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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환경 문제, 장애인 고용 문제…친환경 비누로 해결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동구밭의 ‘올바른 아기비누 알로에’를 든 김윤아(왼쪽) 학생모델과 ‘올바른 설거지 워싱바’를 들어보인 김수안 학생기자. 아기비누는 1개 구매 시 1개가 아동 기관에 기부되는 ‘One for One’ 제품이다.

동구밭의 ‘올바른 아기비누 알로에’를 든 김윤아(왼쪽) 학생모델과 ‘올바른 설거지 워싱바’를 들어보인 김수안 학생기자. 아기비누는 1개 구매 시 1개가 아동 기관에 기부되는 ‘One for One’ 제품이다.

2020년 여름 한국은 역대급 장마와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어요.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환경오염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중국·인도·방글라데시 등 많은 나라가 홍수·산불·폭우에 시달리며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친환경이 환경보호를 개인의 선택에 맡기거나 ‘실천하면 좋은 것’으로 여겼다면, 필환경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고 외쳐요.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필수가 됐다는 뜻이죠. 대표적인 필환경 운동으로는 일상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물건을 구매할 때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생각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등이 있습니다. 기업 역시 필환경 마케팅에 주력하는 추세예요. 패키지를 바꾸거나 축소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일회용품보다 재사용 가능한 대체품을 활용하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일상을 만드는 화장품 브랜드 ‘동구밭’도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2017년 친환경 제품으로 입소문을 탄 동구밭 비누는 환경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소비자의 관심을 등에 업고 2020년 11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분석한 비누 브랜드평판지수에서 5위를 차지했어요. 미국 농무부(USDA)가 발행하는 유기농 인증마크인 ‘USDA 유기농’ 인증과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 배제·발암성 물질 미포함 등 기준을 충족한 제조사에게 주어지는 프랑스 ‘이브 비건(EVE VEGAN)’도 동시에 획득했습니다. ‘비누가 거기서 거기 아냐?’ 생각하던 소중 학생기자단도 깜짝 놀랐죠. 김수안 학생기자·김윤아 학생모델이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동구밭 사무실을 찾아 노순호(이하 노) 대표와 김진아(이하 김) 브랜드2팀 팀장을 만났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동구밭’ 사무실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진아(맨 오른쪽) 브랜드2팀 팀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 ‘동구밭’ 사무실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진아(맨 오른쪽) 브랜드2팀 팀장을 인터뷰하고 있다.

윤아 동구밭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노: 지금은 비누를 생산하지만, 처음에는 농작물을 재배했어요. 대학생 때 동아리 친구들과 발달장애인의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기 위한 ‘동구밭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100㎡ 규모 텃밭에서 2014년부터 매주 토요일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채소를 가꿨습니다. 점점 인기가 높아졌지만, 수익성은 없었어요. 농작물 재배만으로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겠다 싶어 비누 제작을 시작했죠. 자연스레 회사 이름도 동구밭이 됐답니다. 지금 동구밭은 필환경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수안 주력 제품으로 비누를 내세운 이유는요.
노: 사업을 시작할 때 4가지 기준을 세웠어요. 첫째, 발달장애인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인가. 둘째, 자본이 적게 드는가. 셋째, 유통기한이 충분히 긴 품목인가. 넷째, 1위 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를 토대로 시장 분석을 해보니 친환경적이며 사회적 가치를 담은 브랜드가 뜰 거라는 분석이 나왔죠. 그때 비누가 떠오르더라고요. 비누를 만들고 포장하는 일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쉽게 할 수 있거든요. 또, 국내 비누 브랜드가 많지 않다 보니 잘 만들면 1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분리배출 가능한 종이 상자로 포장된 동구밭 제품들. 배송 시 포장 과정에서 쓰이는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 가능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완충제를 사용한다.

분리배출 가능한 종이 상자로 포장된 동구밭 제품들. 배송 시 포장 과정에서 쓰이는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생분해 가능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완충제를 사용한다.

