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직후 여권이 검찰의 재판부 성향 분석을 두고 “사법부를 불법 사찰했다”며 파상공세를 펴는 가운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년전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박 의원은 2018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세평 수집은 어쩔 수 없는 업무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번 재판부 성향 문건과 관련해선 “검사가 판사 사생활 수집한다는 그런 규정이 어딨나”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2018년 12월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공무원들이나 관련된 여러 공공기관 사람들의 세평을 수집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업무의 한 방법으로 허용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작성한 문건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는 취지다. “위법하려면 세평을 수집한 사람들을 위협·위축시키거나, 제어할 만한 개인적인 비위 사항이나 약점·취약점들이 수집돼 정리되어야만 블랙리스트라는 판결이 있다”라고도 했다.
박 의원은 같은 날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공유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이던 김태우 전 특감반원(검찰수사관)의 폭로로 열린 긴급 현안질의였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회의 닷새 전(12월26일)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을 두고 “불법 사찰로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라는 공세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이었다.
당시 박 의원과 조 전 장관은 문답을 주고 받으며 “불법 사찰”이라는 한국당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박 의원이 “세평 수집이라는 것은 인사검증이라든지 복무점검, 직무 감찰을 위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 방법 중 하나다. 이전 정권 때도 계속 이렇게 수행한 것인가”라고 묻자 조 전 장관도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체부 공무원 8인에 대해 문건을 작성했음에도 무죄 판결을 받은 일을 거론하며 “평가, 보직 경위, 파벌이 세세하게 적혀있지만 ‘약점 삼을 만한 게 적혀있지 않아 블랙리스트로 보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며 불법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불법 사찰은 ①직무범위를 벗어나 ②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③사생활에 대한 정보를 ④미행·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 전 장관도 이후 사찰과 관련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거나 각종 정치적 불이익을 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결론적으로 말 하면 환경부 문건은 불법적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합법적 체크리스트”(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의 발언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박 의원 등 민주당 입장이 2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라디오에서 박 의원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그땐 세평 수집이 불법이 되려면 미행·도청 등 불법수단이 돼야 하고, 수집정보가 개인적 약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며 “검사가 중요한 사건을 만난 판사의 재판 성향에 대해 알아보는 건 맞선 보는데 상대방이 누구냐 알아보는 거랑 똑같다. 그게 사찰이냐”고 반문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역시 28일 박 의원과 함께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박 의원은 과거 자신이 한 말과 지금 한 말을 대비해 봐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의원은 “(과거에는) 방법에 있어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이나 규정에 검찰이 판사의 개인적 성향 등을 수집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해리·한영익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