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번째 부동산 대책은 김현미 경질? 허깨비와 싸운 ‘빵 장관’

중앙선데이

입력 2020.12.05 00:21

업데이트 2020.12.0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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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호 03면

3년6개월 만에 물러난 국토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철도산업발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철도산업발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년6개월 만에 물러난다. 24번에 걸쳐 일방통행처럼 쏟아낸 부동산 대책에 시장이 왜곡돼도,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 찍어 만들겠다”던 온갖 설화에도 문재인 정부의 신임은 굳건했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반감 여론에 결국 하차했다. 부동산이란 허깨비와 싸우다 ‘빵 장관’이라는 오명을 안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투기 탓 집값 올라” 취임 때 전쟁 선포
임기 중 두 달에 한 번꼴 규제책 내놔

집값도 전월세 가격도 되레 더 올라
‘부동산 정치’ 고집해 실수요자 고생

김 장관의 교체 소식이 알려진 4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는 “드디어 교체됐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김 장관의 교체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국토부는 술렁였다. “어느 때보다 일하기 편하다” “경제부총리가 수장인 기획재정부보다 더 강하고 목소리 큰 국토부의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관가에 돌 정도로 힘이 셌던 정치인 장관이 떠나기 때문이다.

‘전사(戰士)’ 김현미의 등장은 강렬했다. 2017년 6월 취임식 연단에 오른 그는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우고 “다주택자의 투기 때문에 강남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못 박고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후 거침없는 규제의 시대가 열렸다. 첫 포문을 연 것은 투기과열지구를 부활시킨 8·2대책이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고, 수도권으로, 지방 대도시로 규제지역은 넓혀졌다. 규제지역 옆 비규제지역에는 어김없이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정부가 집값 오름세를 되레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김 장관은 “이번 대책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다양한 제도적 대처 방안을 마련해 대응하도록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국토부는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관련 규제책을 발표했다. 집을 사지도, 갖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게 대출과 세제 등 전방위의 규제책이 수시로 쏟아졌다. 전쟁의 명분은 ‘서민 주거 안정’이었다.

집중포화를 맞은 것은 다주택자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인상하고 공시가격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막무가내식 규제로 부동산 시장 곳곳을 틀어막은 탓에 시장 왜곡은 심해졌다. 대출이 막히면서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 9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됐고, 15억원 초과는 아예 대출을 막았다(2019년 12·16 대책).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못 받게 됐다(2020년 6·17 대책).

실제 거주하지 않는 집을 산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도 투기세력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실수요자=실거주자’라는 무리한 정의에 기반한 분류다. 비싼 집값 탓에 무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후 전세금만큼의 돈을 모아 그 집에 들어가는 길도 막혔다.

눌리고 막힌 수요는 청약 시장에서 폭발했다. 1순위 청약에 48만 명이 몰린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분양이 대표적인 예다. ‘10억원 로또’라는 입소문에 최고 경쟁률은 1812대 1을 기록했다.

앞뒤 안 가리고 쏟아낸 대책 탓에 부동산 시장은 자승자박의 형국이 됐다.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겠다며 김 장관이 등록을 권장한 민간임대주택 정책이 대표적이다. 2년7개월 만인 지난 7·10대책에서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임대(8년)를 폐지했다. “권장했던 정책을 폐지하며 정책 신뢰성을 잃었다. 국민은 정책이 언제든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할 것”(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이라는 전문가와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시장을 적으로 두고 24번 링에 올랐지만 결과는 전패였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 7월 말 졸속 시행된 임대차 2법까지 가세하며 전·월세 시장까지 급등했다. 그 결과 김 장관 취임 당시인 3년 전 집을 살 수 있었던 돈으로 이제 전세살이 밖에 못 하는 시대가 됐다. 서울 노원구 청구 3차(전용 84㎡)의 경우 3년 전 집값은 5억원대였지만, 지난달 매매가는 12억원에 달했다. 전셋값은 지난 9월 7억원에 거래됐다. 서민 주거는 불안정해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너무 많이 왜곡돼 정책이 정부 의도와 완전히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규제를 푸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여론의 아우성에도 김 장관은 불통으로 일관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숫자로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현장에서 국민의 체감도를 가지고 얘기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이 급등했다는 지적에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값은 14% 올랐다”고 주장했다. 한국감정원의 통계 중 가장 낮게 상승한 매매가격지수만을 내세울 뿐이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까지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2625만원에서 4156만원으로 58% 올랐고, 정부가 통계조작을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설 정도였다.

임기 내내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여론에도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까지 불안해지자, 김 장관은 “5년 전 주택 인허가를 줄인 것 때문”이라며 전 정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주택 인허가 실적을 따져보면 문 정부 들어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공급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고 시장을 적으로 여긴 결과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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