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3일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관리 강화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신용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직장인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각각 0.1,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직장인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기존 2.23%에서 2.33%로, 마이너스 통장대출의 최저금리는 2.58%에서 2.83%로 오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은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출 속도조절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타 은행들과 달리 여러 조건을 충족할 시 제공되는 ‘우대금리’가 없는 만큼, 기본금리를 인상한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사잇돌대출, 자체 중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신용대출 금리를 2%대까지 낮추면서 고신용자 소비자들 사이에 ‘저금리 대출’로 입소문을 탔다. 이 때문에 온라인 소비자 커뮤니티에선 “믿었던 카뱅마저 금리를 올렸다”는 허탈한 반응도 나왔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달 30일부터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주거래직장인대출’에 적용되던 우대금리를 최대 0.6%에서 0.3%로 낮췄다. 금융권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던 신용대출인 ‘우리 금융인클럽’의 우대금리도 최대 0.7%에서 0.1%로 내렸다. 앞서 지난 달 26일에는 의사‧법조인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제공되던 ‘우리 스페셜론’의 우대금리를 1%에서 0.5%로 낮췄다.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도 0.7→0.4%로 낮춘 상태다.
NH농협은행도 지난 달 30일부터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대출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올원직장인대출’과 ‘올원마이너스대출’의 경우 0.3%까지 적용되던 우대금리를 아예 폐지했다. 다만 5대 은행 중 국민·신한·하나은행은 아직까지 신용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9월에 다같이 한 차례 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신용대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잇따른 고신용자 대상 대출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관리방안 실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달 30일부터 가계 신용대출을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는 등이다. 이 때문에 지난 달 말까지 시중은행에는 ‘신용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폭증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11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총 133조6925억원으로 지난 달(128조8431억원) 대비 4조8494억원 늘어났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