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찬바람 속 1억2300만원 모금한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골프

중앙일보

입력

브리지스톤 골프 부회장인 홍요섭씨. 성호준 기자

브리지스톤 골프 부회장인 홍요섭씨. 성호준 기자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탓에 2020년 자선 골프 대회는 거의 열리지 못했다. 매년 1억 원 넘게 자선기금을 모으던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골프대회도 취소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행사는 행사를 열지 않고도 올해 1억2361만원을 모았다. 16년째 이어온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골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액수다.

1일 탤런트 출신인 브리지스톤 홍요섭(65) 부회장을 만났다. KPGA 자격증을 가진 골프 실력자이자 20여 년 브리지스톤 홍보이사를 맡았던 홍 부회장은 “이런 게 기적이 아니겠냐”고 했다. 60대 중반인데도 주름도 거의 없는 홍 부회장은 “감사하게도 좋은 유전자를 받았고, 목사를 하신 아버지 충고로 선한 사람 역할만 맡아서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골프 용품사인 브리지스톤은 2002년 자선활동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지각할 때 낸 벌금을 어떻게 쓸까 고심하다 복지시설에 기부한 것이 시작이다. 2005년에 첫 자선 골프대회를 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대회 운영비로 1억 가까운 돈이 들어갔는데, 모금액은 755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자선 골프는 이름만 자선인 경우가 많았다. 참가자들은 골프를 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상품도 받아갔는데 자선기금은 거의 내지 않았다. 서양 골퍼들에게는 일반화된 채리티(charity) 문화가 없었다.

홍 부회장은 “아예 행사를 하지 않고 비용을 후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분이 동참하여 사랑을 나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언젠가는 많은 분이 동참할 거라 기대해 계속 밀고 나갔다”고 기억했다.

대회 이름은 2012년 자선 골프에서 사랑나눔으로 바꿨다. 시혜적 이미지가 있는 ‘자선’ 보다는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뜻에서였다. 2015년 사랑나눔은 1억2000만원을 모았다. 운영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던 기금은 딱 10년 만에 운영비를 추월했다. 지난해 모금액은 1억4197만원이었다.

올해 대회는 전염병 때문에 취소됐다. 홍 부회장은 “평소 대회에 참가하던 몇몇 분이 ‘매년 해오던 것이니 올해도 내겠다’고 해서 모금 시작은 했다. 그러나 많아야 3000만 원 정도 걷힐 것으로 생각했다. 골프존 김영찬 회장도 평소처럼 성금을 두둑이 내 주셨다. 그동안 꾸준히 나눔의 의미를 알려 문화가 생긴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기뻐했다.

브리지스톤은 주민등록이 말소된 행불자 등을 도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곳에 주로 기금을 낸다. 홍 부회장은 “기금이 홍보비나 직원 월급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직원들이 직접 시설을 찾아 회계자료까지 확인하고 기부처를 정한다”면서 “올해 전염병으로 인해 성금이 줄었을 거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세상이 아직 건강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로고 볼. [중앙포토]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로고 볼. [중앙포토]

홍 부회장은 “오랫동안 후원한 무의탁 여성 노인 시설인 ‘안나의 집’에서 내가 ‘빨간 구두 아가씨’를 부르면 할머니들이 환호한다”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날이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