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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생리량 많고 핏덩어리 보이면 질환 위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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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호 28면

헬스PICK

월경은 여성 건강의 바로미터다. 여성 호르몬의 ‘결정체’인 만큼 월경 주기나 출혈량, 통증 강도·양상으로 보이지 않는 건강 문제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월경은 ▶21~40일 간격으로 ▶일주일을 넘지 않고 ▶평균 30~60mL의 출혈이 발생한다. 각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반대로 넘어서는 경우, 월경 전후 과도한 통증이 있다면 월경 장애에 해당한다.

중년 여성 건강 바로미터 월경 #호르몬 불균형 탓, 40대 장애 많아 #자궁경부암 등 질환 발생 가능성 #10일 이상 길어지면 정밀 검사 #스트레스도 악영향 줘 관리해야

순천향대부천병원 산부인과 상재홍 교수는 “월경은 여성 호르몬 변화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며 “먹는 음식이나 스트레스는 물론 암이나 용종, 갑상샘 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월경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10명 중 1명 월경 장애  

우리나라는 전체 여성 10명 중 1명이 월경 장애를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흡연·음주,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이 맞물려 매년 환자가 늘고 있다. 보통 월경 장애는 젊은 층에 흔할 것이라 여기지만, 연령별로 따지면 중년 여성의 비율이 20대·30대보다 훨씬 높다. 2009~16년 월경 장애로 병원을 찾은 여성 총 221만9445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97만9414명이 40대였다(한국간호과학회지, 2020).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 문종수 교수는 “월경은 여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자궁 내막이 발달→탈락하면서 혈액과 함께 외부로 배출되는 과정”이라며 “여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하수체·난소는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로 인해 호르몬이 교란돼 오히려 젊을 때보다 나이 들어 월경 장애가 자주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하지만 중년 여성에게 성(性) 관련 질환은 감추고 싶은 부분이다. 진료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인 시선이 부담돼 병원 방문을 미루기 일쑤다. 나이 탓이라 생각해 월경 장애를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가 10~60대 여성 1000여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2012)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은 40세 이상, 나이가 들수록 더 높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젊을 때보다 오히려 중년 이후 여성이 월경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첫째, 자궁·난소 등 부인과 질환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자궁근종과 같은 자궁 질환은 전 연령대에서 40대 발병률이 가장 높다. 폐경을 앞두고 여성 호르몬 분비량이 변화하면서 자궁 내막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퇴화해 암이나 자궁근종·자궁내막증(자궁 세포가 자궁 외 조직에서 자라는 질환)의 위험이 덩달아 커진다.

반면에 자궁을 보호하는 능력은 중년부터 급속히 약해진다. 문 교수는 “중년 이후 월경 장애의 대부분은 여성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배란 없이 나타나는 부정(무배란성) 자궁출혈”이라며 “난소는 배란 이후에 자궁 내막을 보호하는 황체호르몬을 생성하는데, 이 호르몬이 줄어 자궁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여성 암 사망률 1위인 난소암도 40대부터 발병률이 급증한다. 월경 횟수와 비례해 암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는 “배란 시 난자를 배출하는 과정에 난소의 표면층이 터지는데, 이를 수리하려 세포 분열을 반복하다 보면 암으로 이어지는 DNA 손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나이뿐만 아니라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을 때, 임신 경험이 없거나 늦게 출산한 여성 역시 난소암 발생률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 환자의 70%가 3기 이상 진단을 받는다”며 “자신이 난소암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적극적으로 초음파·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중년부터는 여성 호르몬 감소에 맞춰 생리량이 줄고, 월경 주기도 짧아지는 게 정상이다. 반대로 생리량이 늘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부인과 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상 교수는 “40대 이후로 월경이 10일 이상 지속하거나, 생리량이 80mL(작은 요구르트 한 병 정도) 이상이면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증상이 없어도 건강검진에서 빈혈을 진단받았다면 초음파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정상적인 생리혈은 응고인자의 결핍으로 뭉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생리혈이 핏덩어리로 나오면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폐경에 따른 건강 충격에 대비하는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여성은 50대 전후로 월경이 끝나는 폐경을 경험한다. 여성 호르몬은 혈관을 보호하고 뼈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폐경으로 이 수치가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고혈압·고지혈증·골다공증 등 다양한 신체적 문제가 찾아온다.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에서 스트레스와 관련한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 우울·불안을 더 많이 느끼기도 한다.

갱년기 건강 관리 시작할 ‘신호’

다만 폐경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폐경에 앞서 4~5년간 여성 호르몬이 서서히 감소하는 ‘폐경 이행기’를 거치며 몸과 마음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한다. 이른바 ‘갱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상 교수는 “여성 호르몬 분비가 줄면 안면홍조·식은땀, 성관계 시 통증 등 여러 이상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며 “월경 장애 역시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으로, 이를 기점으로 적절한 치료와 운동 등 관리를 시작하면 갱년기는 물론 노년기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중년의 월경 장애는 혈액·초음파와 같은 간단한 검사로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부인과 질환이 발견되면 복강경·개복 수술을 고려하고, 호르몬 이상이라면 경구용 피임제나 호르몬 치료로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단, 유방·자궁·난소암 가족력이 있거나 질 출혈, 간염을 앓았던 환자는 호르몬 치료로 인해 질환이 발생·재발할 수 있어 사전에 의사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상 교수는 “중년 여성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가 뇌 기능에 악영향을 미쳐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악화하는 경우도 많다”며 “스트레스 상황은 가급적 피하고 운동·명상·호흡 등 자신에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을 미리 알아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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