고 뜯어 보니 면과 소스와 각종 식재료가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올리브 기름까지 정량대로 포장돼 와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었다. 값까지 저렴하니 외식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가족끼리 즐거워했다. 그러나 곧 즐거움은 난감함으로 변했다. 4인분 포장에서 나온 엄청난 쓰레기의 양 때문이었다.
요즈음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언택트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물류 수단이자 소비 수단으로 자리 잡은 온라인 쇼핑 때문이다. 장을 보러 가기가 어려우니 인터넷으로 물건을 산다. 과도한 포장재 때문에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은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가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한 42조 41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음식 서비스(81.7%)와 음·식료품(56.7%)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6.9% 증가한 27조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음식 서비스(83.4%), 음·식료품(62.8%)에서 증가세가 뚜렷했다. 음식과 식재료를 사러 식당과 시장에 가지 않고 주문해서 먹는다는 뜻이다. 그 바람에 지금 농어촌은 택배 주문을 받느라 분주하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음·식료품, 음식 서비스, 가전·전자·통신기기, 생활용품, 의복 순으로 구매하고 있다.
D2C(Direct to Consumer)가 활성화하고 있다고 한다. D2C란 제조업체가 e커머스·배달 앱 등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직거래를 뜻한다.
지난주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가 열렸다. 역시나 온라인 매출은 ‘대박’을 치고 오프라인 매출은 ‘쪽박’을 찼다고 한다. 온라인 쇼핑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매장이 한가했다고 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이튿날 금요일을 말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30일은 온라인 쇼핑 대목인 ‘사이버먼데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직구가 보편화하면서 해외의 세일 행사도 화젯거리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했으니 우리 농어촌도 온라인 쇼핑에 눈을 돌리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인해 발생하는 택배 쓰레기에 대한 대책이 미미한 것을 지적하고 싶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활용 쓰레기의 양은 지난해보다 11.2% 늘어난 하루 5400여t에 이른다고 한다. 소비자나 정부, 지자체는 쓰레기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
쓰레기 매립에 문제가 생기자 지난 2018년부터 국내에 불법 폐기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났었다. 그 해 국내 업체들이 필리핀에 폐기물을 불법 수출한 것이 적발되면서 해외 반출이 어려워졌다. 또 과거 한국의 최대 폐기물 수출국이던 중국도 2018년 1월부터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그해 4월에는 수거 업체들이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쓰레기 처리장은 늘어나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쓰레기는 증가하나 처리장 용량은 그대로여서 불법 폐기물이 전국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지난 30년 동안 인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에 묻어 왔는데 인천광역시는 며칠 전 5년 후부터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를 못 받겠다고 선언했다. 포화 상태란다.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 도시 지역은 그나마 쓰레기 처리를 하고 있으나 쓰레기 분리수거와 처리가 어려운 농어촌 지역은 쓰레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미미한 상태다. 그저 모아가 태우는 수준으로 처리되고 있다.
택배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는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업체는 다회용 보랭 박스를 사용하고,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쓰기도 한다. 핀란드의 한 유통회사는 재사용과 순환이 가능한 택배 포장 서비스인 리팩(RePack)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배송받은 포장재를 업체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업체는 고객이 돌려준 포장재를 세척해 재사용하는 것이다.
수원시는 롯데마트, 엔에스(NS)홈쇼핑, 오아시스마켓, 온다고 등의 유통업체와 ‘다회용 포장재 사용 시범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원시 권선구 지역은 이달 중순부터 3개월 동안 다회용 포장재를 이용한 배송을 받는다. 대상 지역 주민은 온라인 상품 주문 때 다회용 포장재에 담긴 물건을 배송받는다. 유통업체가 물류센터를 거쳐 주거지 인근에 설치된 거점 수거 센터로 물품을 보내면 거점 수거 센터에서 다시 소비자 집 앞 보관함으로 택배를 전달하고 포장재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다회용 포장재를 이용한 배송이 택배 쓰레기를 줄일 효과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판매 업체의 참여 소비자 인식 증진이 동반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은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일회용 수저 제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온라인 판매 기업이 완충재 사용 여부나 포장재 종류 등을 소비자가 택할 수 있게 하면 택배 쓰레기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의 저자 실비 드룰랑은 쓰레기 제로의 삶을 위해 ‘4R-1C’를 제안했다. ‘Refuse(거절하기)’,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 ‘ Composte(썩히기)’이다.
최근에 곤충산업 분야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 ‘동애등에’다. 파리처럼 생긴 이 곤충은 음식물 분해에 관한 한 천부적인 청소부다. 음식물 쓰레기에 동애등에를 풀어 놓으면 며칠이면 다 없어진다. 택배로 받아먹은 음식물의 잔반은 동애등에로 해결할 수 있지만 역시 문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포장재다. 물건을 살 때부터 ‘4R-1C’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농촌은 쓰레기 줄이기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농가와 마을이 움직이고 있다. 직접 농산물을 구매하러 온 사람 중 용기를 직접 들고 온 사람에게는 할인해 주며 일회용품 없애기를 실천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마을에서 제작한 마을 지도와 홍보 브로셔도 재활용해 쓰고 있다. 마을을 둘러 보며 읽어 본 브로셔를 재활용품 수거함에 놓고 가면 마을에서는 이를 수거해 다시 사용한다. 손님은 브로셔를 가급적 깨끗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농가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에서는 캠핑객이 조리하다 남은 식재료를 모아 야생동물에게 준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사용하지 않은 식재료이다. 남은 쌀은 새에게 좋은 모이가 된다. 농약은 적절하게 사용하고 농약병은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한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어플을 소개한다. ‘리터라티’라는 쓰레기를 줄이는 어플이다. 길을 걷다가 쓰레기를 발견하면 쓰레기의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앱에 올려 쓰레기의 위치와 종류를 입력한다. 입력된 데이터는 쌓이고 쌓여 쓰레기 지도를 만든다. 쓰레기를 분석하면 그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과 내용을 분석할 수 있고,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알 수 있게 된다. 지자체는 쓰레기 지도를 보고 청소하고 주민은 쓰레기 지도를 보며 쓰레기를 줍고 줄이는 효과가 있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에 따라 나의 신분과 지위, 환경을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은 ‘내가 버리는 것이 바로 나’이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과 질에 따라 나의 인식과 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코로나19 핑계 대지 말고 쓰레기를 줄여 보자.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