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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이더리움 2.0 시대 개막, 개발자에게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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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파커’s Crypto Story]이더리움 2.0 론칭을 위한 최소 스테이킹 물량이 기한 안에 기적적으로 달성되면서 12월 1일 오후 9시(한국시간)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다음 시즌을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을까요. 그 길을 묻기 위해 수소문 끝에 한 개발자를 찾았습니다. 사실 그동안 이더리움 관련 이야기를 할 때마다 국내 관계자들 사이에선 항상 이 개발자의 이름이 나오곤 했는데요. 바로 2018년부터 블록체인 판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지코프루(Zkopru)라는 익명 송금 프로토콜을 개발을 진행 중인 임완섭 개발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더리움 개발자’로 불리게 되면 많은 이더리움 기반 프로젝트들이 재단이라는 특정 집단에 의존하는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 같아 ‘그냥 개발자’로만 불러달라고 요청한 임완섭 개발자. 그는 지금 이더리움이 나아갈 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EIP 1559부터 이더리움 2.0까지 모든 이야기들을 문답으로 담아봤습니다.  

Q>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금 이더리움 재단에서 지코프루(Zkopru)라고하는 익명송금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개발에 들어간지는 1년정도 됐고, 내년 초 정도에는 출시가 될 거 같습니다. 지코프루는 zk-SNARKs(이하 ZK 스나크)를 써서 익명성을 확보하고 옵티미스틱 롤업으로 확장성을 확보합니다. 물론 익명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을텐데요. 첫째로 규제 관련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가 가능한 선에서의 익명성은 확보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익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고, 결제에 사용하기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 실생활에서 암호화폐가 사용되려면 규제 가능한 범위에서의 익명성을 보장해야겠죠. 그것을 만족하는 프로토콜이 현재로써는 지캐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코프루는 지캐시에 있는 프로토콜을 이더리움 위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Q>이더리움 2.0 이슈에 앞서 EIP(이더리움 개선 제안)에서 나오는 여러 논의들에 대해 들었습니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EIP를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더리움이 실제로 개발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이 탈중앙화되어 있습니다. EIP라는 이더리움 개선 제안도 누구나 다 제출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해당 제안들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것이 이더리움의 개발 문화입니다. 누구나 이더리움의 기술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되면 이더리움 깃허브 레포지토리의 EIP 레포지토리에서 개선 제안을 제출하면 됩니다.

제출 뒤에는 EIP 제안에 대해 토론하는 포럼이 있습니다. 이더리움 매지션스라고 하는 포럼인데요. 여기서 사람들이 해당 EIP가 실질적인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됩니다. 논의가 충분히 되고 나면 그 EIP를 이더리움 하드포크에 포함시킬지를 결정하는 일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EIP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하드포크가 필요한 EIP가 있고, ERC20처럼 그냥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는 EIP도 있습니다. 용도에 따라 진행방식이 다양해지는 셈입니다. 또한 EIP 뒤에 붙는 숫자는 깃허브에서 EIP를 제출하면 이슈 넘버가 자동으로 매겨지게 되는 개념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대략 제안 시간 순으로 숫자가 매겨진다고 보면 됩니다”

Q>EIP의 많은 제안들 중에서도 EIP 1559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고 들었습니다. 왜 EIP 1559가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이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 걸까요.

“EIP 1559가 나오게 된 이유는 트랜잭션 가스비(거래 수수료) 때문입니다. 최근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와 암호화폐 시장 훈풍으로 가스비가 폭등한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저 역시 최근에 암호화폐 인출 한 번에만 가스비로 2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이러한 수수료 문제에 대한 심각성 공유가 EIP 1559를 나오게 만든 것 같습니다.

