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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워크숍이 사전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IACC를 공동주최하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가 워크숍에서 다뤄질 일부 발표 내용 중 정치인 관련 부패 사례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IACC는 각국 정부·국제기구·반부패 전문가들이 최신 반부패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부패 민·관 합동 포럼이다.
"권익위가 與 인사 사례 넣은 워크숍 자료 삭제 요구"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던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부패 현황 및 투명성 제고 방안' 워크숍 관련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측이 '여당 정치인 부패 사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자료가 삭제됐다. [독자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2/03/67335906-5689-4ebf-a63a-e74f45a8142f.jpg)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던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부패 현황 및 투명성 제고 방안' 워크숍 관련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측이 '여당 정치인 부패 사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자료가 삭제됐다. [독자 제공]
2일 IACC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부패 현황 및 투명성 제고 방안’을 주제로 열릴 워크숍을 앞두고 권익위가 내용을 문제 삼아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련 자료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워크숍은 교수와 기자, 시민운동가 등 총 8명의 발표자와 토론자가 오는 5일 화상회의를 통해 전 세계 부패전문가들과 함께 한국 지자체의 부패 사례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발표자 중 한 명인 김상민 정의연대 사무총장은 지난주 IACC 홈페이지에 워크숍에서 다룰 ‘한국 지방자치단체 부정부패 실태와 유형’ 주제 발표문을 올렸다. 해당 발표문에는 ‘기초자치단체장 인사 비리’ ‘인허가 관련 토착비리’ ‘정치인의 친인척 특혜’ 등의 사례가 담겼다. 그러나 이를 본 권익위는 발표문에 특정 정치인이 언급된 점을 지적했다. 당시 발표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A국회의원의 친인척과 관련한 비리 사례가 익명으로 처리돼 담겨 있었다.
김 사무총장은 “권익위가 발표 내용에서 A의원의 사례가 언급된 것을 지적하며 자료를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며 “처음부터 익명으로 사례를 소개했고 권익위의 문제제기 이후 한 차례 자료를 수정해서 다시 올렸지만 계속 지우라는 압박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현재 IACC 홈페이지에 관련 자료를 자진 삭제한 상태다.
권익위, “법적 분쟁 당사자의 적절치 않은 주장”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에서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부패 현황 및 투명성 제고 방안' 워크숍의 발표자였던 김상민 정의연대 사무총장이 IACC 홈페이지에 남긴 글. [IACC 홈페이지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12/03/f0ecaaae-f3e8-42d8-bf43-da4863cf7751.jpg)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에서 '한국 지방자치단체의 부패 현황 및 투명성 제고 방안' 워크숍의 발표자였던 김상민 정의연대 사무총장이 IACC 홈페이지에 남긴 글. [IACC 홈페이지 캡처]
권익위 측은 “김 사무총장은 A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으로 이미 1심에서 패소한 사람”이라며 “A의원에 대한 고소와 고발을 이어가는 시민운동가의 일방적 주장을 워크숍에서 다룰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반면 김 사무총장은 “관련 소송과 무관한 사례를 언급했음에도 권익위가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며 “지자체 부패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발표 내용을 미리 들여다보며 검열을 하는 것은 정치인의 부패 문제에 대한 얘기를 아예 꺼내지 말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한국 기관·단체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대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워크숍 주최자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를 했을 뿐”이라며 “해당 발표 내용이 당사자들 간의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이고 법원에서 패소까지 한 내용을 다시 발표하는 것은 회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료 중 이니셜 처리가 되어 있으나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특정인들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