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청와대, 법무차관 전격 임명…검찰은 원전수사 영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용구

이용구

청와대가 신임 법무부 차관을 발표한 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문 대통령, 우리법 출신 이용구 기용 #내일 윤석열 징계위 강행 의지 #윤 복귀 다음날 산업부 3명 영장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가속 #윤석열 징계위원 맡아 논란 소지 #대통령 “이용구 징계위원장 안 돼” #윤 징계 직접 책임 피하기 분석 #여권 내 “밀어붙인다고 되겠나”

윤 총장의 승인에 따라 대전지검은 공용 전자기록 손상 등의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총장을 겨눈 법무부의 징계위원회(4일 예정)와 청와대로 향할 수도 있는 월성 원전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여권과 검찰이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복귀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정부의 정당한 정책에 대한 명백한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다”며 “정치적 중립을 잃어버린 검찰 조직의 무모한 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임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사진) 변호사를 임명했다. 고기영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지 24시간이 안 돼 후속 인사를 강행했다.

관련기사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법률 전문성은 물론 법무부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검찰개혁 등 법무부의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의 절차적 흠결을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징계위엔 법무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는데, 고 전 차관이 사표를 내면서 위원 한 명이 공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초강수’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차관이 친정부 성향의 법관 출신이라는 점도 정치권과 법조계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그는 판사 시절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8월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비검찰 출신 최초 법무실장으로 2년8개월 재직할 때엔 정부의 개혁 방향인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에 주력했다.

이후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 친문 핵심 인사를 변호한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특히 이 차관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내부에선 “월성 원전 사건 핵심 인물의 변호인을 법무부 2인자이자 징계위원 자리에 앉히는 것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은 친여 성향 인사를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고 징계위에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백운규 변호인 이용구를 법무차관에…“수사 무력화 의도”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철민 주헝가리 대사(왼쪽) 등 6개국 신임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 후임으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철민 주헝가리 대사(왼쪽) 등 6개국 신임 대사들에게 신임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 후임으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은 윤석열 제거 목표를 위해 법무부 차관을 총알처럼 임명했고 내용 면에서도 강남 2주택자를 임명 강행하면서 자기부정 인사도 불사했다”고 지적했다.

이 차관 임명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오전 문 대통령을 만나 요청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에 응하면서 고 전 차관의 항의성 사퇴로 차질을 빚을 뻔했던 ‘윤 총장 징계위’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차관이 없더라도 징계위는 열 수 있지만, ‘졸속’ 논란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

청와대 측은 2일 이 차관이 징계위원장은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징계위원장은 7명의 징계위원(법무부 장차관, 검사 2명, 외부위원 3명) 중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위원이 맡는데, 추 장관은 고 전 차관이 사의 표명을 하기 전에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차관 임명 요구에 ‘임명은 해주는데 징계위원장은 시키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을 해칠 소지의 일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을 쳐낼 수도 있는 징계위 위원장을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는 부담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도 법적 절차와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윤 총장 징계위를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 직무배제 효력정지 결정을 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규정과 절차에 따른 법무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결연한 의지로 검찰개혁을 계속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검찰개혁의 대의에 함께해 주시기를 간청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개혁’이란 단어를 여덟 차례 사용했다. 이어 여당 지도부는 “검찰개혁 완수, 흔들림 없이 이뤄내겠다”(노웅래), “어떠한 저항에도 검찰개혁을 반드시 해낼 것”(신동근)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밀어붙인다고 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여곡절 끝에 징계한다 하더라도 ‘대통령 재가’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최종적인 부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떠안게 된다”며 “차라리 추 장관이 여기서 멈추는 게 검찰개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구 강남 아파트 2채 논란=이용구 신임 차관이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 차관 부부는 서울 서초동 S아파트와 도곡동 S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공시가격이 11억6000만원, 8억4800만원이며 최근 실거래가는 약 24억원, 약 17억원인 아파트다. 이 차관은 아파트 외에 현금과 부동산 등 약 20억원의 재산을 더 신고했다. 이는 지난 8월 차관급 인사 발표 때 청와대 측이 “1주택은 청와대뿐 아니라 정부 부처 인사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내정자의 아파트 매각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코드에 맞는 인사를 서두르느라 2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차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현석·윤성민·김수민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