EIP 1559의 기본 콘셉트는 ‘유연성’을 얼마나 자동으로 ‘탄력적이게’ 주느냐인 것 같습니다. 처리용량이나 가격 결정 메커니즘 등이 수식으로 프로토콜에 의해 자동으로 산출될 수 있다면, 지금의 이더리움 가스 정책보다 훨씬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EIP 1559가 나온 것입니다. 현재 이더리움 시스템은 특정 가스비에 대한 최대 한도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있는 퍼센테이지를 채굴자들이 조금씩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트랜잭션 같은 경우에는 가스 값을 사용자가 다 지정해서 보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것을 전부 일괄적으로 놓은 뒤, 가스비가 높은 순서대로 마이너들이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EIP 1559에서는 기존 가스가 덜 사용됐으면 그만큼 가격이 더 싸져야된다는 논리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스 한도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가스를 넣을 수 없습니다. 반면 EIP 1559에서는 여기에 탄성을 줍니다. 예를 들어 가스 타겟이 1000만이라면 탄성계수를 2로 주고 최대 2000만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1000만인데 2000만까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네트워크가 매우 붐비고 있다는 의미겠죠. 그렇게 가스비 가격이 올라도 좋다고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반대로 1000만인데 500만밖에 쓰이지 않았다면 네트워크가 붐비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가격을 싸게 해도 괜찮다고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뿐만 아니라 EIP 1559에 따르면 블록의 크기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블록 크기를 탄력적으로 하게 되면 수수료를 클라이언트들이 보내는 것을 넘어 프로토콜이 어느정도 지정해줄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생깁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프로토콜이 지정을 해주는 상황에서 마치 택시 기본요금처럼 가스비 기본값이 생기는 셈입니다. 기본요금의 조절 여부는 네트워크 사용량에 달려있습니다. 네트워크를 너무 많이 쓰면 기본요금보다 인상될 것이고, 적게 쓰면 인하되는 개념입니다.”

Q>EIP 1559에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EIP 1559와 함께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 메브옥션(MEV Auction)인데요. 바로 이 메브옥션이 EIP 1559의 보완점인 트랜잭션 오더링을 충족시켜줍니다. 여기서 오더링이란 블록 안의 트랜잭션 순서를 정하고 연결된 노드들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뜻합니다. 메브옥션은 최근 디파이 때문에 더 주목을 받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유니스왑에서 프론트러닝(Front Running 자신이 관리운용하는 펀드의 자금으로 어떤 종목을 사기 전에 자기 돈으로 그 물량을 먼저 사들여 한몫 챙기는 것) 공격이 지금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니스왑은 슬리피지(매수·매도자가 원하는 청산가와의 괴리)가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까 유동성 볼륨을 조금만 가져가면 그때 프론트러닝을 해서 아비트리지(중계) 차익을 막대하게 챙기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마이너가 트랜잭션 오더링을 잘 설정해야 합니다. EIP 1559에서는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EIP 1559는 기본 가스 값이 설정돼 있고, 팁이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니까 팁을 많이 주는 사용자들을 먼저 올려놓는 것이죠. 이래서는 프론트러닝을 막을 수 없습니다.

반면 메브옥션은 마이너가 트랜잭션 오더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프로토콜입니다. EIP 1559를 보완해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브옥션을 만든 사람은 옵티미즘의 칼 플러쉬입니다. 현재 옵티미즘 팀이 하고 있는 게 EVM(이더리움 가상머신) 자체를 옵티미스틱 롤업으로 만들어서 레이어2(확장성 솔루션)화 시키는 것인데요. 유니스왑을 이 OVM(옵티미스틱 가상머신) 위에서 가동하려고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당 기술이 도입되면 유니스왑 같은 시스템을 레이어2 프로젝트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레이어2에서 유니스왑을 사용하게 되면 유저들이 트랜잭션을 마이너한테 보내는 게 아니라 먼저 OVM에 보내게 됩니다. 그럼 OVM이 이를 처리한 후에 그것을 마이너한테 보냅니다. 그러고 나면 OVM단에서 트랜잭션 오더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론트러닝 같은 행위를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OVM 단에서 먼저 테스트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레이어2에서 해당 기술이 정착되면, 레이어1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레이어1에서는 트랜잭션 오더링을 하지 않습니다.”

