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은 수험생 등장, 저녁엔 ‘애프터 수능’ 실종

중앙일보

입력 2020.12.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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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능 시험일인 3일 오전 인천 부평고등학교에서 하얀 전신 방호복을 입고 비닐장갑까지 낀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시험일인 3일 오전 인천 부평고등학교에서 하얀 전신 방호복을 입고 비닐장갑까지 낀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팬데믹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전국 곳곳에서 유례없는 장면이 잇따랐다. 모든 수험생이 마스크를 쓴 채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에서 문제를 풀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들은 음압병실에서 면벽시험을 치렀다. 인천에선 흰색 전신 방호복을 입고 입실하는 응시자도 목격됐다.

코로나가 바꾼 수능날 풍경
고사장 시끌벅적한 응원 사라져
확진자는 음압병실서 ‘면벽시험’
시험 중 가림막 떨어져 자리 이동

3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고 교문 앞에선 교직원들이 수험생들을 일일이 점검하며 “마스크를 끝까지 올려 쓰라”고 당부했다. 예년과 달리 선후배들이 모여 꽹과리를 치거나 힘차게 외치는 응원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국 최저 기온이 영하 2도를 기록한 이 날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한 손엔 핫팩, 다른 한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들고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3일 서울 반포고등학교에 체온 측정 로봇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반포고등학교에 체온 측정 로봇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여고에서 앞에서 만난 안수진(18) 양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닌데, 괜히 열이 나서 시험을 못 보게 될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조예현(18)양은 “칸막이를 두고 시험을 본 적이 없어서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실제 시험 시간엔 가림막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경인고에 재학 중인 신주혜(18)양은 “한 수험생이 시험 도중 가림막이 떨어져 급히 빈 자리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고척고 3학년 이하선(18)양도 “책상과 가림막 사이 벌어진 틈에 자꾸 시험지가 껴서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학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순경(45)씨는 “딸이 12월생인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2002년에 애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험 전에 딸의 방에 텐트도 치고 중3 동생도 독서실에 못 가게 했다”고 말했다. 조정희(53) 씨도 “올해 수험생들은 고생을 참 많이 해 안타깝다”고 했다.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수험장 감독관은 위생 장갑을 착용했다. [연합뉴스]

3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수험장 감독관은 위생 장갑을 착용했다. [연합뉴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41명과 다른 질병의 환자 4명은 지역별로 마련된 별도의 장소에서 응시했다. 이날 서울의료원에선 수험생 5명이 전용으로 마련된 음압병실에서 시험을 봤다. 수능 전날까지만 해도 4명이 보기로 했었는데, 밤 사이 1명이 추가됐다.

모든 시험 절차는 일반 수험생과 동일했다. 다만 방호복을 입은 감독관의 지도 아래 시험이 실시됐다. 병실 한 곳에서 4명이 ‘면벽시험’을 치렀다. 쉬는 시간엔 병실 안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식사도 병실 안에서만 가능했다.

수능은 끝났지만 수험생들은 여전히 ‘집콕’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광주 남구의 한 고교에 다니는 이세은(19)양은 3일 “수능이 끝나면 해외여행을 꼭 가고 싶었는데 시국이 이렇다 보니 집에서 운동 말고 할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반송고의 유은서(19)양도 “친구들과 놀거나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못하게 됐다, 이참에 미뤄왔던 외국어 공부나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통업계도 ‘애프터 수능’ 마케팅을 축소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수능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고 현대백화점도 행사 지점과 매장을 대폭 줄였다. CJ올리브영 역시 수험생 대상 마케팅이 없다.

이날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3만1291개 시험실에서 치러졌다.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5만5301명(10.1%) 감소한 49만3433명이었다. 수능 제도가 도입된 1994학년도 이후 역대 최소 규모다. 관리·감독관과 방역인력은 12만708명이 투입됐다.

김지아·편광현·정종훈·박현주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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