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 복귀 이틀 만인 2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하면서 수사는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연루 정황이 드러날수록 윤 총장과 여권의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운규·채희봉, 지시 개입 정황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본격화 #상부 결재 없이 윤석열 입건 의혹 #조남관, 한동수 감찰부장 조사 지시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는 이날 월성1호기 관련 자료 444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한 죄명은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 침입, 감사원법 위반이다.
수사팀은 지난달 5일 산업부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관계자들의 소환조사를 이어갔다. 윤 총장이 직무 정지되기 일주일 전 대전지검은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요청했지만 윤 총장은 보완 지시를 내렸다. 보완을 거쳐 대전지검은 지난달 24일 최종 영장 청구를 보고했지만 윤 총장의 직무 정지로 수사는 나아가지 못했다.
윤 총장은 전날 직무 복귀 후 이틀 동안 대전지검 수사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대전지검은 원전 파일을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들의 구속이 부득이하다고 주장했고 이를 윤 총장이 승인했다. 대전지검은 최초 영장 청구 보고가 2주나 지난 상황을 고려할 때 더는 늦출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으로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는 자료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게 관건이다.
본류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류 수사의 핵심은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 결과를 조작한 혐의다.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염두에 두고,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고의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안이 급박하고 범죄 혐의가 뚜렷한데 이에 대한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윤 총장이 직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영장이 발부됐을 경우에는 여권이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이유가 드러나게 되는 셈이고, 기각됐을 경우에는 반대로 윤 총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 감찰부(한동수 부장)가 지난달 23일 윤 총장을 실명 대신 ‘성명불상자’로 형사입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은 입건 며칠 전 법무부로부터 ‘수사 참고자료’ 명목으로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는데, 법무부 문건에는 ‘성명불상자, 직권남용 혐의’로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사실을 당시 총장 직무대행이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 등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한 감찰부장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접속, 내용을 입력한 뒤 감찰부에 직접 배당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는 규정 위반이다. 조 차장검사는 형사입건 사실을 이틀 후인 25일께 확인하고 한 감찰부장을 질책했다고 한다.
감찰부는 이와 관련해 ‘법무부 자료에 성명불상자로 돼 있고, 내용상 대검 지휘·감독자와 관련된 내용이라 보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후 조 차장검사는 윤 총장에 대한 법원의 직무 정지 취소 결정이 있기 전이었던 1일 오전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감찰부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한 감찰부장 이하 감찰부가 추 장관의 지시로 각종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 인권을 침해하고 수사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일선 검사들의 진정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수사 의뢰로 이어질 수 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