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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34명 죽은 美 '다이빙 보트' 선장…해상 살인 34건 기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9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섬 인근에서 한 다이빙 보트 선박에 불이 나 34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화재 진압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해 9월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섬 인근에서 한 다이빙 보트 선박에 불이 나 34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당시 화재 진압 모습.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선박 화재로 승객 등 34명이 사망한 배의 선장이 34건의 해상 살인(seaman’s manslaughter)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상 살인은 1건마다 징역 최대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죄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중앙지방법원은 1일(현지시간) 제리 넬 보일런(67) 선장이 34건의 해상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보일런 선장은 지난해 9월 2일,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섬 인근에서 ‘컨셉션’이라는 이름의 75피트짜리 오락용 다이빙 보트(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잠수부들을 위한 배)를 몰다가 선박 화재로 승객 33명과 선원 1명을 죽음에 이르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배에는 승객 33명과 보일런 선장을 포함한 선원 6명이 타고 있었다. 보일런 선장 등 5명은 불을 뚫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갑판 아래 침실에서 자고 있던 34명은 참변을 당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예비 보고서에서 화재 발생 당시 선원 6명 모두가 잠들어 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다이빙 보트 화재 다음날 현장 인근에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오리발 등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다이빙 보트 화재 다음날 현장 인근에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꽃과 오리발 등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검찰은 공소장에서 “보일런 선장은 선박과 선원, 승객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었다”면서 “(그가)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의무에 대해 태만함과 부주의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규정 등에는 선장이 야간 경계 및 순찰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보일런 선장은 사건 당일 순찰을 하지 않아 화재가 일어나는 걸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보일런 선장은 평소 선원들과 소방 훈련을 하지 않았고, 비상 상황에서의 행동 지침 등을 선원들에게 충분히 숙지시키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고 검찰은 질타했다.

닉 한나 검사는 “보일런 선장이 안전 규정을 따르는 데 실패한 결과, 연휴 기간의 즐거운 다이빙 여행은 지옥 같은 악몽으로 뒤바뀌었다. 승객들과 선원 1명은 탈출할 방법이 없는 2층 침대가 있는 방에 갇혔다”며 “그날의 죽음은 34명의 피해자 유가족의 삶에 영원히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 사건 기소를 통해, 우리는 피해자들과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존슨 연방수사국(FBI) 로스앤젤레스지부 부지부장은 “이 비극은 많은 사람과 그 가족들의 삶을 바꿔놓고, 이를 공포 속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애도를 계속하겠다”며 “사건 기소를 통해 적절한 (사고) 예방 조치와 훈련이 늘어나 선박 사고와 무분별한 인명 파괴 행위를 예방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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