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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 그섬-울릉도] "그곳에 가면 특별함 느껴져" 요즘 신혼부부가 주목하는 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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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왼쪽)와 부속섬 관음도.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왼쪽)와 부속섬 관음도.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0월 31일 결혼식을 올린 장현수(35)·이나영(32)씨 부부는 신혼여행지를 울릉도로 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신혼여행을 국내로 떠나기로 결정한 순간 이들 부부는 이구동성으로 울릉도를 외쳤다고 한다.

 울릉도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남들 다 가는 곳’이 아니어서다. 장씨는 “‘코로나19 시국’에 많은 신혼부부들이 제주도와 강원도 등지를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특별한 곳에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나흘간 울릉도 곳곳을 돌아다녔다. 저동항에서 렌트카를 타고 일주도로를 달리며 울릉도의 비경을 찾아다녔다. 장씨는 “울릉도의 여러 관광명소들에서 추억을 쌓았다. 태극기를 들고 TV에서만 보던 독도를 찾아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혼부부 주목하는 울릉 “특별한 여행으로 제격”

 코로나19 영향으로 출국 기회가 막힌 신혼부부와 여행객들에게 울릉도가 주목받고 있다. 날씨와 파도의 변수로 입도가 쉽지 않은 울릉도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지난해 55년 만에 정식 개통된 울릉 일주도로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독도. 대한민국 정부 소유의 국유지로서 천연기념물(1982년 11월 문화재청)로 지정돼 있다. 울릉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프리랜서 장정필

독도. 대한민국 정부 소유의 국유지로서 천연기념물(1982년 11월 문화재청)로 지정돼 있다. 울릉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독도 노선 등을 운항하는 운수업체 제이에이치페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단체 관광객 위주로 울릉도와 독도를 찾았다면 올해는 신혼부부 등 개별 관광객이 대폭 늘었다”고 말했다.

 울릉도는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 걸까. 중앙일보가 지난달 4일 직접 울릉 일주도로를 달리며 숨은 절경을 둘러봤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울릉 일주도로 한 바퀴엔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비경과 울릉 특유의 지질유산을 품은 명소들이 즐비했다.

 일주도로의 시작은 울릉도 정동쪽에 위치한 저동항이었다. 울릉도의 대표 어항(漁港)이다. 저동항은 과거 울릉도 오징어 산업을 대표하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오징어 조업량이 크게 줄면서 한산한 모습이었다.

 오징어를 널고 있던 한 어민은 “오징어가 많이 안 잡히나 보다”는 취재진 물음에 “뉴스에선 동해안 오징어가 풍년이라고들 하던데 울릉도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명호 울릉군 공보팀장은 “2012년까지만 해도 오징어가 연간 150t가량 잡혔는데, 지금은 연 5~6t 수준”이라고 전했다.

울릉도 저동항 인근에서 한 어민이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저동항 인근에서 한 어민이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일주도로를 도는 방향은 북쪽으로 정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섬을 돌기 위해서였다. 일주도로가 뚫리기 전엔 관광객들이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그렇지 않으면 10여분 만에 일주도로가 끊긴 구간과 만났기 때문이다.

일주도로 따라 떠나는 울릉여행…곳곳에 절경

 저동항에서 북쪽으로 10여분을 달리니 새로 개통한 내수전터널과 와달리터널이 나타났다. 터널이 개통하면서 총연장 44.5㎞ 도로가 완성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막힌 구간 때문에 차를 돌려야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북면 천부리 섬목에서 울릉읍 저동리까지 4.75㎞ 구간이 뚫려 천부리에서 저동마을까지 15분 만에 갈 수 있다.

 터널을 벗어나는 순간 일주도로 명소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관음도가 나타났다. 관음도는 높이 106m, 둘레 800m 크기의 섬으로 독도와 죽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울릉도 부속 섬이다. 2012년 울릉도와 관음도를 잇는 140m 길이의 연도교가 놓였다. 관음도 입구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김도윤 지질해설사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이나 주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유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울릉도 내수전터널과 와달리터널 사이 도로. 두 터널은 지난해 완공돼 울릉도 일주도로를 공사 시작 55년 만에 연결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내수전터널과 와달리터널 사이 도로. 두 터널은 지난해 완공돼 울릉도 일주도로를 공사 시작 55년 만에 연결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삼선암.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삼선암. 프리랜서 장정필

 서쪽 길을 따라 죽암몽돌해변이 다가올 때쯤 일주도로를 잠시 벗어나 언덕길을 올라가니 석포 일출일몰 전망대가 나타났다. 맑게 갠 날이면 독도까지 내다보이는 이 전망대는 울릉도 앞바다의 뛰어난 절경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전망대 곁엔 안용복기념관과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도 있다.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 두차례 일본행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영유권·조업권이 조선에 있음을 확인시킨 인물이다.

 천부항이 있는 북면에 다다르면 나리분지로 향할 수 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로 불리는 나리분지는 반경 2㎞ 남짓의 작은 땅이다. 과거에 섬말나리 뿌리를 캐 먹고 연명했다고 해서 나리 골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나리분지 안에는 알봉·용출소·성인봉 원시림 등 지질명소가 많다.

