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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눈으로 본 등굣길…15초마다 한번꼴 시야 가렸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디지털재단, 통학로 액션캠 촬영 분석

어린이 통학로 시야 방해물 분석 결과 인포그래픽. [자료 서울디지털재단]

어린이 통학로 시야 방해물 분석 결과 인포그래픽. [자료 서울디지털재단]

‘어린이 눈높이에서 본 통학로는 어떤 모습일까’
성인과 시야가 다른 어린이의 기준으로 통학로 교통안전 위협요소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연구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통학로 안전위협 요소 분석 #평균 15.4초마다 방해물 만나, 평균 57.8개 #주정차 차량 가장 많고 벽·기둥·오토바이 順

이상돈 서울디지털재단 수석연구원은 2018년 육아휴직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의 등하교를 함께 했다. 어느 날 하교할 때 학교 앞 주차 공간이 없어 교문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가던 중 이미 교문에서 나온 아이를 보고 불렀지만 아이는 스쿨존 방호울타리에 시야가 가려 아버지를 찾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이 연구원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교통안전 시설물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한 조사 결과가 2일 서울디지털재단이 발간한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본 통학로 교통안전’ 보고서에서 공개됐다.

어린이 시야를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 [자료 서울디지털재단]

어린이 시야를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 [자료 서울디지털재단]

조사에서 서울시 어린이는 등하굣길에서 평균 15.4초마다 한번 꼴로 시야를 방해하는 물체와 마주치며 어린이 1명이 만나는 전체 시야 방해물 수는 평균 57.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마주친 시야 방해물은 주정차 된 차량이었다. 어린이들이 주정차 차량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감지하지 못한 횟수는 635회로 전체의 45.8%를 차지했다. 이어 벽(24.5%), 기둥(12.5%), 오토바이(5.6%), 수풀(4.6%) 순이었다. 이밖에 나무·실외배너·우편함·자전거·방호울타리도 시야를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해물 위치와 어린이 시야 각도, 높이에 따라 50% 이상 가리는 방해물 수는 총 175개였으며 어린이 1명이 이런 방해물과 마주친 횟수는 7번 이상이었다.

이 연구원은 “모든 시야 방해물이 교통사고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이 안전을 위해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시스템 도입, 설치물 철거 및 이동, 홍보를 통한 시민 참여 유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는 어린이뿐 아니라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 지팡이에 의지하는 노인처럼 눈높이와 시야가 다른 사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통학로 시야 방해물 발견 비율. [자료 서울디지털재단]

어린이 통학로 시야 방해물 발견 비율. [자료 서울디지털재단]

이번 연구는 서울 은평구 3개 초등학교 1~3학년생 24명이 지난 7월 20일~8월 12일 구글글래스(증강현실 스마트안경)와 액션캠을 착용하고 평상시 다니는 통학로를 직접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분석해 보행 안전을 해치는 요소를 찾았다.

더불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통학로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보행 패턴을 조사한 결과 주의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횡단보도가 아닌 차로로 이동하거나 보도를 벗어나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은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다니는 혼용도로나 폭이 좁은 인도에 방호울타리가 없을 때는 차로로 걷기도 했다.

통학로 영상 녹화장비를 어린이가 착용한 모습. [사진 서울디지털재단]

통학로 영상 녹화장비를 어린이가 착용한 모습. [사진 서울디지털재단]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도로교통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15년 1만2191건, 2016년 1만1264건, 2017년 1만960건, 2018년 1만9건으로 감소하다 지난해 1만1054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로 어린이 교통안전 정책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어린이 등 보행자를 감지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보행 패턴을 진단하고 향후 CCTV 설치 위치와 각도를 조정해 교통약자를 위한 관제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CCTV를 활용해 차량, 보행자 동선과 패턴을 분석하고 보행자와 차량 모두에게 접근 위험경보를 주는 방법으로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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