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 검찰에 우회 경고 "공직자, 집단이익 아닌 선공후사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윤석열 직무배제' 이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마음가짐부터 더욱 가다듬어야 할 때”라면서“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개혁 대상으로 검찰을 지목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선공후사" "관행" "낙오" 등의 발언은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검찰을 향한 우회 경고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어느덧 (한국이) G7(주요 7개국) 국가들을 바짝 뒤쫓는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서도 느끼고 계실 것”이라며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께서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주는 윤 총장 거취를 좌우할 운명의 한 주다. 법원의 윤 총장 직무배제 처분 효력 정지 여부 심문(30일),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윤 총장 감찰 타당성 논의(12월 1일),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 여부ㆍ수위 결정(2일)이 연이어 열리기 때문이다. 1차 관문으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이날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직무배제 명령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이미 대통령의 입장이 나와야 할 시기는 놓치고 절차를 통한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수순에까지 돌입하게 된 상황”이라며 “특히 이날 발언이 향후 법원의 판단과 감찰위·징계위의 결정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방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금태섭 전 의원 페이스북 글 [페이스북 캡처]

한편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비판이 나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검찰을 향해 스스로 정권 앞에 굴복하고 백기투항하라는 종용”이라며 “윤 총장의 직무배제 집행정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오랜 침묵 끝에 유체이탈식 발언만 내놨다”라며 “대통령은 논평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은 국정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자리”라고 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감찰 담당 검사가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태야말로 벗어나야 할 ‘과거의 행태’ 아닌가”라며 문 대통령의 “과거의 관행” 발언을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슬슬 본색을 드러내죠? 이게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화장에 감추어져 있던 그(문 대통령)의 민낯입니다”라고 썼다.

윤성민·김기정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