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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코로나로 택배기사·보건종사자 의존, 그 일의 존엄성 생각해봐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특별세션에서 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화면 오른쪽)가 김선욱 숭실대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특별세션에서 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화면 오른쪽)가 김선욱 숭실대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2일 “기회의 불평등을 인정하는 (한국인의) 문제 인식이 경제·사회 개혁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제투명성기구 등이 공동 주최한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 ‘공정, 정의 그리고 공동선을 말하다’ 특별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선욱 숭실대 교수가 샌델 교수와 대담을 진행했다.

김=“새 저서『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코로나19와 어떻게 연결되나.”
샌델=“우리 사회에 코로나19 이전의 불평등이 팬더믹 위기로 더욱 강조되고 심화됐다. 우리는 이 기간(팬더믹) 동안 택배기사·트럭운전사·보건종사자 등 많은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임금을 많이 받거나 존경받는 직업은 아니었다.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떻게 보상할지, 그 일의 존엄성에 대해 말이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중앙포토]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중앙포토]

공정기회 韓 비관적, 美 낙관적 이지만 

김=“권익위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1명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게 가능하다고 답했다."
샌델=“현실을 반영한 설문조사다. 대다수 한국인이 공정한 기회가 모두에게 제공되지 않으며, 자신의 노력만으로 일어서기 어렵다고 믿고 있다. 미국인은 좀 더 낙관적이다. 사회적 상승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민층에서 사회적 상승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인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은 자아비판적이며 솔직하다. 기회의 불평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비판적인 의견들을 수용하고, 문제를 인식해야 경제를 개혁하고 사회를 개혁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공정 경쟁기회 고루 제공했는가 

시민 패널=“가정환경이 대학 입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정성을 증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샌델=“대학 입학경쟁이 치열한데, 특히 부모의 소득 차이가 입시 결과에 많이 반영됐다. 우리는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한 기회를 (젊은이에게 고루) 제공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또 학생들은 내가 어떤 일에 열정을 가졌는지 한발 물러서서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태만했다. 미래를 이야기할 때 명문대학에 가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 문제로 대학 입학 후에도 학생들은 심리적 압박감을 얻게 된다. 평등한 기회 부족과 이런 심리적 문제가 우리 사회의 문제다.”

김=“시민교육을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은가.”
샌델=“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정이란 무엇인지, 조화롭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익숙지 않은 것(타인 등)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할지 등 말이다. 도덕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를 통해 시민교육 훈련이 가능하다.”

국제반부패회의(IACC), 강연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 연합뉴스

국제반부패회의(IACC), 강연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 연합뉴스

시민적 공동선이란  

김=“사회 연대를 회복하기 위해 ‘공동선의 정치’를 찾아야 한다고 보는지. 공동선은 도대체 어떻게 발견될 수 있는 것인지.”
샌델=“공동선 개념을 소비와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함께 추론하는 게 ‘시민적 공동선’이다.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이뤄야 하는지, 공정한 경쟁은 무엇인지,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등 이런 것을 생각하는 것이 시민적 공동선이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시민들이 인간에 대한 공감력, 동정 능력, 연민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이 상호존중과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이다.”

시민 패널=“좋은 정치를 위해서는 법률 능력, 전문 지식도 많이 갖추어야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높은 학력이 꼭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샌델=“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잘 교육받는 사람이 더 나은, 현명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좋은 판단력을 가지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정책을 돌아보면 ‘베트남 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높은 지위의 정치가들이) 미국이 참전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들은 전문성을 가졌으나 지혜와 판단력이 부족했다. 그 결과로 미국은 정말 끔찍한 전쟁을 치렀으며 비용 감당이 불가했다."

코로나19와 수능 겪는 이들에게

김=“청년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샌델=“대입시험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주고 압박감 줄 것이다. 입시에 많은 것들이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했지만, 여러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개막식에서 국민권익위의 마스코트이자 청렴과 반부패를 상징하는 암행어사 의상을 입고 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9차 국제반부패회의(IACC)' 개막식에서 국민권익위의 마스코트이자 청렴과 반부패를 상징하는 암행어사 의상을 입고 개막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권익위원장, "공정한 라운드 만들 것"

이어진 특별대담 2부에서는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연사로 나섰다.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반부패·청렴을 말하다’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형식으로 진행됐다. 전 위원장은 “부패가 우리의 삶 모든 부분에 맞닿아 있다”며“반부패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것들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 위원장은 “유대관계에 뿌리를 두고 이뤄지는 여러 반칙과 특권으로 인해 청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공정한 라운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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