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KLPGA 프로들이 ‘김비어천가’ 부른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지난달 24일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함께 모인 수상자들. 이날 수상자 중 대다수가 김상열 KLPGA 회장을 향해 약속이라도 한 듯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KLPGA]

지난달 24일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함께 모인 수상자들. 이날 수상자 중 대다수가 김상열 KLPGA 회장을 향해 약속이라도 한 듯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 KLPGA]

“김상열 회장님 덕분이다. 내년뿐 아니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회장님 덕입니다” 입 맞춰 인사 #김상열 회장 연임 여론몰이 해석도

“김상열 회장님이 앞으로도 쭉 이끌어주시면 좋겠다.”

지난 11월 24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대상 시상식. 단상에 오른 여자 프로골퍼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KLPGA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수상 선수라면 소감과 함께 도움을 준 가족과 스폰서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날 단상에 선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가족이나 스폰서뿐만 아니라 협회와 김상열 회장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일부 선수들은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김상열 회장이 앞으로도 협회를 쭉 이끌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프로야구 KBO리그, 프로축구 K리그 등 다른 스포츠 종목 시상식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광경이었다. 선수들이 이렇게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장면은 주관 방송사인 SBS골프를 비롯해 주요 포털을 통해 생중계됐다.

김상열 회장

김상열 회장

시상식 이후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자는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은 일부 선배 프로들이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본지 취재 결과, 그 선배 프로는 바로 한국프로골프투어(KLPGT) 강춘자 대표이사와 KLPGA 김순미 수석부회장이었다. 이들이 일부 후배 선수들에게 협회와 김상열 회장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빼먹지 말라고 종용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그러나 시상식에 참석한 선수들 대부분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일부 선수는 “잘 모르겠다. 다 말해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비켜갔다. KLPGA의 한 관계자는 “수상 소감마다 김상열 회장의 이름이 나와 현장에서도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설마 그런 상황인 줄은 몰랐다”며 “협회 임원이자 선배의 부탁이었기 때문에 나이 어린 선수들이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불이익을 염려해 당시 상황을 밝히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강춘자 KLPGT 대표이사는 선수들에게 종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강 대표이사는 올해 초까지 KLPGA 수석부회장을 지내다 지난 5월부터 KLPGA의 자회사인 KLPGT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1992년 전무이사로 협회 일을 시작한 뒤 수차례 정관을 바꿔가며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강 대표이사는 “선수들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거지,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겠나?”라고 밝혔다.

여자 프로골프 관계자 사이에선 이런 해프닝이 임기 만료를 앞둔 김상열 회장을 연임시키기 위한 여론몰이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17년 KLPGA 13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상열 회장은 내년 3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KLPGA 회장 임기는 4년이다. 연임도 가능하지만 호반건설 회장인 김상열 회장은 이미 수차례 퇴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춘자 대표이사와 김순미 수석부회장이 김 회장의 연임을 거론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LPGA는 지난 7월 초 이사회를 통해 김순미 수석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회장 추대 TF를 발족시켰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상열 회장이 직접 나서서 차기 회장을 영입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5개월 동안 회장 추대 TF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지연·김지한 기자 easygolf@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