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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은 안되고 수영장은 된다?…'핀셋 방역' 형평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3차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방역강화 조치 시행을 앞둔 30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목욕탕이 텅 비어 있다. 정부는 다음달 1일 0시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2단계로 유지하되 목욕탕의 사우나·한증막(발한실)·에어로빅 학원 운영을 중단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3차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방역강화 조치 시행을 앞둔 30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목욕탕이 텅 비어 있다. 정부는 다음달 1일 0시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 2단계로 유지하되 목욕탕의 사우나·한증막(발한실)·에어로빅 학원 운영을 중단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12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이른바 ‘핀셋 방역’을 두고 일부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 관련, 현행 2단계를 유지하되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거나 위험도가 높은 시설, 젊은층 중심의 위험도 높은 활동 등에 대해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핀셋 방역’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정 방안은 12월 1~7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조정안에 따르면 수도권의 목욕업은 사우나와 한증막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냉탕, 온탕 등 탕 이용은 여전히 가능하다. 기존 2단계에서 목욕업은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음식 섭취를 금지한 채 영업이 가능했다. 결국 조정안에서 바뀌는 건 사우나와 한증막 운영이 제한되는 점이다.

하지만 탕은 되고, 사우나는 안 되는 조치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목욕탕은 되고 사우나는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 공무원은 대중 목욕탕을 안 가봤나”라고 적었다.

핀셋 방역 관련 기사에는 형평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온라인 캡처

핀셋 방역 관련 기사에는 형평성을 지적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온라인 캡처

중대본은 목욕업 강화 조치에 대해 “사우나·찜질 시설 등은 환기가 어려운 밀폐된 공간에서 땀을 흘리고, 과호흡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 호흡과 대화 등을 통한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전파에 있어 목욕탕과 사우나의 위험성이 어떻게 다른지 별다른 설명없이 기존 감염사례에 사우나가 있어 기계적으로 조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헬스장도 마찬가지다.
중대본은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Group Exercise)류 시설도 운영 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일발 헬스장에서 혼자 러닝머신을 뛰는 등 개인 운동은 가능하다. 중대본은 “특정 시설에서 GX류 프로그램과 다른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 GX류만 운영 중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일반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하는 건 가능하지만 아파트나 공동주택 단지 내의 헬스장은 아예 운영이 금지된다. 이런 아파트 단지 내 사우나·카페·독서실 등 편의시설도 운영할 수 없다.
다른 네티즌은 “개인 운동은 되는데 헬스장 샤워는 안 되고, 또 사설 헬스장은 되는데 아파트 헬스장은 안 된다. 기가 차서 쓴웃음만 나오네” 등 글을 올리며 형평성을 지적했다.

23일 헬스장 운영자들이 모이는 회원수 약 3만8000명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한 헬스장 운영자의 글. 온라인 캡처

23일 헬스장 운영자들이 모이는 회원수 약 3만8000명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한 헬스장 운영자의 글. 온라인 캡처

샤워장 이용을 두고도 논란이다. 정부의 핀셋 방역 조치에 따라 헬스장, 실내체육시설 등 샤워장 이용은 전면 금지됐지만 수영장 샤워시설은 예외로 남겼다. 헬스장 운영자들이 모인 회원 수 3만8000명의 인터넷 카페에는 “헬스장 샤워장은 이용 금지인데 수영장은 이용해도 된다는 건 난센스”라며 “이런 형평성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지침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체육진흥과에 전화를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핀셋으로는 코로나19를 막기 어렵다. 아파트 헬스장은 막고 일반 헬스장은 영업이 가능하게 하고 목욕탕은 되는데 사우나는 안 되는 등 기준이 모호하면 운동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파트나 단지 밖으로 나가는 등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이대로 300~400명대 확산세가 지속돼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내리지 못한 채 장기화되면 확산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방역을 강화해 빨리 확산세를 막고 다시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하는 것보다 방역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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