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도 못 먹는 택배기사…그들이 원한건 업무량보다 '이것'

중앙일보

입력 2020.12.02 09:40

업데이트 2020.12.02 14:18

택배 터미널의 모습. [중앙포토]

택배 터미널의 모습. [중앙포토]

[그래픽텔링]택배기사 노동 실태 보고서

올해에만 15건의 과로사가 잇따르면서, 국민을 안타깝게 했던 택배기사들. 이들은 점심은 제대로 챙겨 먹고 일하는 것일까. 하루 몇 시간 일하고, 잠을 잘까.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일부터 13일간 CJ대한통운·한진택배 등 주요 택배사 4곳에서 일하는 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는 이들의 근무 실태가 나와 있다.

10명 중 4명, 점심 거의 못 먹고 일한다

택배기사, 점심은 제대로 먹고 다닐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기사, 점심은 제대로 먹고 다닐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우선 택배기사 10명 중 4명(41.2%)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 있거나, 아예 다 거른다고 응답했다. 매일 점심을 챙겨 먹는 기사는 17.6%에 불과했다. 점심을 먹는 장소도 변변치 못했다. 배송트럭에서 때우는 기사가 39.5%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편의점 등에서 23.3%, 배송 물품을 받는 서브터미널에서 9.8%의 기사들이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제대로 된 점심을 먹는 사람은 11.9%에 불과했다.

10명 중 9명 이상, 대목엔 휴일 없어 

택배기사, 얼마나 일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기사, 얼마나 일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추석·설날 등 성수기에는 10명 중 9명 이상(12.4%)이 휴일 없이 주 7일 근무한다. 비성수기에도 기사 대부분(95.2%)은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을 일했다.

업무 시간도 과중했다. 성수기에는 14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41.6%에 달했고, 비성수기에도 12시간 이상 14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이 42.3%로 가장 많았다. 장시간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다 보니 기사의 38.9%가 하루 5~6시간만 잠을 잔다고 응답했다. 8시간 이상 잠을 자는 기사는 100명 중 1명(1.2%)에 불과했다. 더러는(3.1%) 4시간 미만으로 쪽잠만 자고 근무하는 기사도 있었다.

절반 이상은 주 1회 이상 야간배송 

택배기사, 매주 야간배송 얼마나 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기사, 매주 야간배송 얼마나 할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기사의 절반가량은 주 1번씩은 야간배송을 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야간업무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각각 42.8%, 59%로 가장 많았지만, 나머지는 주 1회 이상 야간업무를 한다고 답했다.

과로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배송을 할 수 없을 땐 주변 사람의 '무급 노동'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동료에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이 41.7%로 가장 많았지만, 가족·친지에게 부탁한다는 사람도 10명 중 1명(9.7%)이었다. 대리점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기사는 16.7%에 불과했다.

정부는 일 줄이라는데…'수수료 인상' 원해 

택배기사가 생각하는 시급한 정책 개선 과제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기사가 생각하는 시급한 정책 개선 과제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택배기사들은 과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정부 대책으로 배달 수수료 인상(3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으로 분류작업 전문인력 투입(25.6%), 주 5일제 도입(22.4%), 지연배송 허용(7.4%), 개인 건강관리 지원(4.6%), 업무시간 단축(3.2%), 배송 물량 축소(3.2%) 순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야간 배송을 금지하고, 주 5일제 실시 등을 업계에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기사들이 원한 것은 근무를 줄이기보다 '일한 만큼의 충분한 대가'였다. 배송 수수료 수익이 늘면 소득 감소 없이 업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업무만 줄여 소득이 감소하면, '투잡'을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택배기사 업무 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택배회사와 대리점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이달 1일부터 한 달간 택배산업 불공정 관행 특별제보 기간도 운영한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택배기사 안전·보건에 대한 택배회사 책임을 강화하고, 건강진단 등 관리가 이뤄지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