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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가 뽑은 위원도 秋에 뿔났다···尹 손들어준 감찰위의 분노

중앙일보

입력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날 참석한 강동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희림 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날 참석한 강동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희림 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청구, 직무배제, 수사의뢰 처분은 부적정함.”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발표 내용이다. 감찰위는 만장일치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수사 의뢰 처분이 모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향후 추 장관 법무부가 진행해온 감찰 적절성을 따질 포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장일치 뜻모은 감찰위

지난 1일 긴급회의를 연 감찰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윤 총장 징계 절차가 부적절하다는 내용을 의결했다. 특히 이날 참석한 감찰위원 중 3명은 “절차뿐 아니라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며 더 강경한 내용의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향후 감찰 과정에 대한 적절성을 따질 근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감찰위는 외부인사가 대다수다. 이중 일부는 추 장관 취임 이후 위촉되기도 했다. 추 장관이 위촉한 사람들조차 ‘절차파괴’를 지적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뒷북’감찰위에 위원들 뿔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을 위해 외출하며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점심을 위해 외출하며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법무부는 위원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감찰 규정을 선택사항으로 변경하고,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 이후에 감찰위를 예정했다. 사실상 감찰위를 ‘패싱’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28일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개시하고, 6일 뒤에 감찰위의 자문을 받도록 한 강제 조항을 임의 조항으로 바꿨다. 이를 놓고 위원들의 의견도 묻지 않았다고 한다.

전례와 달리 징계위 다음으로 감찰위가 예정되기도 했다. 징계위가 심의를 열고 해임 등 중징계를 의결하고, 추 장관은 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징계가 결정된다.

이에 위원들 사이에서는 ‘감찰위가 껍데기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감찰위원들은 윤 총장의 감찰 적절성을 논의하겠다면서 임시회의 소집요청서를 냈다. 11명의 감찰위원 중 3분의 1이상이 요청할 경우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법무부는 우편 접수를 거론하는 등 극히 까다로운 조건을 언급키도 했다.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감찰위원회를 열지 말아달라고 평소 알던 위원에게 읍소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다만, 박 담당관은 “읍소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尹 징계위에도 영향 끼칠까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결국 감찰위는 징계위를 앞선 시점에서 개최됐고, 감찰위에 이어 법원도 잇따라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며 추 장관이 궁지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징계위에서는 감찰위 결과와 관계 없이 해임‧면직 등 중징계 뜻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 법무부 징계위가 감찰위 권고를 따를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추 장관도 감찰위 권고 이후 낸 입장문에서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찰이 진행되었다”고 감찰위의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징계위를 앞두고 법무부 차관이 임명된 것 역시 절차적 흠결 논란 없이 ‘속전속결’로 강행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 차관은 징계위 당연직 위원이기 때문이다. 고기영 차관의 사직으로 공석이 된 차관 자리에는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이 2일 임명됐다. 앞서 이 차관은 법무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2월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은 바 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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