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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초만에 뻗고도 허세 작렬···'중국판 허경영' 무림고수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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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르터우탸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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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초

마바오궈. [진르터우탸오 캡처]

마바오궈. [진르터우탸오 캡처]

이 시간. 한 중국인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마바오궈(馬保國·68)란 인물이다. 4초는 그가 지난 5월 아마추어 격투기 선수와 싸움을 시작하고 다운당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후 다시 일어섰지만, 2차례 더 다운됐다.

마바오궈의 격투 영상. [바이두바이커 캡처]

마바오궈의 격투 영상. [바이두바이커 캡처]

결국 경기 시작 30초 만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킨다. 당시 영상을 보면 정말 ‘주먹 한 방’에 고꾸라진다. 혼원형의(渾元形意) 태극문(太極門) 문파의 창시자라는 자칭 ‘무림고수’ 마바오궈의 굴욕이다.

마바오궈의 해명인터뷰 모습.[진르터우탸오 캡처]

마바오궈의 해명인터뷰 모습.[진르터우탸오 캡처]

하지만 대결 후 그의 인기는 폭발했다. 격투 영상은 중국 온라인에서 수억 명이 시청했다. 마바오궈가 경기 직후 SNS에 올린 해명 인터뷰도 화제였다.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상대가 기습 공격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무인의 덕목을 모른다”고 여유 있게 이야기했다. 눈가에 선명하고 크게 부은 멍 자국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허세 가득한 모습에 중국 네티즌이 열광했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마바오궈 인터뷰는 중국 젊은이에게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나 콘텐트)’으로 활용됐다. 한국으로 치면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의 곽철용 대사)’ ‘사딸라(드라마 야인시대 김두한 대사)’ 처럼 온라인상에서 놀 거리로 받아들인 거다. 마씨가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동작을 하는 모습을 가지고 네티즌들이 각종 패러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허경영씨. [중앙포토]

허경영씨. [중앙포토]

무술고수를 자처하는 그를 네티즌들이 진지하게 비판하기보다 유머로 받아들인 결과다. 마치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 단골손님으로 ‘공중부양과 축지법’을 한다고 주장하는 허경영씨에 젊은이들이 열광한 것과 비슷하다.

마바오궈는 중국 혼원형의 태극문의 창시자라고 말한다. 과거 영국에서 유럽 격투기 챔피언 세 명을 하루에 상대해 모두 이겼다고 선전했다. [바이두 캡처]

마바오궈는 중국 혼원형의 태극문의 창시자라고 말한다. 과거 영국에서 유럽 격투기 챔피언 세 명을 하루에 상대해 모두 이겼다고 선전했다. [바이두 캡처]

어쨌든 마바오궈의 인기는 치솟았다. 그가 4월에 만든 웨이보 계정은 현재 구독자만 22만명이다. 여기에 같은 이름의 여러 계정까지 합하면 구독자는 훨씬 더 많다. 중국 신경보는 그의 온라인 팬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선 1년에 100위안(1만7000원)을 내야 한다고 전했다.

[북경만보 캡처]

[북경만보 캡처]

마바오궈의 유명세로 돈을 버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북경만보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상에서 그의 ‘멍 자국 얼굴’은 브랜드가 됐다. 멍 자국 얼굴과 인터뷰 문구를 결합한 디자인 표지로 만든 옷이 69위안(약 1만2000원)에 팔리고 있다.

[북경만보 캡처]

[북경만보 캡처]

물컵과 휴대폰 케이스, 자동차 래핑 스티커로도 팔리고 있다. 마바오궈가 썼다는 무술 관련 책도 온라인상에서 28~100위안의 가격에 팔린다. 그가 하나의 경제가 된 거다.

이렇게되자 중국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나 보다.  

[북경만보 캡처]

[북경만보 캡처]

인민일보는 11월 28일 웨이보에 ‘마바오궈 난동을 당장 끝내자’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마바오궈 열풍은) 대중의 환심을 사기만 하면 먹고 살 수 있고, 허세만 부려도 상업적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민일보 웨이보 캡처]

[인민일보 웨이보 캡처]

마씨의 영상을 올려 조회 수를 올리는 인터넷 매체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자 시나 웨이보는 마바오궈 관련 단체 대화방을 삭제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도 마바오궈 콘텐츠를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했다.

둬웨이는 무협소설이 중국 전통무술을 신비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의천도룡기 웨이보 캡처]

둬웨이는 무협소설이 중국 전통무술을 신비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의천도룡기 웨이보 캡처]

일부 언론은 마바오궈 현상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중국에서 무림 문파는 존재하는가. 중국 전통무술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쓰기도 했다. 둬웨이는 기사에서 “무림 문파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존재”라며 “과거 전투를 위한 실전 기술이었던 중국 전통무술은 시간이 흘러 무협소설 등에 의해 허구의 세계가 덧붙여져 신비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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