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업무 복귀…法 "직무배제, 절차적으로 충분히 논의 후 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0.12.01 17:47

업데이트 2020.12.01 17:59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뉴스1]

윤석열(60) 검찰 총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지 일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지난달 24일 추미애(62) 법무부 장관이 명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조치가 ‘일시 정지’된 셈이다. 추 장관의 기습 조치에 대한 윤 총장 측 반격이 성공하면서 윤 총장 쪽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윤 총장은 이날 인용 결정이 난 지 40여분 만에 대검찰청으로 출근했다. 오전부터 인용 결정이 나면 바로 대검찰청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1일 오후 4시 30분 윤 총장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에서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집행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본안 소송은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을 말한다. 이 소송의 1심 판결 30일 뒤까지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명령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에 시작된 심문은 낮 12시 10분쯤 끝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에는 윤 총장 측 대리인인 이완규(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출석했다. 추 장관 측 대리인으로는 이옥형(법무법인 공감) 변호사가 나왔다. 소송수행자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도 출석했다. 출석 의무가 없는 윤 총장은 법정에 직접 나오지는 않았다.

法 "회복할 수 없는 손해 인정"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원은 결정문에서 “신청인은 징계사유의 위법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려 했지만, 이는 집행정지 심문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도 “기록과 심문을 종합하면 본안 청구가 명백히 이유가 없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집행정지의 요건을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통상 집행정지 사건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 발생의 우려 ▶긴급 필요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가 없을 것 ▶집행정지의 이익이 있을 것 ▶본안 소송이 적법하게 계속 중일 것 등이 고려된다.

재판부는 먼저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 우려가 있는지를 따졌다. 윤 총장은 직무 집행 정지 기간에 검찰 총장은 물론 검사로서의 직무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이에 대해 “금전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이고,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형·무형의 손해”라고 판단했다. 추후 본안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런 손해는 회복될 수 없다는 취지다.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했다. 직무 배제 처분은 지난달 24일 추 장관의 발표 이후 바로 시행됐다. 법원은 “이 처분의 효과는 사실상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효력 정지를 구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전날 심문에서 이번 직무배제 명령에 대해 “반정부 수사로 검찰 총장을 쫓아내려다 임기제에 부딪히자 징계절차라는 편법을 쓴 처분”이라는 주장을 폈다. 외관상 직무배제지만 사실상 즉각적인 해임처분이나 다름없다는 게 윤 총장 측 주장이었는데, 재판부가 이를 인정한 셈이다.

징계위원회 일정 고려

추 장관 측 대리인으로 나온 이옥형 변호사는 전날 심문에서 “2일 예정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의결되고 징계 처분이 나오면 집행정지 신청으로 구할 이익이 없어진다”고 주장했었다. 윤 총장 측은 이에 대해 “징계위 처분이 나오기도 전에 소의 이익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결정하는데 '징계위원회 일정'이 고심거리였을 거란 추측이 나왔다. 한 고법 부장 판사는 “징계위가 실제 열려서 징계 의결이 되어 대통령 재가가 될지, 아니면 예상과 다르게 열리지 않을지 이런 부분까지 당연히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결정문에 이런 고심을 담았다. 법원은 “징계처분이 예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이유만으로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법, "직무 배제, 징계 절차서 충분히 심리된 뒤 해야"

재판부는 집행정지 인용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직무정지가 계속 될 경우 윤 총장 임기 만료 시인 2021년 7월 24일까지 총장이 직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제로 정한 검찰청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총장의 지위에 있는 신청인에게 직무집행정지가 이뤄질 경우 검찰 사무 전체 운영과 검찰 공무원 업무 수행에 혼란이 발생한다”고 했다.

덧붙여 윤 총장 측과 추 장관 측이 “징계사유의 존부에 대해 매우 치열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징계절차에서 충분히 심리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이고 그것이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썼다.

윤 총장을 대리한 이완규 변호사는 전날 심문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해임은 단순한 개인에 대한 차원이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법치주의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이 지난달 24일 직무배제 명령을 받은 직후 “자리가 아니라 법치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결정문 말미에 법원은 “이 사안에서 징계사유의 존부를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집행정지가 징계 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영향을 줄 우려도 없다”고도 했다.

尹, 징계위 전날 기일변경 신청…분위기 반전될까

심문 이튿날인 1일 오전에는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열렸다. 감찰 위에 출석한 위원 7명이 “윤 총장에게 징계 사유를 고지하지 않고,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직무에서 배제하고 수사를 의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전원일치 의견을 냈다.

2일에는 검사 징계위원회가 예정됐다. 윤 총장 측은 1일 오후 징계 심의 기일을 바꿔 달라는 신청과 증인 신문을 하겠다는 점을 법무부에 알렸다. 징계위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방어권 확보가 어렵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집행정지 인용으로 윤 총장이 추후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별도로 내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의 징계 처분에 대해 윤 총장은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무효 소송을 낼 수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만일 해임 처분을 받아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한다 해도 오늘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시일 상 직무배제 집행정지 심문에서 다뤄진 사실관계 등에서 추가로 나아간 점이 많지 않을 거란 전망에서다. 사실상 직무배제 집행정지 심문 결과가 본안 소송뿐 아니라 해임 처분에 대한 전초전이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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