윤아 동구밭을 시작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김: ‘장애인이 만들었으니 사줘야 하지 않을까’처럼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도록 마케팅하는 게 힘들었어요. 장애인이 불쌍하다는 건 장애에 대한 편견이거든요. 오직 제품력으로 승부하려고 애썼죠. 물론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소비자 유입 경로를 보면 ‘친환경 제품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회적 기업이네’ 이런 경우가 더 많아요. 동정 어린 시선은 많이 없어졌고, 제품력으로 인정받는 단계에 오른 거죠. 동구밭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을 가꿈지기라고 부르는데요. 앞으로는 동구밭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가꿔가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어요.

수안 액체가 아닌 고체 화장품을 제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여러분도 알듯 환경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소비자만 노력할 게 아니라 기업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액체 화장품의 경우 생기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어요. 동구밭 제품을 구매했을 때 나오는 쓰레기는 분리배출 가능한 종이 상자뿐이랍니다. 제품 배송시에도 친환경 옥수수 완충제를 사용하죠. 또 다른 이유는요. 액체 화장품을 만들다 보면 불필요한 화학 물질이 들어가기 마련이에요. 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에도 좋지 않죠. 화학 물질을 배제하고 몸에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 고체 화장품을 기획하게 됐어요.

수안 화학 물질 대신 어떤 재료를 쓰나요.
김:비누에는 기본적으로 오일(기름)이 들어가요. 코코넛 오일 등 식물성 기름이 기초가 되고요. 상추 비누라면 실제 상추 분말을 넣는 식이죠. 동구밭이라는 이름이 텃밭을 가꾸던 데서 유래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지금은 텃밭을 운영하지 않지만, 초기에는 텃밭에서 직접 가꾼 유기농 작물을 제품에 첨가했어요. 요즘은 개발팀이 유기농 텃밭에서 기른 작물을 공수하죠.

윤아 아무래도 고체 비누는 액체 샴푸·세제 등에 비해 빨리 무르고 닳는 게 단점일 텐데요.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요.  
김: ‘비누를 어떻게 보관해야 하냐’ 동구밭 고객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죠(웃음). 저희에게도 참 숙제 같은 일인데요. 최근 출시한 규조토 비누 받침대처럼 물이 잘 흡수되는 받침대에 올려놓거나 비누 망 등에 담아 걸어서 보관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비누 망에 비누를 넣어 걸어 놓으면 건조도 빨리 되고, 비누 망을 쓱쓱 문지르기만 하면 거품이 잘 나니 간편하죠. 쓰다 보면 비누가 깨지거나 조각나는데 비누 망에 넣으면 더 오래 쓸 수 있답니다.

수안 비누 외에 다른 제품도 만드나요.
김: 현재 샴푸·린스·설거지 세제 등 다양한 종류의 고체 화장품을 생산해요. 식기 세척기 세제도 기획하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소비자에 발맞춰 천연 수세미·유기농 면 비누 망 등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생활용품도 선보이는 중이죠. 계속 종류를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가 천연 성분이 들어간 비누를 선보이고 있다. 동구밭의 천연비누에는 상추·케일·오이·바질·라벤더 등 텃밭에서 기른 작물이 첨가된다.

노순호 동구밭 대표가 천연 성분이 들어간 비누를 선보이고 있다. 동구밭의 천연비누에는 상추·케일·오이·바질·라벤더 등 텃밭에서 기른 작물이 첨가된다.

수안 우리나라의 장애인 채용 실태는 어떤가요.
노:고용된 장애인 대부분이 근속연수 1년을 채 못 채우죠. 1명이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보다 장애인 직원을 많이 뽑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요.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정한 장애인의 자립은 근속연수를 보장해야만 이뤄지죠. 동구밭 프로젝트로 많은 발달장애인 친구가 생겼고, 그들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장애인에게 더 의미 있는 일자리는 근속연수가 보장된 회사라고 생각했어요. 동구밭은 매출이 증가할 때마다 1명의 발달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합니다. 현재 25명의 비장애인 사원과 26명의 발달장애인 사원이 함께 일하죠. 올해 전체 직원의 50%는 발달장애인으로 고용한다는 기준도 새로 정했어요. 사원이 늘어날 때마다 뿌듯함과 자부심도 커진답니다.