울릉도 북면 나리에 있는 나리분지. 나리분지는 신생대 제3기 말에서 제4기의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산체의 함몰에 의해 형성된 화구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북면 나리에 있는 나리분지. 나리분지는 신생대 제3기 말에서 제4기의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산체의 함몰에 의해 형성된 화구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나리분지는 울릉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 초 쇄환(刷還) 정책으로 주민들을 모두 이주시키면서 울릉도는 수백 년간 비어 있었다. 그러다 고종 때 왜구에게 울릉도를 빼앗길 것을 우려해 검찰사 이규원(1833~1901)을 보내 실태 조사를 시켰다. 이규원은 나리분지를 확인한 뒤 이곳을 행정·군사 중심지로 삼아야 한다고 고종에게 진언했다. 이런 기록이 그가 쓴 『울릉도검찰일기』에 나온다.

 나리분지를 빠져나와 다시 일주도로로 복귀해 서쪽으로 달리면 현포리가 나온다. 현포리에는 가수 이장희(74)씨가 터를 잡은 ‘울릉천국 아트센터’가 있다. 이장희씨는 1970년대 ‘그건 너’ ‘한 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히트곡으로 활동한 인기가수다. 1996년 우연히 찾은 울릉도의 매력에 빠져 2004년 울릉도에 터전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직접 굴삭기 사용법을 배워 연못과 밭을 만들어 농장 ‘울릉천국’을 만들었고 ‘울릉도, 나의 천국’이라는 울릉도 헌정곡도 발표할 정도로 남다른 울릉도 사랑을 보여줬다. 울릉천국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소가 됐다.

이장희가 자신의 농장 울릉천국과 집 앞 부지 일부를 제공하여 경상북도와 울릉군이 70억원의 에산을 지원해 지상4층 규모로 206년에 세웠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장희가 자신의 농장 울릉천국과 집 앞 부지 일부를 제공하여 경상북도와 울릉군이 70억원의 에산을 지원해 지상4층 규모로 206년에 세웠다. 프리랜서 장정필

 다시 서쪽으로 달려 다다른 섬의 북서쪽 끝. 태하 해안산책로가 나왔다. 한국 10대 비경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파도와 바람에 의해 특이하게 침식된 지형이 발달해 수려한 해안절경을 자랑한다. 지난해 울릉군이 경관교량을 만들었다. 전망대에 오르면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이라는 뜻의 대풍감(待風坎)이 절경을 자랑한다.

 일주도로를 한 바퀴 다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각 관광명소에서 충분히 시간을 누려도 한나절이면 넉넉하다. 택시를 이용해 일주도로 관광을 하는 이들도 많다. 김병수 울릉군수는 “일주도로가 개통돼 관광이 크게 활성화됐다. 예전과 비교해 관광객들이 최소 반나절의 여유를 얻게 된 셈이다. 앞으로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제주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섬 관광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도새우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 손민호 기자

울릉도서만 맛볼 수 있는 독도새우ㆍ울릉칡소 ‘별미’

금강산도 식후경. 절경도 절경이지만 울릉도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들로 넘쳐난다. 독도새우, 홍합밥, 엉겅퀴해장국, 오징어내장탕 등 특산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는 것도 울릉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가장 귀한 먹거리로 꼽히는 것이 바로 ‘독도새우’다. 독도새우는 울릉도·독도 인근 해역에서 잡히는 도화새우와 닭새우(가시배새우), 꽃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 등 3종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독도새우 중 으뜸이라는 도화새우는 크기가 가장 크고 특유의 윤기가 흐른다. 가격도 1마리당 1만5000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른 먹거리는 ‘울릉칡소’다. 칡소는 고구려시대 벽화에 나오는 한국 고유 품종으로, 2006년부터 울릉군은 칡소를 지역 특화 품종으로 육성하고 있다. 산야초를 먹고 자란 칡소는 숯불에 구워 먹거나 불고기, 편육, 완자, 곰탕, 갈비탕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울릉도를 가면 홍합밥은 한 번쯤은 먹게 되는 음식이다. 울릉도 해안가에서 채취한 자연산 홍합은 울릉도 전지역에 분포돼 있다. 홍합밥에 따개비까지 넣으면 ‘홍따밥’이라고 한다. 따개비도 울릉도를 대표하는 식재료로, 칼국수에도 많이 넣어 먹는다.

오징어도 빼놓을 수 없다. 싱싱한 오징어로 만드는 오삼불고기나 오징어내장탕을 내놓는 가게가 많다. 마른 오징어도 울릉도를 찾은 기념으로 사가는 특산물 중 하나다.

외딴 섬의 환경이 육지와 크게 다르다 보니 울릉도에서 나는 나물들도 별미다. 울릉도에서 자라는 모든 풀들은 약초라고 할 정도다. 가장 유명한 나물은 명이(산마늘)로, 옛 울릉도 사람들이 겨울이 끝나 눈이 녹으면 산에 올라 캐 먹어 생명을 이어갔다는 데서 이름이 붙은 나물이다. 이밖에도 울릉미역취, 섬부지갱이, 고비, 삼나물, 전호, 땅두릅 등이 유명하다. 특히 울릉도에서 자라는 엉겅퀴는 육지와 달리 부드러워 해장국으로 만들어 먹는다.

울릉=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울릉도 서면의 대풍감. 우리나라 '10대 비경'이라 불리는 울릉도의 명소이며, 대풍감전망대에서는 해식애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 서면의 대풍감. 우리나라 '10대 비경'이라 불리는 울릉도의 명소이며, 대풍감전망대에서는 해식애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를 일주할 수 있는 해안도로. 프리랜서 장정필

울릉도를 일주할 수 있는 해안도로.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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