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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우린 180일내 썩는다" 세계최초 韓생수병 살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48톤, 400만톤 그리고 500년

어마어마한 무게와 오랜 기간을 의미하는 이 숫자들, 무엇을 의미할까요?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올해 상반기에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하루 평균 848톤, 매립되는 플라스틱 페트병 양은 매년 100만 톤, 소각되는 페트병 양은 매년 400만 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썩기까지는 약 50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지난 6월 한 국내 생수 기업은 세계 최초로 병, 뚜껑, 라벨 모두 6개월 안에 썩는 생수병을 출시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500년이 지나야 분해된다는 플라스틱이 어떻게 6개월 안에 썩는다는 건지, 직접 찾아가 알아봤습니다.

병, 뚜껑, 라벨 모두 180일 이내에 생분해 

먼저 "6개월 안에 썩는다"는 이 특별한 생수병, 정말 6개월 안에 썩는 걸까요? 김지훈 산수샘물 대표는 "수분, 온도 등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180일 이내 모두 분해된다"고 답했습니다. 비결은 생수병에 사용된 소재, 'PLA(Polylactic Acid)'에 있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 병, 뚜껑, 라벨 모두 180일 이내에 썩는 생수병의 원리를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입니다. '폴리젖산'이라고도 합니다. 생체흡수성이 있어서 의료용 소재로도 사용됩니다. 단기간 내에 썩는 생수병 자체는 과거 유럽 등에서 개발된 적이 있었지만 병, 뚜껑, 라벨까지 분해되는 생수병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김 대표는 "용기와 라벨은 100% PLA로, 뚜껑은 복합 생분해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PLA 제품을 쓰레기로 수거한 뒤 처리하는 설비가 없습니다. 김 대표는 "해외 같은 경우는 (PLA를 처리하는) 전문 산업용 퇴비화 단지들이 존재한다. 한국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시설이 있지만 영세해서 PLA 같은 소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객들에게 돈을 주고 (생수병을) 수거한 후, PLA 원료 회사에 보내 화학적 과정을 거쳐 다시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타 생수보다 2~400원 비싸지만…. 

이 생수병은 환경 친화적이긴 하지만,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최저가 기준 한 병당 1~200원대인 다른 생수 업체 제품보다 2~400원 비싼 4~600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도 PLA를 사용하는 이유는 환경을 위해서, 그리고 병 자체가 생체 흡수성이 있어 먹어도 안전하고 혹시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해도 몸에 축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생수를 두 달째 정기 배송받고 있는 박 모 (48)씨는 "원래 플라스틱병을 많이 소비하지 않으려고 꼭 필요할 때만 소량으로 마트에서 샀었다. 지금 정기배송하는 금액이 비싸다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물 자체가 어떻게 다른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이 제일 안심됐다"며 "다 마신 생수병 양이 많은데, 이 물병은 몇달이면 완전히 분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소비하면서 죄책감이 덜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고객 박모씨가 S샘물 측에 회수 차 보낸 페트병. 박모씨는 택배 박스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약 300병을 이렇게 병 안에 여러 병들을 겹쳐서 집어넣는 방식으로 보냈다.

고객 박모씨가 S샘물 측에 회수 차 보낸 페트병. 박모씨는 택배 박스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약 300병을 이렇게 병 안에 여러 병들을 겹쳐서 집어넣는 방식으로 보냈다.

알고 보면 그렇게 친환경적이지 않다? 

SKC첨단중앙기술연구소에서 김지훈 S샘물 대표와 오미옥 박사가 생분해 필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중앙일보' [ㅈㅂㅈㅇ]영상 캡처

SKC첨단중앙기술연구소에서 김지훈 S샘물 대표와 오미옥 박사가 생분해 필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중앙일보' [ㅈㅂㅈㅇ]영상 캡처

하지만 PLA 같은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5월 영국 환경단체 그린 얼라이언스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기대만큼 잘 분해되지 않고 원료 재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존 재활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PLA 소재를 연구하는 오미옥 SKC 첨단기술중앙연구소 박사는 "퇴비화 조건, 온도, 습도가 잘 갖춰지면 몇 달 내에 생분해가 된다는 것은 실험으로 분명히 확인이 가능하다"며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않아도 천천히 계속 생분해가 되기 때문에 10~20년이 지나면 땅속에서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기도 하면서 결과적으로 생분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PLA 원료 재배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오 박사는 "옥수수 원료로 이런 PLA 필름을 만들기까지 여러 화학 공정을 많이 거치지만 일반적인 PP나 PE와 같은 플라스틱에 비해서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50% 이상이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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