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 딸, 좀만 늦게 낳을걸" 고사장 앞 엄마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2020.12.03 10:20

업데이트 2020.12.03 10:29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서초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서초고등학교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3일 오전 7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고사장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서울 제18시험지구 제11시험장) 앞. 한 교직원이 교문을 들어서는 수험생들에게 “마스크를 끝까지 올려 쓰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 속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열렸다. 수험생들은 예년과 달리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수험장에 입장했다. 선후배들이 모여 꽹과리를 치거나 힘차게 외치는 응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코로나 19 여파로 ‘교문 앞 응원전’이 아예 금지됐기 때문이다. 입실 시간도 지난해엔 오전 7시였지만, 올해는 학생들을 분산하기 위해 오전 6시 30분으로 당겼다. 전국 최저 기온이 영하 2도를 기록한 이 날 마스크를 쓴 수험생들은 한 손엔 핫팩, 다른 한손에는 도시락 가방을 들고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수험생들은 교문 앞에서 학부모와 포옹을 했고, 한 학부모는 ‘기회는 많으니까 긴장하지 말라’며 자녀의 등을 토닥였다. 자녀를 들여보낸 뒤 두 손을 모으고 30초간 기도하는 학부모도 보였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이화외고 앞에서 어머니가 담 너머로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이화외고 앞에서 어머니가 담 너머로 고사장으로 향하는 수험생을 바라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또 연기 안 돼 다행…칸막이는 걱정”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서울 여의도여고(서울 13 시험지구 제14 시험장) 앞에서 만난 구일고 안수진(18) 양은 “코로나 때문에 아픈 게 아닌데, 괜히 열이 나서 시험을 못 보게 될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이 또 연기되진 않을지 조마조마했는데 미뤄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당초 11월 19일이었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한차례 미뤄졌다.

코로나 19는 시험장 내부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책상마다 칸막이가 설치됐고,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 동일여고 장은비(18)양은 “학교에서 워낙 마스크를 오래 쓰고 있어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험 보는 건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면서도 “칸막이가 있어서 시험지를 넘길 때 불편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인고 조예현(18)양도 “칸막이를 두고 시험을 본 적이 없어서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서초고 앞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편광현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서초고 앞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편광현 기자

고3 동생을 고사장 앞까지 데려다준 박주원(22)씨는 “수험생인 동생이 친구들과 칸막이를 함께 구매해 예행연습을 했다”며 “아무리 동일한 조건이라도 올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선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2002년에 애 낳지 말걸” 학부모들의 눈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여의도여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여의도여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이날 고사장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험생 김수경(18)양의 어머니 한순경(45)씨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2002
년에 애를 낳지 않았을 것”이라며 “딸이 12월생이라 한 달만 늦게 낳았어도 올해 수능을 안 봤을 텐데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나 고3 딸이 코로나에 걸릴까 봐 방에 텐트도 치고, 중3 동생도 독서실에 못 가게 했다. 기성세대로서 2002년생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재휘(18)양의 학부모 조정희(53) 씨도 “딸이 목동 학원가에서 공부했는데, 학원 바로 옆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와 마음을 졸였다”며 “마스크를 오래 끼고 있으면 졸린다는 데 걱정이다. 올해 고3들은 학원, 독서실도 못 가서 고생을 참 많이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확진자 37명, 별도 장소에서 응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이화외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이화외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부모님과 포옹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편, 이날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6개 시험지구, 3만1291개 시험실에서 시작됐다. 응시자는 지난해보다 5만5301명(10.1%)이 감소한 49만3433명이다. 관리·감독관과 방역인력은 12만708명이 투입됐다. 응시자들은 체온 측후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별도 시험실에 배치된다. 코로나 19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도 별도 장소에서 시험에 응시한다. 1일 기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총 37명이다. 이날 수능은 제2외국어를 응시할 경우 오후 5시 40분, 응시하지 않을 경우엔 오후 4시 32분에 종료된다.

김지아·편광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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