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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발 코로나' 안 끝났다…주말 논술·면접, 해방감도 '복병'

중앙일보

입력

유례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에 진행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3일 마무리됐다. '모든 친목 활동을 멈춰달라'는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던 정부로선 한숨을 돌렸다.

연말연시 맞물려 새 유행 '뇌관' 가능성 #보건당국도 수험생에 '방역 준수' 당부 #전문가들 "거리두기 단계 올려야" 지적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능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수험생들의 외출,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대학 입시 일정이 남아있다. 어떻게 보면 더 어렵고, 더 긴 싸움이 남아 있는 것이다.

당장 수능이 끝난 3일 저녁에 수험생 일부가 거리로 나왔다. 면접·논술 같은 수시 전형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된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수능과 달리 수백, 수천명의 인원이 각 대학에 흩어지면 감염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수능 당일에 발생했을지 모르는 감염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채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채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연말연시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유행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험 치는 학생 49만명, 감독관 2만여명에 종교시설·학교 등에서 기도하는 학부형도 있다. 특히 학생들은 시험 보는 중간에 접촉이 있고, 식사할 때 마스크를 벗는다. 무증상 감염 수험생이 시험 보면 전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학생은 수능 후 저녁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놀러 가거나 술을 마실 수 있다. 연이어 대학별 논술과 면접시험이 많다는 것도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정기석(전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덜하겠지만 (1.5단계 적용) 지역에선 수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다 늦게까지 놀러 나갈 수 있다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 교수는 "수능 시험장 내 감염은 설혹 있더라도 미미할 것이다. 평상시 학교 수업보다 엄격하게 방역 준비한 만큼 괜찮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울산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보건당국도 수능 후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경계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3일 브리핑에서 수험생들을 위한 당부의 말을 따로 전했다.

이 단장은 "오늘 하루만큼은 압박감을 풀고 마음껏 즐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렇지 못함이 안타깝다. 가급적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하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선 반드시 개인위생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했다. "수능 이후에도 추가적인 방역이 중요하다. 계속 입시 전형이 있고, 수험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입학시험을 봐야 하는 이때에도 중요한 방역 수칙들이 중시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각 대학은 면접 방식을 비대면으로 바꾸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가 400~500명대를 오가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언택트' 입시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숭실대는 학생부종합전형 면접 평가를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변경한다고 2일 밝혔다. 수험생들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집·학교 등에서 면접을 볼 수 있게 했다. 전남대·원광대 등도 수시 면접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을 찾은 고3 수험생이 비대면 화상면접을 치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을 찾은 고3 수험생이 비대면 화상면접을 치르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환자 발생 추이, 수능 이후 추가 유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 (환자) 기준으로는 전국 2.5단계 실시해야 할 상황이다. 수능과 연말 모임, 크리스마스 등으로 인해 총체적으로 2+@ 단계의 효력이 발휘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기석 교수도 "환자 수가 확 늘었다가 확 줄었던 지난 유행과 달리 이번엔 300~500명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본다. 정부가 뭉그적거리다가 새로운 유행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수도권이라도 원칙대로 2.5단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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