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대선출마 각오 섰다...난 먹고사니즘, 민생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2020.12.02 05:00

업데이트 2020.12.06 22:35

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권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지난 4월 총선에선 서울 지역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높은 득표율(64.4%)을 기록했지만, 강성 문파(文波) 권리당원들 사이에선 비판 대상 1순위다. 여권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자주 해서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 논란 땐 “국민이 납득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 결단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진상 규명과 책임 조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정치언박싱]

박 의원은 지난달 12일 연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연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다”고 해 또 논란을 빚었다. 여권에선 “변화 속도가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에서 태극기까지 간 김문수 전 지사보다 빠르다”(최민희 전 의원)는 격한 비난도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영 안에서 변화를 얘기하고,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 똑같이 가면 위기 국면에 다른 대안이라고 하는 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중앙일보 영상 캡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영 안에서 변화를 얘기하고,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 똑같이 가면 위기 국면에 다른 대안이라고 하는 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중앙일보 영상 캡처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상대를 공격하고 비판하는데 거의 80~90%를 쓰는 이런 정치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냐”고 토로했다. “지도자 역할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진영 논리를 넘어, 공과(功過)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박 의원은 2022년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은 (주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고 말씀을 드리는 단계”라며 “마음속 각오는 섰고 생각을 계속 정리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식화하는 과정이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라고도 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논란을 빚었다.
“두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우리 역사를 긍정적으로 보는 거다. 물론 의무교육을 만들고 산업화를 성공시켜낸 것은 우리 국민이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교육 문제에 천착했던 것, 박 전 대통령이 국가과제로 산업화를 앞세웠던 것, 그 문제는 공과를 평가했을 때 공(功)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다.”
진영 논리 극복을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유신정권의 JP(김종필)와도 연대했다. DJP 연합을 통해 이룬 걸 생각해 봐라. 남북정상회담, 의약분업, 의료보험 통합, 민주노총·전교조 합법화 같은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진영 갈등을 치유해내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정치권은 진영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치가 상대를 조롱하고 비판하고 적으로 돌리고 전쟁하듯 했을 때는 단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다 안다. 다 알면서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 되겠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개선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 끝)은 2011년 민주통합당 1차 전당대회에 출마해 컷오프를 통과했으나, 최고위원에는 당선되지 못했다. 중앙포토

박용진 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 끝)은 2011년 민주통합당 1차 전당대회에 출마해 컷오프를 통과했으나, 최고위원에는 당선되지 못했다. 중앙포토

박 의원은 2000년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해, 진보신당과 시민통합당을 거쳐 민주당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민주노동당 창당 10년 뒤 민주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지’ 하는 각오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전’을 언급했다. 2022년 대선 출마 결심이 섰나
“지금도 의견을 듣고 있다. (주변에) 아직 미처 다 말씀을 못 드린 상태다. 자기 마음속에 각오가 서야 다른 분들한테 말씀을 드릴 것 아니냐. 지금 그 단계다. 각오는 섰고 생각을 계속 정리해가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30년 어떻게 가야 할지, 그러기 위해 외교·안보·경제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공부를 시작한 지도 좀 됐다.”
무슨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시대교체를 이룰 수 있다,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제가 던지려는 메시지다. 그러기 위해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를 말씀드리고 있다.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한 도전이라는 틀에서 정치적 역동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사회를 세습 재벌가의 시대에서 혁신 창업가의 시대로 바꿔가는 게 그런 노력 중 하나다. ”
70년대생은 586세대와 같은 시대 정신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나이가 같으니까 생각이 같거나 하진 않을 거다. 그러나 우리가 부여받은 일은 분명하다. 먹고 사는 문제에 주목하려 한다. 우린 시작 자체가 다르다. 앞선 세대는 민족·통일·민주주의 이런 이유로 감옥에 간 경우가 많았다면, 저는 세 번 감옥에 갔다 왔지만 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였다.”

박 의원은 이 대목에서 “박용진의 이즘(ism)이 뭐냐, ‘먹고사니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브라만 좌파(학력 엘리트)’라는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관심사만 실현시키려고 하는 정치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586세대가 열어놓은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가치를 잘 이어가면서 먹고 사는 문제, 민생제일주의를 실현해내겠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집중한 것은, 이런 이슈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맞닿아서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영상 캡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집중한 것은, 이런 이슈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와 맞닿아서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영상 캡처

당내에서 소수파, 혼자라는 느낌이 있다. 같이 할 의원이 있나
“지금은 비공개인데. 나중에 깜짝 놀랄 거다. 박용진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유치원 3법 관련해서도 완벽한 팀워크의 승리였다. 이건희 차명 계좌 문제 때는 당에서 법사위, 기재위, 우리 정무위 싹 모아서 TF를 만들어 대응했다. 박용진이 ‘독불장군’이라는 건 일부가 만든 악소문이다.”
정치는 현실이다. 문파 권리당원의 선택을 못 받으면 후보가 될 수 없다.
“그분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분들이 박용진을 지지하도록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고 능력이다. 우리 당 적극 지지층이 제게 쓴소리를 보내는 이유는, 제가 민주당 잘되라고 쓴소리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 배제한 것에 대한 입장은
“어쨌든 이런 혼란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여당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스럽다. 사실관계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 장관이 발표한 내용이 아무런 근거 없이 발표했겠냐는 생각은 있지만 그 내용 자체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직무배제) 조치의 근거가 된 사안들이 사실이라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하지 않겠나.”
일각에선 징계청구 근거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지금 제가 분명히 전제하고 있지 않나.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국민들에게 아무런 근거 없이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말씀을 드리는 거다.”

박 의원과의 인터뷰 닷새 뒤인 1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 장관의 명령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긴급회의에서는 참석자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윤 총장의 징계처분, 직무배제, 수사 의뢰는 부적절하다”는 결론도 내렸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영상·그래픽=이세영·여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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