수안 장애인 근속연수를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김:기업이 변해야겠죠. 고용률 등 눈에 보이는 수치보다 장애인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장애인 교육에 관한 건데요. 발달장애인 교육 현장을 가보면 대부분 특정한 기술을 가르쳐요. 기술을 배워야 취업이 쉽거든요. 그런데 발달장애인이 기술을 갖춰 사회에 나왔을 때 부딪히는 고객·동료는 대부분 비장애인이죠.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에 적응할 수 없어 오래 일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아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회성을 키우는 훈련을 병행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누 포장 작업에 한창인 동구밭 가꿈지기의 모습. 현재 26명의 발달장애인 가꿈지기가 동구밭에서 일하고 있다.

비누 포장 작업에 한창인 동구밭 가꿈지기의 모습. 현재 26명의 발달장애인 가꿈지기가 동구밭에서 일하고 있다.

윤아 발달장애인과 같이 일하며 예상과 달라 놀랐거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김: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할 수는 없지만, 결코 능력이 떨어지지 않아요. 3~4시간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죠. 비장애인 사원의 경우 종종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딴짓도 하는데, 발달장애인 사원은 시간 대비 높은 집중력으로 효율적인 일 처리를 하는 편입니다.
노 동구밭 프로젝트를 할 때 가끔 힘들어하는 발달장애인을 보며 일하기 싫어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호자들이 ‘우리 아이가 일하는 날만 기다린다’ ‘우리 애는 대표님이 유일한 친구다. 평생 당신의 얼굴을 기억할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또 한 번 제 편견이 깨졌죠.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동구밭 제품을 처음 납품하던 날을 빼놓을 수 없네요. 서툶의 연속에서 드디어 결실을 본 거잖아요. 우리 비누를 가득 실은 트럭이 떠나는 걸 보며 서로 얼싸안고 손뼉 치던 날이 지금도 눈에 선명합니다.

윤아 동구밭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요.
노:언제나 발달장애인 고용과 근속연수 늘리기가 우선이에요. 2021년에는 매출 100억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죠. 2017년부터 매년 2배 넘는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 매출 목표도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100억 매출을 달성하면 장애인 직원도 50여 명 정도로 늘어날 테니까요. 고용과 근속연수 문제도 자연히 해결되겠죠.

수안 아직도 장애인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요. 오랜 기간 발달장애인과 함께해온 기업인으로서 한마디 부탁드려요.
노:동정이라는 게 참 모순적이에요. 좋은 마음을 가지고 전달한 감정이라도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발달장애인의 정신적 나이가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해서 그들의 정서 수준이나 공감대마저 초등학생 수준인 건 아니에요. ‘일 잘 마치면 과자 사줄게’가 아닌 ‘일 열심히 하면 더 많은 친구와 함께할 수 있어’ ‘비누 잘 만들면 고객들이 더 좋아하겠지?’라고 말할 때 발달장애인 직원도 더 기뻐하죠.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보길 바라요.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수안(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김윤아(경기도 한마음초 5) 학생모델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진아(가운데) 팀장과 나란히 서 포즈를 취했다.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진아(가운데) 팀장과 나란히 서 포즈를 취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저는 평소 고체 화장품을 거의 쓰지 않았어요. 공공장소에 비치된 비누는 대부분 액체 형태였고, 집에서 사용하는 세면도구 역시 액상 제품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구밭이 고체 화장품을 생산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플라스틱 용기와 화학 물질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가끔 거치대에 남은 작은 비누 조각이 눈에 밟혔는데, 비누 망에 넣어 사용하면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꿀팁도 배웠죠. 동구밭 비누를 써보니 제 편견과 달리 액상 제품과 별 차이가 없어 신기했어요. 앞으로는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친환경 제품을 많이 사용해야겠어요.  김수안(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

사회적 기업 동구밭 인터뷰를 했어요. 생각보다 하루에 많은 양의 비누가 팔린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죠. 화학 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비누인데도 향긋한 향기가 나서 신기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동구밭의 천연 비누와 수세미를 써봤는데요. 비누의 경우 천연 성분이 들어가서인지 얼굴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었죠. 천연 수세미는 얇고 딱딱해 식기 세척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물에 적시니 빠르게 부풀어 놀라웠어요.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찾는 소중 친구들에게 동구밭을 추천합니다.  김윤아(경기도 한마음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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