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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검찰, 아베 직접 조사한다...연이은 스캔들에 스가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검찰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하기로 하고 검찰 출석을 요청했다. 재임 중 도쿄의 고급 호텔에서 지지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인 '벚꽃 스캔들'과 관련해서다.

일 검찰, 아베 전 총리에 임의 사정청취 요청 #요시카와 전 농림상 뇌물 수수 혐의도 수사 #달걀업체로부터 현금 5백만엔 받은 혐의 #스가의 최측근으로 스가 정부에도 '타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교도통신은 3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베 전 총리에게 '임의 사정청취'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임의 사정청취는 검찰 출석이 기본이지만 강제가 아닌만큼 거부할 수 있으며 응할 경우에도 서면으로 대신할 수 있다. 따라서 아베 전 총리가 조사에 응하더라도 검찰에 직접 출두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와 함께 아베 내각 전직 장관의 뇌물 혐의도 수사 중이라고 이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퇴임 이후 계속해서 터지고 있는 아베 정권의 스캔들이 '아베 계승'을 내세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부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벚꽃 스캔들'에 이어 '달걀 스캔들'?

3일 요미우리·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내각에서 농림수산상(장관)을 지낸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70) 자민당 의원이 장관 재직 중 양계 업체로부터 수백만엔의 현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전 농림수산상. [EPA=연합뉴스]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전 농림수산상. [EPA=연합뉴스]

히로시마(廣島)의 대형 달걀 생산업체 '아키타푸드'의 전 대표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요시카와 의원이 농림상으로 있던 2018~2019년, 세 차례에 걸쳐 현금 500만엔(약 526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양계협회 특별고문을 맡고 있던 A씨는 달걀값이 떨어졌을 때 기준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정책을 도입해달라며 정부와 국회에 거듭 진정서를 냈다. 그 과정에서 요시카와 당시 농림상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 총리가 관련된 '벚꽃 스캔들'도 조사 중이다. 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특수부는 아베 전 총리에 임의 사전청취를 요청하는 한편 '아베신조후원회' 대표를 맡은 아베 전 총리의 공설(公設) 제1비서를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곧 입건할 방침이다.

아베 전 총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4월 정부 주최로 '벚꽃을 보는 모임'이란 행사를 열어 자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山口) 현 인사 등을 초청했다. 참가자들은 이 행사의 전야제 파티 비용으로 1인당 5천엔을 냈는데, 실제 행사 비용(1인당 1만1천엔)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이에 차액을 아베 총리 측에서 보전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벚꽃 스캔들'의 핵심이다.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 보는 모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자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개최된 '벚꽃 보는 모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자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지지통신]

앞서 시민단체 등은 검찰에 아베 전 총리와 회계 책임자 등을 전야제를 둘러싼 정치자금 규정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후원회 회계 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해온 비서가 행사 비용의 일부를 아베 총리 측에서 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를 잡고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돈 관련 스캔들 커지면 조기 총선 어려울 수도" 

스가 총리는 계속되는 스캔들과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총리 취임 전 아베 내각에서 8년간 관방장관을 맡았던 만큼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요시카와 전 농림수산상은 지난 9월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선대위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최측근이다.

3일 지지통신은 이런 상황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요시카와 사건이 사실이라면) 정권의 이미지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의원의 한 간부는 계속되는 스캔들에 대해 "앞으로의 선거에 영향을 준다. 조기 중의원 해산은 어려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캔들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요시카와 농림상의 뇌물수수 의혹은 지난 7월 기소된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상 부부 사건 조사 도중 나왔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가와이 전 법무상은 지난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히로시마 선거구 지방의원 등에 금품을 뿌린 혐의로 기소됐다.

마이니치신문은 검찰은 이 사건의 관련업체로 떠오른 아키타푸드를 수사하던 중 요시카와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에게 현금을 제공한 내역을 발견했다며 이번 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요시카와 의원이 받았다면) 다른 농림족(族) 의원들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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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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