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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인공지능 교육 선도해 세계 최초 성공 모델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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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제영 이화여대 호크마 교양대학장

정제영 이화여대 호크마 교양대학장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는 교육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OECD는 각국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OECD의 60여 개국 인공지능 정책 평가에서 한국은 교육을 포함한 공공 정책이 미흡한 것으로 나왔다.

민간은 기술 활용 적극 투자하고 #정부는 합리적 규제 만들어 돕길

지난달 20일 교육부가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발표한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 과제’는 시의적절해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정책 방향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초·중·고에 2025년부터 적용될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인공지능 교육’을 도입한다. 둘째, 인공지능 인재양성 정책성과를 점검하고 발전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한다. 셋째, 2021년도부터 공교육 질 개선과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교육을 만들어가는 실행의 과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현재의 사회적 양극화보다 더욱 극심한 격차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격차로 인해 미래 사회가 승자독식 사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육적 가치의 배분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교원의 변화가 중요하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교육개혁이 시도됐지만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대부분 제도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다. 교육의 제도적 변화와 시스템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교원이다. 교원이 변해야 교육이 혁신된다는 중요한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 교육은 교원이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셋째,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은 수많은 하위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 교육을 설계할 때 교육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하위 시스템들의 조율과 조정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제도는 큰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는데 2022년에 국가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2025년에 새로운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 초등 5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8학년도에는 대입제도가 개편될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래 교육은 이 시간표에 맞게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육평가,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넷째, 민관 협력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술의 발전은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다. 에듀테크라고 불리는 교육분야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교육 플랫폼을 만들고, 다양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시스템 개발 및 학습자 데이터 활용을 통해 시스템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일은 민간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교육 분야 데이터의 활용과 보안 관련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간을 위한 기술을 구현하는 합리적 규제를 만드는 것이다.

교육분야는 상황과 영역에 따라서 미국·싱가포르·핀란드·독일·노르웨이에 이르기까지 외국의 교육제도를 보면서 부러워하고 따라서 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것 중에서 성공한 교육정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라마다 역사와 문화에 맞는 교육제도를 만들어서 실천해 왔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교육 사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전인미답의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대한민국의 문화와 기술에 맞는 미래 교육 시스템을 구현해 ‘K-에듀’로 전 세계 교육을 선도해갈 날을 기대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호크마 교양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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