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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위 한뼘짜리 선생님 모셨다···전국 '개인 교실' 535만개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전국 초·중·고 학생 535만여명은 각자의 가정을 교실 삼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똑같은 책상, 똑같은 의자에 앉아 공부하던 아이들은 가정 형편에 따라 각각 다른 책상 앞에 앉게 됐습니다.

<코로나가 감염시킨 교실③>

535만여명의 초·중·고생들이 각자 이용하는 '개인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코로나19 이후 우리 학생들은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을까요. 전국의 학생 30여명에게서 받은 개인 교실의 책상을 소개합니다.

책상 없어 밥상에서 공부 vs 집에서 해외 원격수업

초등학교 4학년 건우군의 교실. 한뼘짜리 테블릿이 선생님 역할을 한다. 사진 본인제공

초등학교 4학년 건우군의 교실. 한뼘짜리 테블릿이 선생님 역할을 한다. 사진 본인제공

“우리 집엔 책상이 없어요. 그래서 밥상을 두고 누나랑 같이 책상처럼 쓰고 있어요.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방바닥에 앉다 보니 자꾸 눕게 돼요. 선생님껜 비밀이에요. 태블릿 PC는 학교에서 나눠준 덕분에 이번에 처음으로 만져봤어요. 이 한 뼘짜리 태블릿이 제 선생님이에요.”
-서울 강동구 공립 초등학교 4학년 이건우(가명)군-

10살 준이군은 한국 집에서 싱가포르 국제학교 수업을 들었다. 사진 본인제공

10살 준이군은 한국 집에서 싱가포르 국제학교 수업을 들었다. 사진 본인제공

“8월부터 집에서 싱가포르 국제학교 수업을 듣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싱가포르에는 못 가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오늘은 문학 수업에서 발표했는데 선생님이 엄청 칭찬해주셨어요.”
-싱가포르 국제학교 3학년 이준(가명)군-

“급식 없어 아쉬워” vs“태블릿 PC 추가 구매”

탈북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수정양. 온라인 개학시기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 본인제공

탈북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수정양. 온라인 개학시기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 본인제공

“제가 공부하는 책상은 별거 없어요. 간단하죠? 그래도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은 없어요.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릴 때도 있지만요. 책상이 문제가 아니라 점심시간이 조금 문제예요. 부모님 두 분 다 일찍 일하러 나가셔서 저 혼자 챙겨 먹는데 학교 급식이 훨씬 맛있어요.”
-경기도 탈북대안학교 재학생 김수정(가명)양-

사립 국제학교에 다니는 해인양의 교실. 코로나 확산 후 테블릿PC를 추가 구매했다. 본인제공

사립 국제학교에 다니는 해인양의 교실. 코로나 확산 후 테블릿PC를 추가 구매했다. 본인제공

“코로나가 터지고 부모님이 태블릿 PC를 하나 더 사주셨어요. 아무래도 필요할 거라면서요. 덕분에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저는 보통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태블릿에 필기하거든요.”
-제주 사립 국제중학교 1학년 이해인(가명)양-

“온라인 수업 지장 없어” vs “우린 망한 세대”

사립학교 고1 재학 중인 박모군의 교실. 맥북과 데스크 탑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사진 본인제공

사립학교 고1 재학 중인 박모군의 교실. 맥북과 데스크 탑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사진 본인제공

“학교에는 안 가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 온라인 수업을 해도 교복을 입고 오전 9시에 줌을 켜서 아침 조회를 해야 하거든요. 그날 배운 내용은 오후 8시까지 요약해서 올리라는 숙제도 내줘서 쉴 틈이 없어요. 음악이랑 체육 수업도 큰 차질 없이 진행했어요. 요가나 악기 다루는 모습도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면 선생님들이 다 코멘트를 남겨주셨어요.”
-제주시 사립 고등학교 1학년 박모군-

고등학교3 진혁군의 교실. 진혁군의 책상엔 EBS 교재가 놓여있다. 본인제공

고등학교3 진혁군의 교실. 진혁군의 책상엔 EBS 교재가 놓여있다. 본인제공

“저는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면 졸아도 깨워줄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지켜보는 선생님이 없으니까, 몰래 유튜브도 봤고요. 그래서 학교에 안 가는 날엔 평소보다 유튜브를 4시간 정도 더 봐요. 저희는 ‘망한 세대’인 걸까요?”
-서울 관악구 사립 고등학교 3학년 김진혁군-

특별취재팀=김지아·성지원·정진호·김정민·정희윤 기자 kim.jia@joongang.co.kr

① 학교 안간 고3, 2등급→4등급으로 ‘뚝’…“1년만 일찍 태어날 걸”
② 급식실 문 닫자 10살은 62kg 됐다…편의점으로 몰린 아이들
③ 문 닫은 학교 그 후…535만개 각자의 교실이 생겼다
④ “AI 선생님 1년에 166만원”…인공지능이 교육격차 좁혀줄까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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