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본 교사 다 쉽다는데“ 가채점 쇼크 준 수능국어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2020.12.05 06:34

지난 3일 오전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21학년도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직 교사도 학원 강사들도 작년보다 쉽다고 느꼈는데…국어 등급컷이 이렇게 낮게 나오니까 당황스럽네요."(입시업체 관계자)

교사, 전문가 예측과 달리 등급컷 하락
"킬러문항 없지만 까다로운 문제 많아"
코로나로 인한 '실전 경험' 부족도 원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의 실제 난이도가 교사,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당일(3일) 쏟아졌던 현직 교사들과 주요 입시 업체의 평가와 상반된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가 4일 나오면서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주요 입시 업체들은 2021학년도 수능 예상 등급컷을 공개했다. 이들은 대체로 1등급은 87~88점, 2등급은 80점을 커트라인으로 전망했다. 각각 91, 85점이었던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 1, 2등급컷보다 낮다. 일반적으로 등급별 커트라인이 낮으면 더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한다.

교사·입시업체 '쉽다' 했는데…커트라인은 낮아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주요 입시 업체의 지난해 대비 2021학년도 수능 영역별 난이도 분석. 각 기관 발표자료 취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주요 입시 업체의 지난해 대비 2021학년도 수능 영역별 난이도 분석. 각 기관 발표자료 취합

수능 당일 나온 전문가 분석은 이와 달랐다. 3일 오전 수능 국어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은 난이도가 지난해보다 쉽다고 입 모았다. 윤상형 서울 영동고 교사는 "지난 수능과 6·9월 모의고사와 비교했을 때 약간 쉽게 느껴진다"며 평이한 난이도로 평가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다른 두 명의 교사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입시업체들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8개 주요 입시 업체 중 7곳이 올해 수능 국어 영역이 지난해보다 쉽거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더 어렵다고 본 곳은 1곳에 그쳤다. 입시 업체들은 난이도가 높은 '킬러 문항'이 없었고, 일반적으로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는 비문학 영역도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고 봤다. 전체적으로 지문 길이도 짧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3일 저녁부터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전망과 달리 시험이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는 기존 난이도 분석을 수정하기도 했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시험 보고 온 학생들의 평가나 가채점 점수를 보니 예상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며 "급하게 다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킬러문항 없었지만, 까다로운 문제 많아"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전문가 분석과 체감 난이도가 달랐던 이유는 뭘까. '킬러 문항'이 사라진 대신 중상위 난이도 문제가 많이 출제된 게 '착시'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풀이를 포기할 정도의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학생 입장에선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다"면서 "현장에서는 풀 만하다고 느꼈지만, 정작 채점을 해보니 많이 틀리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수험생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4일 수험생 커뮤니티에 한 이용자는 "고사장에서는 풀 만하다고 느끼면서 풀었는데, 가채점해보니 점수가 낮게 나와서 충격"이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이용자는 "지난해 수능 국어는 문제를 보자마자 포기했는데, 올해는 할 만하다고 느꼈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치러진 수능 국어 영역에 출제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관련 문제는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으로 수험생들의 지탄을 받았다.

코로나19 여파? "실전 경험 못한 수험생, 1교시 떨었다"

지난 4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사들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 없었던 학생들은 집이나 학원에서 각자 시험지를 풀었다. 남궁민 기자

지난 4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사들이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지를 나눠주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 없었던 학생들은 집이나 학원에서 각자 시험지를 풀었다. 남궁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전반적인 실력 저하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수험생들은 수차례 등교 중단을 반복했다.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주요 모의고사도 학교에서 시험지만 나눠주는 걸로 대체됐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전반적인 실전 실력이 떨어졌다"면서 "이런 요소를 빼고 문제만 봤기 때문에 괴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방역으로 인한 낯선 고사장 환경도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고사장 책상에는 가림막이 설치됐고,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봤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객관적으로 문제만 보면 올해 국어가 더 쉬웠던 건 맞지만 낯선 환경에서 학생들이 더 긴장하면서 실력 발휘를 못 했고, 특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 1교시에 성적이 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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