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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KB 뒤에 케이타, 케이타 뒤에 황택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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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터 황택의는 KB손해보험 돌풍 주역이자 FA 최대어로 주목 받는다. [사진 프로배구연맹]

세터 황택의는 KB손해보험 돌풍 주역이자 FA 최대어로 주목 받는다. [사진 프로배구연맹]

프로배구 KB손해보험이 ‘흥부자’ 노우모리 케이타(19·말리)를 앞세워 선두를 질주한다. 케이타 뒤에 숨은 공신이 있다. 세터 황택의(24)다. 정확한 공 배급으로 케이타를 춤추게 한다.

프로배구 1위 이끄는 코트 사령관 #득점 1위 만든 백C속공 토스 일품 #FA 앞둔 가운데 팀도 봄배구 희망

KB손해보험은 지난달 30일 현재 9승 2패(승점 25)로 1위다. 1일 홈에서 열리는 우리카드전에서 승리하면 창단 후 처음 2라운드를 1위로 마친다. 득점 1위 케이타 덕분이다. 케이타는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그런데도 공격 종합 성공률 2위(57.00%)다. 그 케이타의 공격도 황택의의 손을 거쳐야 완성된다.

황택의는 과거 라이트 공격수에게 올려주는 백토스가 부정확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라이트 케이타에게 척척 공을 연결한다. 케이타에게 연결되는 황택의의 속공 토스가 일품이다. 특히 황택의의 백C 토스(토스 거리 3m 이상)를 받아 때리는 케이타의 퀵 오픈 성공률은 67.78%다. 시즌 세트 1위가 황택의다.

황택의는 송산고-성균관대 시절 모두가 탐낸 기대주였다. 세터로는 키(1m90㎝)도 큰 편이고, 팔이 길다. 스파이커 못지않게 강서브도 구사한다. 점프도 좋아 블로킹도 잘한다. 황택의는 대학교 2학년 때 드래프트에 나섰고, 최연소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했다. 데뷔하자마자 주전으로 발돋움해 신인왕도 차지했다.

KB손해보험은 전신인 LIG손해보험 시절을 포함해 늘 부진했다. 5시즌 동안 네 차례나 6위였다. 그런 팀이다 보니 팬들도 황택의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배구계 평가는 좀 달랐다. 황택의를 원한다는 트레이드 요청이 쏟아졌다. 올 시즌 직전에도 트레이드 얘기가 오갔다.

지난 시즌 직후 KB손해보험은 황택의와 7억3000만원에 계약했다. 황택의는 한선수(대한항공·7억원)를 제치고 연봉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그를 꼭 잡겠다는 구단의 의지였다. 만에 하나 다른 팀에 뺏겨도 보상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뜻밖의 비판이 그에게 빗발쳤다. 기량보다 과한 금액을 받는다는 거다.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그보다 더 받는 선수들이 있지만, ‘연봉 킹’이란 타이틀 탓이었다.

황택의는 덤덤하게 대처했다. 그는 “처음엔 부담이 있었지만 털어낸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였다. 팀이 전반적으로 젊어져, 이제는 그가 공격수를 주도적으로 지휘한다. 지난달 22일 현대캐피탈전에선 케이타 몸 상태가 좋지 않자, 케이타 의존율을 낮추고 다른 국내 선수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황택의가 입단한 이래 KB손해보험은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지금 추세면 진출권인 3위 안에 드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생애 첫 봄 배구와 FA 대박, 두 마리 토끼가 황택의 시야에 나란히 들어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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