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공연 개척한 바리톤 이응광 "숨길 수 없는 부캐 '응형'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02 15:18

업데이트 2020.12.02 16:51

랜선으로 미니 콘서트를 중계한 바리톤 이응광. [봄아트프로젝트]

랜선으로 미니 콘서트를 중계한 바리톤 이응광. [봄아트프로젝트]

바리톤 이응광은 지난 2월 공연 스케줄 6개가 취소됐다. 코로나19로 국내외 무대가 사라지면서 그는 2월 26일 서울의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온라인 생중계했다. 제목은 ‘방구석 클래식’. 당시 이응광은 “사람들은 음악 들을 무대가 없고 저는 연습한 게 아깝잖아요. 그리고 놀면 뭐해요?”라며 미니 랜선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공연을 마친 그는 “다른 연주자들도 릴레이로 참여해줬으면 한다”고 했고 ‘방구석 클래식'은 잇단 참여 속에 9월까지 40회로 이어졌다.

크리스마스 캐롤 8곡 앨범도 내

국내에서 가장 발빠르게 랜선 콘서트를 연 음악인으로 꼽히는 이응광은 이 같은 흐름을 적극적으로 넓혔다. 3월엔 유튜브 ‘응광극장’ 채널을 만들어 가감없이 ‘망가졌다’. 온 힘을 다해 운동하는 모습, 스위스의 작은 부엌에서 혼자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 다이어트 하는 방법 등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일상을 담은 영상에 성악가로서의 음악관도 풀어놓지만 대부분은 소탈한 모습으로 임한다.

이응광은 서울대 음대와 독일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공부하고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성악가다. 특히 스위스ㆍ독일을 중심으로 주요 오페라 무대에 서왔다. ‘피가로의 결혼’ 피가로, ‘가면무도회’의 레나토, ‘아이다’의 아모나스로 등 바리톤 역할을 두루 맡았다. 이처럼 프로필의 무게감은 상당하지만, 2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응광은 “진지한 성악가라도, 사실은 알리고 싶은 부캐릭터가 많다”고 했다. “사람들은 노래하는 제 모습을 보고 진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응형’이라는 부캐도 있다. 말러, 바그너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음악에 해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실험’에 대해 “연주자로서 무대와 공연을 잃어도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하게 됐을 때 생각해볼 여지가 없이 온라인 공연을 했다. 물론 온라인 음향이 아쉽고 영상 공연이 서툴기도 했지만 그 음악을 통해서 위안 받았다는 댓글을 봤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그는 또 “클래식을 대중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예술이 큰 힘을 가진다는 걸 믿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보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바리톤 이응광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며 유튜브에도 편하게 임한다. [유튜브 캡처]

바리톤 이응광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며 유튜브에도 편하게 임한다. [유튜브 캡처]

2일엔 크리스마스 캐롤 8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 앨범을 발매했다. “경북 김천의 구성이라는 작은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크리스마스 오전 4시에 일어나 어머니랑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새벽 캐롤을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런 노래들을 담았다.” 그는 캐롤 음반 발매도 공연이 불투명한 시대에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연 계획은 있지만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선물 같은 음반을 드리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응광은 앞으로도 여러 미디어를 활용해 성악가의 활동 범위를 넓혀나갈 생각이다. “꼭 무대에만 서야한다는 마음은 내려놨다. 취소되는 공연이 너무 많은데 거기에 매달리면 상실감이 너무 크다. 여러 매체를 통해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싶고, 후배 성악가들에게도 좋은 예가 되고 싶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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