Q>이더리움 2.0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더리움 2.0의 기대되는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이더리움 2.0이 시작되면 송금 가능한 페이즈1부터 먼저 도달해줘야 합니다. 페이즈1(현재는 페이즈0, 내년 중으로 페이즈1 시작 예정) 이후부터가 이더리움2.0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기대되는 점은 이더리움 기반 파생상품 서비스가 가속화될 것 같습니다. 현재 이더리움 2.0 네트워크에 90만개가 넘는 스테이킹 물량이 잠겨 있습니다. 페이즈2가 2022년으로 예정돼있어 예치자들이 최소 2년동안은 이 물량을 빼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억압을 풀기 위한 파생상품 수요가 자연스레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스테이킹을 완료한 검증인들이 블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경우, 패널티(슬래싱)가 부여된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기존 1.0에서는 PoW(작업 증명)로 채굴 장비를 갖춘 채굴자들이 이를 관리했다면, 2.0에서의 PoS(지분증명)는 예치 수량(최소 32ETH)과 블록 관리 리스크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산업 등이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Q>이더리움 2.0이 시작되면 예치 보상 등의 분야에서 기존 디파이 프로젝트와 겹치는 서비스가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이더리움 2.0과 디파이 프로젝트 사이에서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커버(Cover)라는 보험 가입 청구 프로토콜이 있습니다. 이 프로토콜에서 보험 심사는 커버 보유자들이 담당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커버의 첫 번째 활용 사례가 최근 일어난 피클파이낸스 자금 탈취 사건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더리움 2.0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디파이 프로젝트와 공생하는 관계가 될 것 같습니다. 적대하면서 파이 싸움을 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Q>반대로 이더리움 2.0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2.0 론칭 이후에 보완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제가 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야가 익명성이다 보니까 그 부분이 얼마나 보완되느냐가 주요 과제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더리움 2.0이 ZK 스나크와 얼마나 친화적으로 엮일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현재는 캐스퍼를 이용한 PoS만 구현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컴퓨팅 레벨에 대해서는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머클트리 자체도 다항식 약정(Polynomial commitments, 영지식 증명의 기법 중 하나)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많이 되고 있죠.

결국 현재로서는 논의 단계인 내용이 많아 상당 부분의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자체가 보완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극복해야하는 부분이 명확히 나오려면, 먼저 그런 논의가 완료된 이후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Q>이더리움 레이어2 솔루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현재 레이어2 개발 현황에 대해 알려주세요.

롤업이 나온 시기가 2018년경입니다. 그런데 이 개념이 기존에 플라즈마를 이용하던 사람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플라즈마는 오프체인에서 거래를 처리한 다음에 온체인에서 ‘이 내용이 맞다’라고 주장하는 개념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것을 틀렸다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를 운영하는 사람이 사용한 데이터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합니다. 그런데 플라즈마에서는 그 사용자들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탈중앙화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개별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롤업은 사실 이러한 플라즈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롤업의 주력인 ZK 롤업은 사용자들이 트랜잭션에 ‘이런 게 있다’라고 중간자한테 데이터를 주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자가 받은 정보를 전부 다 모아서 ‘이 사용자의 데이터가 우리가 확인한 값과 같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영지식증명 값을 같이 제공을 해서 그걸 메인체인에 옮기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런 메커니즘이 적용될 경우, 메인체인 입장에서는 ‘이런 트랜잭션들이 있었는데 영지식증명에 의해 검증 대상 사용자의 서명도 있었고, 인풋 아웃풋도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그대로 잔고를 반영해 줄 수 있겠다’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게 2년 전에 나온 ZK 롤업이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에서 ZK 롤업이 트랜잭션 데이터를 전부 온체인에 콜데이터(컴퓨팅은 안하고 트랜잭션 안에 데이터 필드에만 넣는 데이터)로 처리해버렸더니 사용자들이 “플라즈마에서 겪었던 데이터 가용성 문제가 없어지게 됐네?”라고 생각하게 돼서 롤업이 레이어2의 주류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최근 떠오른 옵티미스틱 롤업의 경우, ZK 롤업과 플라즈마가 하던 것을 결합한 스타일입니다. 현재는 이 옵티미스틱 롤업과 ZK 롤업을 중심으로 확장성 개선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됩니다. ZK 롤업은 암호학적으로 검증이 비교적 순조롭기 때문에 당장 완결성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옵티미스틱 롤업은 사용자가 문제가 생겼을 때 틀렸다는 걸 증명해야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신 ZK 롤업은 영지식증명으로 다룰 수 있는 숫자에 한계가 있습니다. 거기에 EVM을 영지식증명으로 재현하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ZK 롤업 기반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반면 옵티미스틱 롤업은 복잡한 로직을 작성하기가 매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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