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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붓기’는 뺄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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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체육시설 이용은 물론 실외 활동까지 줄어들며 운동량이 감소함으로써 급격히 살이 찐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침마다 얼굴이 붓는다 싶더니 붓기가 이내 살이 됐다” “줄어든 운동량 때문인지 붓기가 빠지지 않는다” 등과 같이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부종으로 인해 부어 있는 상태를 나타낼 때 이처럼 ‘붓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른다는 뜻을 지닌 ‘붓다’의 어간 ‘붓-’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가 붙어 ‘붓기’가 됐다고 생각해 이 말을 쓰는 듯하다.

그러나 부종을 나타내는 단어는 ‘붓기’가 아니라 ‘부기’로 써야 바르다. 이 ‘부기(浮氣)’는 한자 ‘뜰 부(浮)’ 자에 ‘기운 기(氣)’ 자가 만나 만들어진 단어다. 맞춤법에 따르면 한자어와 한자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고 돼 있다. ‘부기’ 역시 한자어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따라서 서두의 예문에 나오는 ‘붓기’는 모두 ‘부기’로 고쳐야 한다.

‘붓기’는 부종을 나타내는 명사로는 쓸 수 없다. 다만 ‘붓다’를 활용한 형태로 동작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 “저녁에 라면을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붓기 쉽다” “벌레에 물린 곳이 붓기 시작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정리하면 부어 있는 상태를 나타낼 땐 ‘부기’, 부어오르는 동작을 나타낼 땐 ‘붓기’로 쓰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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