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울린 노부부 세레나데...끝내 74세 부인은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30 05:00

스테파노 보치니(81) 할아버지와 아내 카를라(74). [출처=파트리치아 바비에리 시장 페이스북]

스테파노 보치니(81) 할아버지와 아내 카를라(74). [출처=파트리치아 바비에리 시장 페이스북]

올해 81살인 스테파노 보치니 할아버지의 세레나데에도 불구하고 74살인 아내 카를라는 끝내 세상을 떠났다.

지난 8일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에 있는 도시 피아첸차에서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울려 퍼졌다.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한 보치니 할아버지의 연주였다.

아내 카를라가 병원에 입원하자 보치니 할아버지는 그녀를 만날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그리웠던 할아버지는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아내가 즐겨듣던 곡을 아코디언으로 연주했다.

그는 당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며 “아내가 좋아하던 노래라 집에서도 늘 들려주곤 했는데, 창밖에서 연주를 시작하자 아내가 나타났고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테파노 보치니(81) 할아버지가 아내 카를라(74)를 위해 병원 앞 창문에서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있다. [Aston Forgosa 유튜브 캡쳐]

스테파노 보치니(81) 할아버지가 아내 카를라(74)를 위해 병원 앞 창문에서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있다. [Aston Forgosa 유튜브 캡쳐]

아들이 이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고, 할아버지의 연주는 코로나19에 힘들어하던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과 귀를 달래주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방송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카를라는 이후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할아버지는 “나만의 별을 잃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막혔을 때도 아코디언 선율로 서로의 곁을 지킨 노부부는 20대에 만나 47년을 함께 했다.

파트리치아 바비에리 피아첸차 시장은 페이스북에 노부부의 사연을 공개하며 “그의 음악은 부인 카를라를 위한 것이었지만, 우리 모두에게 다가왔다”며 “우리 모두 사랑이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가르쳐주신 것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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