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분석 문건이 불법사찰? 美선 법관연감 380만원에 팔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29 16:01

업데이트 2020.11.29 16:06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 얼굴이 그려진 배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의 핵심 이유로 지목된 대검찰청의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공개된 정보와 세평을 종합해 재판부 성향 관련 문건을 작성한 걸 두고 “과거 권위주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 같다”(추미애 법무부 장관) “직무범위 내의 정상적 업무였다”(성상욱 검사, 문건작성자)는 의견이 맞붙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29일 “미국의 경우, 논란이 되는 대검 문건은 조금도 불법적인 게 아니다”라는 글이 게재돼 관심을 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경제민주주의 21(대표 김경율 회계사) 홈페이지에 ‘미국 연방 판사의 사생활 보호와 우리나라 법관 불법 사찰 논쟁의 검토’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미국 '연방법관연감'. 인터넷 캡처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미국 '연방법관연감'. 인터넷 캡처

①더 적나라한 법관연감, 미국선 380만원에 판매=전 교수가 첫째 논거로 든 건 미국 '연방 법관 연감'(연감, The Almanac of Federal Judiciary)이다. 인쇄본 가격 3440달러(380만원)에 판매되는 이 책에는 미국의 모든 연방 판사의 신상정보가 담겨있다고 한다. 학력·경력은 물론 판사와 재판장에서 마주친 변호사의 평가도 수록돼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변호사 평가에 불만을 가진 판사가 소송전을 벌인 적도 있었다. 1991년 스테판 얘그먼 변호사는 윌리엄 켈러 연방판사에 대해 “무식하고 부정직하며 약자를 괴롭히는, 미국 최악의 판사”라고 말해 해당 내용이 연감에 실렸다. 켈러 판사가 이의를 제기해 얘그먼 변호사는 2년간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다. 하지만 1995년 미 연방법원은 얘그먼의 언행을 미국 사법제도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 볼 수 없는 반면, 자격 정지 처분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론을 내렸다.

전 교수는 이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연방 판사에 대해 대검 문건보다 훨씬 더 적나라한 내용이 포함된 서적이 공개적으로 판매된다”라고 전했다.

재판부에 익숙해지라는 '검사를 위한 기초공판기법'의 일부. 인터넷 캡처

재판부에 익숙해지라는 '검사를 위한 기초공판기법'의 일부. 인터넷 캡처

②"재판부에 익숙해져라" 공판실무 매뉴얼=미국 검사에게는 판사에 대한 정보 수집이 적극 권장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검사협회 산하 미국검사연구소가 2005년 발간한 ‘검사를 위한 기초 공판 기법’을 보면 “검사는 판사 스타일에 익숙해지도록 하고 공판 전략과 스타일도 그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문구가 있다는 주장이다. 책에는 “판사에게는 언제나 존경을 표하라. 경험이 많은 검사에게 문의하고 조력을 구하라” 등의 조언도 담겨있다. 재판에서 판사와 논리 대결을 펼쳐야 하는 검사의 직무 특성상, 판사에 대해 정보를 재판 업무에 최대한 활용해야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 교수는 “불법이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라면, 판사의 재판 진행 스타일이나 성향에 익숙해지라는 권고를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미국에서 검사가 인터넷 검색이나 탐문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게 불법 사찰일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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