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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전 이 숫자가 요동친다···‘확진 증가’ 경고해주는 그래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유입수에서 바이러스 RNA를 분석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사진은 대전하수처리장의 모습. 중앙포토.

하수처리장으로 들어오는 유입수에서 바이러스 RNA를 분석하면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사진은 대전하수처리장의 모습. 중앙포토.

생활하수에 들어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석한다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이틀에서 2주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작은 비용으로 빠르고 광범위한 조사 #대다수 인구 대상 익명으로 조사 가능 #10만 명당 1명 있어도 검출할 수 있어

오타와 대학 등 캐나다 연구팀은 최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올린 논문에서 오타와 시(市) 하수처리장 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리보핵산(RNA)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오타와 시 하수처리장은 100만 명의 시민이 배출하는 하루 43만5000㎥의 생활하수를 처리하고 있는데, 연구팀은 하수처리 과정 중 1차 처리 때 나오는 침전물(오니)을 이틀마다 분석했다.

입원 환자 증가 4일 전 예측 가능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신규 확진자수 변화. 7월 17일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급증한 이틀 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캐나다 오타와 대학 연구팀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와 신규 확진자수 변화. 7월 17일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급증한 이틀 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캐나다 오타와 대학 연구팀

연구팀은 하수 속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N1과 N2 유전자를 분석하고, 동시에 고추연한얼룩바이러스(PMMoV)도 분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숫자는 PMMoV 숫자에 대한 M1과 M2 유전자 비율로 정규화(normalization)했다.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대체로 환자가 설사 등 대변을 통해 배출한 것이다.
PMMoV는 분변으로 인한 오염 상황을 보여주는 생물 표지(biomarker) 역할이며, 큰 변화 없이 숫자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분석 결과, 지난 7월 13일까지는 코로나19 RNA 검출이 적었다. N1과 N2 두 유전자 모두 PMMoV 숫자와 비교하면 1만분의 1 미만이었다.
하지만, 7월 17일부터 19일 사이 N1 유전자는 그전보다 450%, N2 유전자는 440% 급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바이러스 분석 결과를 코로나19 임상 데이터와 비교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RNA 수치가 상승한 이틀 뒤인 7월 19일 피크를 보였는데, 이전 일주일과 비교하면 326%가 증가했다.

지역사회 코로나19 입원환자도 RNA 수치가 상승한 후 4일(96시간)이 지난 다음 160% 이상 크게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하수처리장. EPA=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하수처리장. EPA=연합뉴스

연구팀은 "코로나19 검사 양성률과 신규 일일 확진자 사례의 증가보다 48시간 앞서 생활하수 RNA에서 신호가 나타났고, 입원 환자 수 증가에 비해서는 96시간 앞섰다"며 "생활하수 분석이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의 급속한 증가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특히 "개개인이 검사를 꺼리는 상황에서 생활하수 분석은 도시 인구 대다수를 대상으로 익명으로, 광범위하게 조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RNA 수치를 실제 확진자 수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조사 지역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는 (특정 지역, 특정 집단이 지목되는) 윤리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주 전 예측 가능" 연구 결과도

스웨덴 스톡홀름 시 환경담당 부서 연구자가 지난 10월 21일 브롬마 하수처리장에서 하수 시료를 채집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4 월 중순부터 스톡홀름의 3 개 시설에서 하수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가 하수에서 검출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하수 검사는 값 비싼 개별 검사 없이도 질병의 확산과 유병률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스톡홀름 시 환경담당 부서 연구자가 지난 10월 21일 브롬마 하수처리장에서 하수 시료를 채집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4 월 중순부터 스톡홀름의 3 개 시설에서 하수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가 하수에서 검출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하수 검사는 값 비싼 개별 검사 없이도 질병의 확산과 유병률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예테보리 생활하수 속 바이러스가 증가한 뒤 3~4주 뒤에 신규 입원환자 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스웨덴 고텐부르그 대학 연구팀.

스웨덴 예테보리 생활하수 속 바이러스가 증가한 뒤 3~4주 뒤에 신규 입원환자 수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스웨덴 고텐부르그 대학 연구팀.

