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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튀고 감금되고…시간 날 때마다 그런 사진 찾아봤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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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종서의 새 영화 ‘콜’. 극장 개봉을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OTT로 직행했다. [사진 넷플릭스]

전종서의 새 영화 ‘콜’. 극장 개봉을 준비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OTT로 직행했다. [사진 넷플릭스]

“촬영하고 집에 돌아가면 온몸에 열이 났어요. 각성된 상태랄지, 잠이 안 오고 몸이 불같이 뜨거웠는데 2주 정도 지나니까 적응됐죠.”

영화 ‘콜’의 연쇄 살인범 전종서 #넷플릭스로 직행한 타임슬립물 #앞날 알게 되며 살인귀로 변신 #“촬영 초반 매일 고열에 시달려”

새 영화 ‘콜’(감독 이충현)에서 연쇄 살인마로 변신한 배우 전종서(26)가 지난달 30일 화상 인터뷰로 들려준 얘기다. 영화는 각각 2019년과 1999년, 같은 집에 사는 20대 서연(박신혜)과 영숙(전종서)이 20년을 거슬러 잘못 걸려온 전화로 뒤얽힌 타임슬립물. 전종서는 서연의 과거를 쥐락펴락하며 현재까지 옭아매는 영숙을 연기했다. 서연을 통해 자신의 앞날을 알게 된 그는 외딴집에 감금된 비련의 소녀 같은 모습에서 살인귀로 거듭난다. 넷플릭스로 직행한 영화가 지난달 27일 공개되자마자 “역대급 악역”이란 호평이 잇따른다.

첫 주연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데뷔작 ‘버닝’(2018)에선 이창동 감독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며 오디션을 통해 발탁한 그다. 푸에르토리코 영화 ‘더 콜러’(2012)의 리메이크작인 ‘콜’에서 전종서는 어디로 튈지 모를 신선한 광기로 등장 장면마다 긴장감을 끌어낸다.

단편 ‘몸값’(2015)으로 주목받은 뒤 이번에 장편 데뷔한 이충현 감독은 전종서를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아름다움”에 빗댔다. “영화 찍을 때 동선이나 표정, 대사도 거의 매 테이크 자유롭게 다른 애드리브를 보여줬다. 서연과 전화하다 싱크대에 주먹질하며 욕하는 대사도 대본에 없던 것이다. 배우의 동물적인 움직임을 카메라가 따라가며 촬영했다”면서다.

전종서는 “대본을 잘게 쪼개 보고 머릿속에 충분히 시뮬레이션해서 현장에서 그 느낌만 갖고 상황에 ‘입수(入水)’했다”고 돌이켰다.

“몸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먹듯” 영숙다운 마음의 양식도 쌓았다. “자주 봐야 생각도 닮잖아요. 몸을 만들려고 음식을 먹듯 시간 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수집했어요. 분수처럼 피가 쏟아지는 장면 등 자극적인 사진을 많이 봤어요. 작은 악마, 독방에 갇힌 여자아이, 노란 우비를 입고 산속을 비 맞으며 빨간 배낭 메고 뛰어가는 작은 여자아이 뒷모습도 기억에 남아요.”

이 감독이 극중 영숙 캐릭터와 닮아 골랐다는 서태지의 메탈곡 ‘울트라맨이야’,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이리시의 “약간 기괴하지만 장난꾸러기 악동 같은” 노래에도 많이 기댔다.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그는 목소리로도 표현했다. 간혹 입에 힘을 쭉 뺀 어눌한 말투조차 섬뜩하게 변주한다. 40대 영숙의 장면도 직접 소화한 전종서는 “영숙의 파워풀한 모습 이면에 살짝만 쳐도 깨져버릴 듯한 얇은 유리 같은 모습도 많이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역 박신혜에 대해 “영숙이 폭발하고 포효하려면 신혜 배우님이 비례하며 달려줘야 했다. 저는 폭발하는 순간이 많았다면 신혜 배우님은 바닥을 쳐야 했고 매 회차 눈이 충혈되도록 울고 가셨다. 그 중심을 놓지 않고 가 줘서 균형이 잘 맞았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넷플릭스 전 세계 인기순위 1위에 올랐던 영화 ‘#살아있다’의 박신혜와 칸 화제작 ‘버닝’ 전종서의 만남을 주목한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일반관객 신선도는 80%에 달한다.

“‘콜’이 코로나로 개봉 연기되면서 김장하듯 묵혔다가 제일 맛있을 때 보여드리게 된 것 같아요. 기존 한국영화에 국한되지 않은 스타일이라 오랜 시간 파격적이고 섹시한 영화로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신선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거침없이 도전해보려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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