스웨덴 고텐부르그 대학 연구팀도 지난달 10일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생활하수 분석으로 코로나19 발생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테보리 시와 인근 지역의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하수처리장에서 지난 2월 중순부터 6월까지 매일 시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대략 4주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피크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고, 하수 속 바이러스가 증가하면 3~4주 후에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증가하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스웨덴 연구팀은 "연중 모니터링을 계속할 경우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조기 경고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나 이틀 간격이 아닌, 일주일 간격으로 시료를 분석하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9월 2일 미국 유타 주립 대학 토목환경공학과 라이언 듀퐁 교수가 유타 주 로건에 있는 유타 주립 대학 기숙사에서 하수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미국 각 대학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을 막기 위해 폐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2일 미국 유타 주립 대학 토목환경공학과 라이언 듀퐁 교수가 유타 주 로건에 있는 유타 주립 대학 기숙사에서 하수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미국 각 대학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을 막기 위해 폐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지역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변화. 하수처리구역별 바이러스 숫자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붉은색은 증가, 파란색은 감소를 나타낸다. 회색은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자료: 미국 라이스 대학 연구팀.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지역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변화. 하수처리구역별 바이러스 숫자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붉은색은 증가, 파란색은 감소를 나타낸다. 회색은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자료: 미국 라이스 대학 연구팀.

미국 텍사스 주의 라이스 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초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올린 논문에서 "생활하수 속의 코로나19 RNA 분석은 코로나19 비강 검사 양성률 추세를 2주 전에 미리 알려주는 강한 예측 지표"라고 밝혔다.

라이스 대학 연구팀은 휴스턴 시 36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의 하수를 처리하는 39개 하수처리장에서 1주일 간격으로 하수 시료를 채취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초 하수에서 바이러스가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고, 총 입원 건수는 7월 14~21일 정점에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하수처리장별 RNA 농도 변화와 동일 우편번호 지역 내 확진자 발생 상황을 통계 분석한 결과, 하수처리장 RNA 수치로 2주 후 양성률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확진자 많지 않아도 검출돼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일본 이시카와 현(붉은색)과 도야마 현(파란색)의 확진자 수(실선)와 입원환자 수(점선). 보라색으로 표시된 시기에는 하수 시료의 양성 비율이 낮았고, 확진자나 입원환자 수도 작았다. 녹색으로 표시된 시기에는 하수 시료의 양성 비율이 높아졌고, 확진자나 입원환자 수가 크가 늘었다. 자료: 일본 도야마 현립대학 연구팀

생활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일본 이시카와 현(붉은색)과 도야마 현(파란색)의 확진자 수(실선)와 입원환자 수(점선). 보라색으로 표시된 시기에는 하수 시료의 양성 비율이 낮았고, 확진자나 입원환자 수도 작았다. 녹색으로 표시된 시기에는 하수 시료의 양성 비율이 높아졌고, 확진자나 입원환자 수가 크가 늘었다. 자료: 일본 도야마 현립대학 연구팀

미국·캐나다와 유럽처럼 확진자 숫자가 많으면 하수 속의 바이러스 RNA 농도도 높지만, 한국처럼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도 하수 RNA로 확진자 발생 예측이 가능할까.

지난달 23일 일본 도야마 현립대학과 가나자와 대학, 교토 대학 연구팀이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확진자가 10만명당 1명 미만인 경우에도 하수에서 바이러스 RNA가 검출된다.

인구 1000만명에 가까운 서울에서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서울의 하수처리장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RNA가 검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본 연구팀은 이시카와 현과 도야마 현 두 곳의 5개 하수처리장에서 총 45개의 시료를 수집 분석했다.
연구팀은 45개 시료 중에서 21개 시료에서 RNA가 검출됐는데, 10만 명 당 확진자 수가 10명 이상으로 초과하면 RNA 검출 빈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본의 경우 확진자 수가 현 단위로 보고되고 있는데, 하수처리장으로 물이 모여드는 집수(集水)구역과 확진자 통계 구역이 서로 다를 수도 있는 데다, 무증상 전파도 있을 수 있어 하수 RNA를 실제 환자 수로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수처리를 기반으로 한 역학조사에서는 온도와 수소이온농도(pH) 등 바이러스 RNA의 안정성에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자  kang.cha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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